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보다 가까워진 법...법정드라마 활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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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검승부'·‘천원짜리 변호사’ 등 법조인 내세운 법정드라마 붐
'정의 구현' 대리만족 쾌감 커...액션·스릴러 등 다양한 변주도 장점
"사건 중심 전개 벗어나기 어려워 차별화 한계" 전망도

KBS 수목드라마 '진검승부' 포스터.
KBS 수목드라마 '진검승부' 포스터.

[PD저널=장세인 기자] ‘킹’ 받게 하는 괴짜 변호사부터 '불량 검사', 대형 로펌의 독종들까지. 법조인이 안 나오는 드라마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법정드라마가 활황이다. 

안방극장 편성표를 보면 일주일 내내 변호사나 검사가 주인공인 드라마가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KBS는 주중 드라마 주인공이 모두 법조인인데, 월화드라마 <법대로 사랑하라>는 검사 출신 건물주와 법률상담소를 운영하는 변호사의 로(LAW)맨스 드라마다. 지난 5일 방송을 시작한 수목드라마 <진검승부>는 검사(劍士)가 되려다 부조리한 세상을 엿보고 검사가 된 인물이 주인공이다.

남궁민의 복귀작으로 주목 받은 SBS 금토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는 방송 2주만에 시청률 10%를 훌쩍 넘었고, JTBC는 '성골 법률가' 집안의 이야기를 다룬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을 토일드라마로 편성했다. 

여기에 디즈니플러스도 대형로펌 변호사가 주인공인 오리지널 시리즈 12부작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를 서비스하고 있다. 

올해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포함해 넷플릭스 <소년심판> 등 법정물이 꾸준하게 선을 보였지만, 법정드라마가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는 건 이례적이다. 

JTBC 토일드라마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
JTBC 토일드라마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

OTT 활성화 등으로 드라마 공급이 자연스럽게 증가한데다 다양한 정치·사회 이슈를 담아내는 그릇으로 법정드라마가 부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OTT 채널이 늘어나면서 기존 채널에서는 상황적으로 편성이 쉽지 않았던 다양한 결의 드라마들도 더 기획할 수 있게 됐고, 그러다보니 예전과는 다르게 법정물 안에서도 여러 종류의 기획이 늘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법정드라마는 기본적으로 진실을 드러내고 사회 악을 처단하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한다"며 "갑질이나 왕따 문제 등 당대의 사회 문제를 바로 반영해 등장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라고 말했다. 

<법대로 사랑하라>를 연출한 이은진 PD는 “현실에서 부족하다고 느꼈던 법의 공정함과 사이다 같은 시원함을 판타지로나마 느끼고 싶은 시청자들의 바람이 법정드라마의 정의수호 캐릭터들을 만들었다고 본다"며 "자폐 변호사, 까페를 차린 변호사 등 법정 싸움에서 벗어나 좀 더 현실에 가까워진, 새로움을 가미하려는 노력도 보인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발달장애인이 살인 누명을 쓴 사건 등을 통해 편견이 만연한 사회에 경종을 울렸고, <법대로 사랑하라>에서는 '층간소음' '중고거래 사기' 등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사회 이슈를 다뤘다. 

SBS 금토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
SBS 금토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

법정드라마가 범람하다보니 방송사나 제작진 입장에서는 차별화가 최대 숙제다. 

김재현 <천원짜리 변호사> PD는 “제작하는 입장에서도 법정드라마가 많다고 느껴진다. 특정 코드가 유행하면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대본들이 맞물리는 경우가 생기는데 작년, 재작년에 법정물 대본이 많은 것을 보고 올해 유독 방영작이 많겠구나 생각했다”면서 “<천원짜리 변호사>는 변론하는 장면보다 법정에 들어가기 전 문제를 색다르게 바라보고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 유쾌한 히어로물”이라고 말했다.

법정 변론 중심에서 벗어나 코미디, 느와르, 미스터리를 버무린 복합 장르는 최근 법정드라마에서 보이는 두드러진 특징이다. 특히 드라마의 색깔이 드러나는 캐릭터 설정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천원짜리 변호사>는 ‘수임료 단돈 천원’으로 해결 못하는 사건이 없는 변호사 천지훈(남궁민)을 내세워 '법정 활극'을 표방했다. <진검승부>의 진성(도경수) 검사는 “더러워도 참고, 우리는 위에서 시키는 일만 하면 된다”는 동료 검사에게 “더러운 건 치우는 것”이라고 일갈하는 ‘생태계 교란종’으로 그려진다.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은 성골 법률가 계보의 정점에 있는 부장 검사를 내세워 정재계 카르텔을 정조준하고 있다.   

하지만 법정드라마 범람이 지속할지는 미지수다. 장르를 변주하더라도 변호사, 검사가 다양한 사건을 해결한다는 스토리를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메시지를 담은 드라마도 공존하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나 <천원짜리 변호사>  등을 보면 이제 우리 사회가 법을 통해서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동시에 불공정과 부조리에 대한 분노가 존재하기 때문에 '정의 구현' 카타르시스를 주는 드라마가 호응을 얻는 것”이라며 “하지만 비슷한 장르가 쏟아지면 차별화에도 한계가 오기 때문에 법정드라마가 계속 인기를 끌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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