'한국경제', 하이트진로 파업 '내로남불' 비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경제, KBS 하이트진로 농성 현장 보도에 "노사 양측 주장 담아야"
노조 지부장 '한국경제' 사측 편에서 일방적인 보도"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는 하이트진로 조합원들 ⓒ뉴시스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는 하이트진로 노조 조합원들 ⓒ뉴시스

[PD저널=엄재희 기자] <한국경제>가 하이트진로 옥상에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KBS 보도에 '노조 입장만 듣는다'고 비판하는 사설을 썼다. "(노사) 양측의 주장에 대한 팩트체크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적극적으로 회사의 입장을 대변해온 <한국경제>의 '내로남불' 비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KBS <뉴스9>는 21일 <강남 한복판 옥상 농성 6일째…“살려고 올라 왔습니다”>에서 15년째 임금 동결과 1년 단위 재계약으로 '저임금 불안노동'에 시달리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 조합원들의 농성 현장을 찾았다. KBS는 9층 높이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 농성장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파업의 쟁점인 하이트진로와의 직접 교섭과 운임 인상, 손배 가압류, 집단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조합원들의 입장을 전했다.

이튿날 <한국경제>는 사설 <하이트진로 불법 점거, 노조 입장만 전달한 KBS…공영방송 맞나> 에서 KBS가 "불법에 눈을 감았다"며 노조 편만 든 방송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경제>는 "불법 점거가 정당한 듯이 보도할 게 아니라 운송료 인상 등 쟁점에 관한 양측의 주장에 대한 팩트체크를 통해 대안에 접근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책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경제>가 그동안 노조의 파업에 보여온 태도에 비춰보면 이런 주장은 모순적이다. 

<한국경제>는 지난 6월 2일 하이트진로 지부 조합원들이 파업에 돌입한 이후 수십 건의 기사와 사설 등을 쏟아냈다. 대부분은 회사의 논리를 전달하거나 불법성을 부각하는 기사였다. 지난 6월 2일 파업 소식을 처음으로 전한 <하이트진로, 화물연대 파업에 이천공장 생산 중단>은 노조 입장은 한두단락만 전달했을 뿐, 대부분 파업으로 인한 사측의 손실과 산업 전반의 악영향을 우려하는 내용들로 채웠다.

<한국경제>는 기사에서 "참이슬 등 소주 출고 물량은 절반 가까이 줄어 제품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업계 물류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국면에 살아나고 있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6월 3일 사설 <민노총 조폭식 횡포 눈 감으면 문정부와 다를 바 없다>에선 하이트진로 지부의 파업을 두고 "소수 조합원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장에 진출한 뒤 실력 행사를 통해 존재감을 알리는 기존의 ‘조폭식 영업 행태’를 그대로 재연하고 있다"고 썼다.

박수동 하이트진로지부장은 통화에서 "(한국경제는) 노조 측의 제대로 된 입장을 들어보지도 않고 사측 편에 치우쳐서 일방적인 기사를 내고 있다"며 "<한국경제>가 저에게 전화를 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고, 현장에 온 적도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사측의 입장을 대변해 노조를 비판하는 보도가 여전히 나오고 있지만, 옥상 농성에 나선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언론도 생겨나고 있다. 

KBS에 앞서 지난 16일 MBC <뉴스데스크>는 <하이트진로 강경 대응에 화물 노동자들 본사 옥상 점거>에서 농성 현장을  찾았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파업에 손배소로 맞서는 기업들’, ‘브레이크 없는 손배소’ 기획기사를 통해 기업들이 노조 탄압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문제를 다뤘다. 

박 지부장은 "초기에는 사측의 입장만 대변하는 기사들이 많았는데, 100일 가까이 파업을 이어오면서 결국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기자들도 있고, 파업 이유 등 구체적인 사실을 기사에  담아주려는 모습도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