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KBS에 대한 부당한 표적 감사를 포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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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PD연합회 성명]

감사원이 KBS에 대해 정식 감사를 벌이기로 결정했다. KBS1노조와 일부 시민단체가 청구한 ‘국민감사’를 받아들인 것이다. 감사원은 이들이 제시한 8가지 항목 중 △김의철 사장 임명 과정 △몬스터유니온 400억원 증자 △신사옥 신축계획 중단 △진실과미래위원회 단장의 해외여행 △대선 직후 문서폐기 등 5가지 사안을 살펴 볼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의 주 타겟이 김의철 KBS사장과 남영진 KBS이사장이라는 게 드러난 셈이다.

우리는 이 감사가 KBS 사장 및 이사장을 교체하기 위한 무리한 표적감사가 아닌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은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고강도 감사를 신호탄으로 TBS까지 감사를 확대해 왔다. 이에 많은 국민들은 윤석열 정부가 KBS를 비롯한 공영방송까지 장악하려 드는 게 아닌지 우려를 표명해 왔다. 그 우려가 기어이 현실로 드러나는 모습을 보는 건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임기가 보장된 공영방송의 책임자를 정치적 목적으로 교체하겠다는 것은 공영방송의 독립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모든 방송인들에 대한 선전포고에 다름 아니다. 감사 개시가 결정되면 60일 안에 감사를 종결하고, 그 결과를 10일 이내에 청구인에게 알려야 한다. 앞으로 2달 뒤 감사가 끝나고 결과가 발표되면 KBS 사장과 이사장의 진퇴 문제로 이 나라가 다시 한번 혼란과 갈등에 휩싸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KBS에 대해 먼지털이식 감사를 벌여서 아무 잘못도 없는 정연주 사장을 쫓아낸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감사원은 KBS 누적 적자와 인사 논란 등을 이유로 정 사장을 해임하는데 성공했지만, 그 뒤 정 사장은 해임처분 취소소송을 내서 2012년 최종 승소한 바 있다. 당시 감사원의 행태는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폭력의 논리에 불과했음이 입증된 것이다. 2022년, 온세계가 한국이란 나라를 높이 평가하는 지금, 케케묵은 과거의 낡은 수법을 동원하여 공영방송을 장악하려 든다면 어느 국민이 이를 납득하고 지지하겠는가.

최재해 감사원장은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는 발언으로 국민들을 경악시킨 바 있다. 심지어 여당 의원들까지 이 황당한 발언에 귀를 의심하며 진의를 되묻기도 했다. 감사원법 제2조 1항은 “(감사원은) 직무에 관하여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감사원의 독립성에 대해 전혀 개념이 없는 인물이 남발하는 과잉 감사가 과연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지 지극히 의심스럽다.  

용산의 대통령실이 끊임없는 물갈이를 통해 국민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는 건 모든 국민이 알고 있다. 여당도 내부 갈등을 수습하여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상황에서 공영방송에 대한 무리한 감사로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게 과연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일인지 최 감사원장은 진지하게 돌아보기 바란다. 감사원의 이러한 행보는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고, 결국 윤 대통령이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의혹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가. 게다가 최 감사원장은 국민권익위원장을 강제로 몰아내기 위한 표적 감사 때문에 직권남용 및 감사원법 위반으로 야당에게 고발까지 당한 상태 아닌가. 

국민은 코로나와 경제난으로 피곤하다. 이 상황에서 독립을 보장해야 할 공영방송을 흔들어서 혼란과 갈등이 일어나는 모습을 누가 보고 싶어 하겠는가. 그 어느 때보다 시민의식과 권리의식이 높은 우리 국민들이다. 이제 감사원을 앞세운 방송장악은 가능하지 않은 시대다. 부당한 표적 감사로 공영방송 KBS를 장악하려 든다면 KBS 구성원들을 비롯한 모든 방송인들은 깨어 있는 국민들과 힘을 합쳐서 그 음모를 분쇄할 것이다. 감사원은 KBS에 대한 부당한 표적 감사를 포기하라.

2022년 9월 1일

한국PD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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