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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눈

|contsmark0|자연과학은 깡통! 소리가 날 법한 내가, 얼마 전 사이언스 북스에서 출판한 ‘파인만 씨, 농담도 잘 하시네’라는 물리학자 자서전을 기적적으로 읽게 됐다. 읽어보신 분들은 잘 알겠지만 물리학자인 파인만의 괴짜 인생을 다룬 이 책에는 파인만에 관한 유명한 일화가 많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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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수이기도 했던 파인만이 브라질 리우 대학에서 열 달 동안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다. 브라질 학생들을 만나면서 파인먼은 두 번 놀란다. 초등학생들이 또래의 미국 학생들은 엄두도 못 낼 물리학 공식들을 줄줄 외우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감탄이 채 가시기 전에 파인만은 같은 물리학 질문이라도 조금만 달리 하면 학생들이 당황하며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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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약속한 기간이 다 되어갈 즈음 파인만은 지난 열 달 동안의 강의 경험을 이야기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강단에 올라선 파인만의 첫 마디는 이랬다. 브라질에는 과학이 없다! 증거를 보여주기 위해 파인만은 브라질 과학 교과서의 아무 곳이나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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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마찰 형광에 대해 다루고 있군요. 읽어 보겠습니다. ‘마찰형광이란 결정체가 부서질 때 빛이 방출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 과학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여기에는 자연에 관한 어떤 언급도 없습니다. 어떤 결정이 부서지면서 마찰 형광을 내는지, 왜 빛이 나오는지 설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집에 가서 실험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까? 학생들은 실험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썼다고 합시다. ‘캄캄한 방에서 설탕 덩어리를 망치로 부시면 파란 빛이 난다. 몇 가지 다른 결정에도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왜 그런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현상을 마찰형광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누군가 집에서 직접 해 볼 수 있습니다. 브라질 학생들은 이런 교과서로 자습합니다. 그리고 시험에 합격합니다. 그러나 과학자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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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파인만은 이런 엉터리 교육 체계 아래서도 희망은 남아있다고 말했다. 2명의 학생은 잘해나가고 있고 그래서 절망은 아직 이르다고 했다. 하지만 파인만의 칭찬 아닌 칭찬이 끝날 즈음 잘 해나가고 있다는 그 두 명의 학생이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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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저는 브라질에서 교육을 받지 않았습니다. 독일에서 쭉 자라왔고, 작년에 브라질로 이민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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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저는 전쟁 중에 브라질에서 공부를 했는데 교수들은 대학을 떠났고, 혼자서 책을 읽으며 공부를 했기 때문에 브라질 체계 아래서 배운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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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화를 듣다보면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구나 싶다. 브라질 학교와 별반 차이가 없는 우리나라의 학교에 내 딸이 곧 입학해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절망에 가까운 한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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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희한한 것은 이런 사실을 똑똑한 나만 깨달은 것인가 하면 애를 키우든, 그렇지 않든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 바보 같은 짓을 해마다 되풀이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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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배기 우리 딸은 요즘 제 엄마와 함께 수채물감과 색종이로 재미있는 미술놀이도 하고, 대여섯살 많은 언니, 오빠들이 지은 노래도 부르고, 과천 과학박물관같은 훌륭한 놀이터에서 제 또래 친구들과 재미있게 주말을 보내고 있다. 학교가 안 생겼으면 아마 부모들이 늘 간섭하고, 그 부모 중의 한 사람이 훈장을 했을 서당에서 이런 공부를 했으리라 믿는다. 그런데 이런 사교육을 국가가 학교라는 이름으로 묶었다면 마땅히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 아닌가? 자기 자식 키우듯 멀리 내다보고, 정성스럽게 키워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교육부총리 앞에서 벌어지는 요즘 광경을 보면 슬픈 생각부터 든다.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에요’ 외치는데 나라에서는 의자앉기 놀이에만 골몰하고 있다. 사람은 수십 명인데 의자는 하나. 빙글빙글 돌다가 호루라기 불면 빨리 앉아요! 신문과 방송도 부총리라는 명패에만 목소리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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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 미래다. 백 번 옳은 말이다. 그런데 요즘의 행태를 보면 그 미래가 의자 두고 뺑뺑이 도는 사람들만의 미래 같아 열 받는다. 열 받지 말라고? 누구나 자식 문제 앞에서는 오버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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