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속어 논란' 사과 없는 윤 대통령, 與 MBC 총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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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 훼손" 입장 밝혀
'이 XX들' 발언 관련 해명 없이 '언론 탓' 공세 전환
MBC "언론사 희생양 삼은 언론 탄압"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뉴시스

[PD저널=엄재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으로 궁지에 몰린 여당이 MBC를 상대로 총공격을 가하고 있다.  

26일 해외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는 입장을 직접 밝힌 뒤 여당은 곧바로 박성제 MBC 사장 사퇴와 함께 보도 관련자들을 명예 훼손으로 고발 조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조작 보도’ ‘매국 허위 방송‘으로 단정하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국민의힘은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요청 등 언론사를 대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첫 보도한 MBC에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MBC에 책임을 돌리면서 불리한 국면을 넘어서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첫 보도가 나온 지 나흘이 지나도록 ‘비속어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은 이유는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는 대통령실의 책임이 크다.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펀드’ 회의가 끝난 뒤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는 보도에 대통령실은 13시간 만에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미 의회가 아니라 한국 국회를 향해 욕설을 했다는 뜻이 되는데, “이 XX들“이 누구를 겨냥한 말인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발언은 한 윤 대통령도 ‘사실과 다른 보도’라고 규정하면서도 어떤 대목이 어떻게 다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언론에 화살을 돌리는 여권의 대응을 두고 ‘책임 떠넘기기’ ‘물타기’라는 반응이 나오는 까닭이다. 

9월 22일 MBC 뉴스데스크 뉴스 리포트 갈무리.
9월 22일 MBC 뉴스데스크 뉴스 리포트 갈무리.

MBC는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합작한 보도’라는 주장까지 나오자 “터무니없는 의혹”이라고 경위를 설명했다. 

MBC는 26일 “의혹을 제기하는 측에서는 촬영 후 모든 방송사에 똑같이 영상을 공유하는 풀(POOL) 기자단의 특성을 모를 리 없음에도 애써 이 사실을 감추고 마치 MBC만 이 영상을 갖고 있었던 것처럼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며 “MBC가 관련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22일 오전 10시 7분 훨씬 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관련 내용과 동영상이 급속히 유포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여권에서는 22일 MBC가 디지털 뉴스로 영상을 처음 올리기 전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당내 회의에서 발언을 했다는 점을 들어 정언유착이 의심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22일 오전 다른 방송사들도 해당 영상을 확보하고 있었고, 이미 SNS를 통해 ‘비속어 영상’이 퍼져있었다는 게 MBC의 설명이다. 

MBC에 따르면 22일 오전 8시 이전에 대통령 기자들과 해당 영상이 공유됐다. 뉴욕 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대통령실 직원까지 관련 내용을 확인했다고 한다. 

MBC는 “이른바 ‘받’의 형태로 오전 8시를 전후해 국회 기자들에게 퍼진 내용을 정치인들이 파악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수도 있을 것”이라며 “관련 내용이 급속히 퍼지고 기자들이 맥락과 경위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자, 대통령실에서는 오전 9시쯤 ‘공식 석상이 아니었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데다 외교상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대통령실 기자들에게 비보도 요청을 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도 MBC 보도 이전에 해당 영상이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대통령실 영상기자단도 이날 입장을 내고 “시끄러운 현장이라 당시 이런 발언이 있는 것을 취재한 영상기자들도 처음엔 모르고 있었다”며 “오히려 (대통령실) 대외협력실에서 해당 영상을 확인해보자고 했기에 내용을 인지할 수 있었고, 영상을 확인한 대외협력실은 이를 보도되지 않게끔 ‘어떻게 해줄 수 없냐?’라고 요청했지만, 영상기자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언론계 안팎에선 의혹 해소의 책임이 있는 윤 대통령과 여당의 '언론 탓'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SBS 기자 출신인 심석태 교수는 "사실관계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바이든'이라고 단정적으로 보도한 것은 사실에 충실한 보도인지 의문이 있다"면서도 “(윤 대통령이 한 발언이) 논란의 여지 없이 ‘바이든’이 맞다면, 이 보도로 일어난 논란의 책임과 국익 훼손은 발언자에게 있다. 보도한 사람이 잘못됐다는 건 전근대적 사고“라고 지적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우연히 방송 화면에 잡혔다고는 하지만, 여러 국제 인사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고, 국가적 인물이 공개된 자리에서 한 행동이기 때문에 보도가치는 충분하다”며 “자신이 잘못한 일을 거짓말로 모면하거나, 잘못하지 않았다고 우긴다면 더 큰 손해를 야기하게 된다. 공개석상에서 욕설한 이미지에 덧붙여 거짓말까지 한다는 이미지가 씌워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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