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리마스터링'에서 엿본 영화관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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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돌아온 '아바타', 놀라움은 이전만 못하지만, 확연히 달라진 영화관

'아바타 리마스터링' 스틸 이미지.
'아바타 리마스터링' 스틸 이미지.

[PD저널=홍수정 영화평론가] <아바타>가 13년 만에 새단장을 하고 나타났다. 왕의 귀환이라 부름 직하다. 블록버스터의 왕. 2009년 전 세계를 사로잡은 <아바타>의 열풍은 센세이셔널했다. 매끄러운 스토리 덕도 있지만, 무엇보다 컴퓨터 그래픽의 공이 컸다. CG로 창조해 낸 이질적인 세계는 관객들을 새로운 곳으로 데려갔다. 그들 중에 나도 있었다.

그래서 13년 만에 돌아온 <아바타>의 CG를 최첨단 기술로 느껴보고 싶었다. 국내 가장 크다는 영화관을 찾아 3D 아이맥스관에서 관람했다. 4D는 의자가 덜컹덜컹 흔들리고 물까지 칙칙 뿌려대는 게 도무지 취향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나는 내가 누릴 수 있는 가장 첨단의 기술로 '아바타'의 귀환을 맞이한 셈이다. 

다시 만나 감개가 무량하나, 놀라움은 이전만 못했다. 이미 본 영화이니 당연한 일이다. 사실 <아바타 리마스터링>의 CG는 요즘 수준으로 보아 놀랄 수준은 아니다. 게다가 <아바타>의 서사는 '원주민 침략-반성-물러감'의 전형적인 내러티브를 따르고, 캐릭터는 평이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한마디로 지금 보니 새롭지 않다. 그간 <아바타>가 닦아놓은 토대 위로 영화들은 분주히 발전해 온 것이다. 그렇다고 <아바타 리마스터링>을 즐기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옛 친구를 만난 것 같이 익숙하고 친근한 즐거움이 그곳에 있었다. 

그러나 단 하나 도무지 익숙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13년 전과 비교해 확연히 다른 것. 그건 바로 '영화관'의 위풍당당한 존재감이다. 물론 리마스터링을 거쳤기에 영상의 퀄리티 자체도 올라갔지만, 그것을 담아 빛으로 뿜어내는 스크린의 압도적인 크기가, 사운드가, 기술이 이전의 그것과 차원이 달랐다. 아바타들은 생생하게 뛰어놀았고, 판도라 행성의 전경은 실제 풍경처럼 광활하게 펼쳐졌다. <아바타 리마스터링>은 부지런히 이어져 온 영화관의 진화를 새삼 느끼게 했다. 같은 작품, 다른 전시. 나는 13년 만에 돌아온 영화를 앞에 두고, 그것을 둘러싼 영화관의 모든 요소들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새삼 깨달았다.

달리 말하자면 <아바타 리마스터링>은 지금 상영관의 기술력을 발휘하기에 알맞은 작품이라는 뜻이다. CG 기술이 많이 들어갔고 보여줘야 할 이색적인 풍경도 많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아바타 리마스터링>은 3D, 4D, 아이맥스 같은 특수관이나, 적어도 집이 아닌 극장에서 보아야 하는 작품이다. 영화관을 찾게 만드는 작품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나는 여기에서 '영화관'의 미래를 본다. 

지난 8월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의 모습.©뉴시스
지난 8월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의 모습.©뉴시스

영화관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곧 사라질 것이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동의한다. 극장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혹은 아직 오지 않은 OTT에 대체되어 사라질 운명이다. OTT의 등장으로 콘텐츠 플랫폼으로서 영화관의 지위는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집에서 원하는 시간에 접속할 수 있는 OTT는 관객에게 이런 의문을 품게 한다. 굳이 영화관이라는 공간에 찾아가서, 그렇게까지 큰 스크린을 통해 모든 영화를 보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슬프게도 타당한 의심이다. 답을 내놓지 못하는 곳들은 소멸할 터다. 혹시 모를 오해를 덜기 위해 얘기하자면 나는 지금 '영화'가 아닌 '영화관'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영화는 모습을 바꿔가며, 상영 시간과 형태를 다양화하며 증식할 것이다. 그러나 영화관의 운명은 다르다. 

그러나 끝내 살아남는 곳도 있을 것이다. 이 타이밍에서 다시 한번 <아바타 리마스터링>을 떠올려보자. <아바타 리마스터링>을 노트북으로 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능하긴 해도 그렇게 본 것은 전혀 다른 작품이라 해도 무방하다. 사이즈와 효과가 이 영화의 핵심이므로. 이 작품은 우리로 하여금 극장으로 가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이유를 상기시킨다. <아바타 리마스터링>뿐만이 아니다. <탑건>을 아이맥스관에서, <보헤미안 랩소디>를 돌비관에서, 마블 시리즈를 4D 상영관에서 감상하는 경험은 집에서 구현될 수 없다. 이런 특수관들은 복합 놀이공간의 기능을 수행하며 계속 살아남을 것이다.  

물론 전통적 의미의 영화관도 일부 남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집에 홈시어터를 구비할 수는 없으니. 자신만의 영화관을 마련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일부는 남을 것이다(그러나 요즘 영화값이 OTT 한 달 구독료를 뛰어넘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수요도 점차 줄어들 것 같다). 혹은 극장 자체를 좋아하는 '마니아'를 위해, 영화관에서 보아야만 하는 명작들을 위해 남겨지는 곳도 있을 것이다.

영화관이 전멸할 일은 없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대중적인 지위는 사라지고, 특수관과 전통적 영화관으로 이분된 채 지금보다 적은 수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전망일 뿐이다. 실현되지 않기를 바라는.

그러니 내게 2022년에 돌아온 <아바타 리마스터링>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이것은 단순히 블록버스터 대작의 귀환에 그치지 않는다. <아바타>는 13년의 간극을 두고 전통적 영화관에서 특수관으로, 이리저리 상영 장소를 바꿔가며 영화관의 과거와 미래를 관통한다.

그 행로에서 엿보이는 것은 이제 곧 다가올 영화관의 운명이다. 지금과는 꽤 다를 것이다. 어떤 모습이든 부디 오래 살아남기를. 어쩌면 <아바타 리마스터링>은 시리즈를 시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화관의 미래를 보여주기 위해 지금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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