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주인공 살펴보니...'남성' '수도권' 재현 비율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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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한국영화 포용성 지표 7대 항목 중간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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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홍대 인디스페이스에서 '한국영화의 포용성 지표 개발 및 정책방안 연구'의 중간발표가 진행됐다. ⓒPD저널

[PD저널=장세인 기자] 지난 5년 동안 상영된 한국영화의 주인공을 살펴봤더니 인구통계보다 남성과 수도권 지역의 재현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은 홍대 인디스페이스에서 ‘한국영화의 포용성 지표 개발 및 정책방안 연구'(이하 포용성 연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영화·영상산업에 적용될 수 있는 포용성 지표를 처음으로 마련한 것인데,  성별, 인종, 연령, 지역, 계급, 장애, 성(sexuality)이 항목에 포함됐다. 

7대 표용성 지표와 함께 한국영화를 대상으로 조사한 ‘다양성 통계’도 공개됐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극장 개봉한 흥행 상위 40%의 일반영화(128편)와 독립예술영화(282편), OTT 오리지널 영화(16편) 총 426편을 대상으로 했다. 

인구통계 대비 영화 속 재현비율을 주인공을 기준으로 지역, 성별, 연령, 비한국인, 장애인, 성소수자 등으로 각각 나눠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분석 결과 분석 대상이 된 영화 속 주인공 성별은 여성이 인구통계 대비 11.7% 더 낮게, 남성은 11.7% 더 높게 재현됐다. 실제 인구는 여성이 50.2%로 더 많지만 분석대상 영화의 주인공은 여성이 38.4%, 남성이 61.6%를 차지했다. 여성 대 남성 비율을 보면 일반상업영화는 2:8, 독립예술영화는 4:6으로 드러나 다른 어떤 지표보다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간의 차이가 두드러졌다.

지역별로는 ‘서울 및 수도권’이 인구통계 대비 10.1% 더 높게 재현됐다. 표준어 사용 항목에서 보면 일반상업영화가 독립예술영화보다 압도적으로 표준어 사용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비표준어를 사용한 인물을 분석한 결과 다양성을 높이기보다는 대부분 악인 또는 적대 인물로, 불법‧위법‧부패집단으로 표현됐다.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한 비율은 9%로 장애인 비율인 5%보다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일반상업영화의 경우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다루는 비율이 높지 않지만 다뤘을 땐 장애를 그 주제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인구의 3%를 차지하는 이주민의 재현비율은 4%로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여기에는 분석대상 영화에 <랑종>(2021)과 <클레어의 카메라>(2018) 등 외국인을 등장시킨 영화가 포함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연령별로는 40~49세 사이 연령대의 주인공이 영화에서 25.2%를 차지하며 가장 많이 재현되었다. 60세 이상 연령대는 실제 인구의 25.9%를 차지하지만 영화에서는 11.2%밖에 등장하지 않았다. 한국에 없는 성소수자 인구통계는 미국과 독일을 참조해 전체 인구의 7%로 봤는데 한국영화에서 성소수자 주인공은 3% 정도로 나타났으며 독립예술영화에서만 13편이 나왔다.

책임연구원인 김선아 영상예술학 박사는 “이 연구는 공공영역을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던지고 해결해보려는 연구”라면서 “공공영역을 민주주의의 장이라고 했을 때,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고 평등을 실현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내가 여자니까, 아니면 장애인인데 어떻게 영화감독이 되겠어’라는 식의 적응적 선호를 갖게 되는 것이 아닌 개인이 선택할 자유를 최대한 제공해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공영역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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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홍대 인디스페이스에서 '한국영화의 포용성 지표 개발 및 정책방안 연구'의 중간발표가 진행됐다. ⓒPD저널

김선아 박사는 “영화인 15명을 대상으로 한 표적집단면접(FGI) 연구를 실시한 결과 구조적 문제를 많이 토로했다. 일정한 흥행공식 속에서 상업영화가 움직이고 투자‧배급되다 보니 다양성 시장이 형성이 되지 않는다”며 “다양성을 위한 시장을 열고, 교육을 통해 진입장벽을 낮추는 등 평등(equality) 안에 공정(equity)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한 조혜영 영화평론가는 “가장 종합적인 다양성 표준을 가지고 있는 영국영화협회(BFI)에서는 미디어센터 등 공공기금을 지원받으려면 체크리스트를 반드시 제출하도록 한다. 영화라는 것이 상업적 이익이나 개인의 창조적 작품을 만드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 사회에 영화문화인을 만든다는 일종의 책임을 가져야 한다”면서 “영화진흥위원회에 상설 컨설턴트가 자문을 해주거나 다양성 접근성과 관련된 코디도 있다. 우리 목표는 다양성을 통해 영화문화가 풍성해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용성 연구 최종 결과는 오는 11월께 나올 예정이다. 20일부터 22일까지 홍대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리는 ‘2022 한국영화 다양성 주간’은 한국영화의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를 발견하고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영화진흥위원회와 (사)여성영화인모임이 주관하고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이 주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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