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항의방문한 국힘, 언론탄압 아니라면서 "민영화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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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MBC 찾아 '대통령 비속어 보도' 해명 요구
"과방위원들 무리 지어 방문, 단순 항의 아니야“ 반발

28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MBC를 항의 방문하고 있다. ©PD저널
28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MBC를 항의 방문하고 있다. ©PD저널

[PD저널=장세인 임경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보도를 '자막조작방송'이라고 규정한 여당이 28일 MBC를 항의방문했지만, 사옥에 들어가지 못하고 30분 만에 발길을 돌렸다. 

'MBC 편파·조작 방송 진상규명 TF'를 구성한 국민의힘 의원 10여명은 28일 오전 11시 15분경 전세버스를 타고 서울 상암동 MBC본사를 찾았다. TF 위원장을 맡은 박대출 의원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 박성중 간사 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자막조작 사과하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항의방문을 진행했다.

여당 의원들은 박성제 사장이 나와서 '비속어 발언'에 대해 해명하라고 외쳤지만, 박성제 사장은 외부 일정으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MBC 사옥의 출입이 통제된 상태에서 의원들은 사옥 앞에서 취재진을 상대로 'MBC 규탄' 발언을 이어갔다.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이번 사건은 이름부터 제대로 불러야 한다. MBC가 자막을 조작해 대통령 발언을 왜곡하고 국민을 속인 MBC 자막 조작 사건이자 대국민 보이스피싱”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해프닝을 외교참사로 규정해 정권을 흔드는 것이다. 제2의 광우병 선동”이라며 “MBC는 공영방송이 아니라 민주당 전위부대다. 공영방송이라는 간판을 내리고 이제 MBC 민영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민영화를 통해 국민에게 (MBC를)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중 의원은 “언론과의 전면전은 아니”라면서도 “MBC는 완전히 한쪽 편이다. (대통령 발언에) 미 의회를 국회라는 이름으로 조작한 것도 MBC, ‘날리면’을 ‘바이든’으로 바꾼 것도 MBC”라고 주장했다.

2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국민의힘의 MBC 항의 방문을 저지하며 상암 MBC본사 1층에서 피켓 시위에 나섰다. ©PD저널
2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국민의힘의 MBC 항의 방문을 저지하며 상암 MBC본사 1층에서 피켓 시위에 나섰다. ©PD저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로비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방문을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박상준 언론노조 MBC본부 사무처장은 "방송문화진흥회(MBC 관리감독기관이자 대주주)를 국정감사할 수 있는 우월한 위치에 있는 국회의원들이 무리 지어 오는 것은 단순한 항의로 보기 어렵다. 항의란 대표를 구성해 사전에 약속하고 만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어처구니 없는 대결의 현장은 대통령의 참을 수 없이 가벼운 말에서 시작됐다. 사과 한마디면 될 일을 책임을 전가하고 공영방송을 옥죄고 언론자유를 탄압한다”면서 “2008년에 이들이 권력 잡고 공영방송을 흔들고 짓밟았던 과거를 잊지 말자. 공영방송 민영화를 입에 올리며 계속 밀고 간다면 헌법 가치 파괴로 위헌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겠다”고 했다.

정형택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연대사에서 “2008년 (MB정부 당시의) 피켓을 들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방통위 감사, YTN 민영화 이야기도 모자라 정당한 취재 행위를 문제 삼겠다고 하고 있다”며 “왜 MBC를 표적으로 삼는지 이야기하면 항상 2008년 트라우마 있다고 이야기한다. 언론종사자도 잊어선 안 될 시기다. 방송 자유를 막는 투쟁은 MBC 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방송 종사자의 문제”라고 말했다.  

강성원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전국민이 다 듣는 귀가 있고 말의 흔적이라는 것이 남는다. 대통령이 실언을 하고 마치 자신이 검사 때 기획했던 대로 수사하다 안 되면 압수수색 들어오듯 할 문제냐”면서 “국정감사 진행 중인 상황이라 할 일이 많을텐데 국민의힘 십여 명이 항의방문을 왔다. 국회 제1호 숙제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돌아가서 일조하라”고 말했다.

28일 상암 MBC본사 앞에서 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PD저널
28일 상암 MBC본사 앞에서 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PD저널

이날 MBC 사옥 인근에서는  MBC를 지지하는 시민단체와 '비속어 발언' 보도를 규탄하는 보수단체들의 기자회견도 열렸다. 

KBS노동조합, KBS공영노조, MBC노동조합 등 20여 개 단체는 상암문화광장에서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가짜뉴스 MBC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바른언론을 위한 범국민시민연대도 MBC 사옥 인근에서 ‘윤석열 정부의 언론탄압에 맞서 MBC를 사수하는 시민들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을 향해 "2016년 광화문광장에서 타올랐던 탄핵 촛불을 잊지 말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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