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 사랑하라’, 유의미한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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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종영하는 KBS ‘법대로 사랑하라’가 주목한 사건들의 공통점

지난 5일 방송을 시작한 KBS '법대로 사랑하라'
25일 종영하는 KBS '법대로 사랑하라'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을 억지로 벽에 밀어붙여 키스를 하는 이른바 ‘벽치기 키스’는 최근 드라마에서 사라지고 있다. 한때는 로맨스로 미화되고 포장됐지만, 이런 장면은 이제 ‘폭력’으로 인식된다. 실제로 아름답게 연출되곤 하는 그런 장면에서 음악을 지우고 카메라 무빙을 멈춘 채 마치 CCTV를 들여다보듯 연출한다면 그건 영락없는 ‘성폭력’의 현장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대신 멜로드라마에서도 남녀가 키스를 할 때 상대방에 동의를 구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청춘기록>에서는 혜준(박보검)이 정하(박소담)에게 “나 지금 하고 싶은 게 있는데 허락이 필요해”라고 묻고, 정하가 “허락할게”라고 답하자 키스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에서 키스를 나눈 후 정하는 혜준에게 이렇게 묻는다. “생각해 봤는데 언제든 해도 돼. 나도 그래도 돼?” 그러자 혜준은 이렇게 답한다. “넌 뭐든 돼.”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풋풋한 청춘남녀들의 키스장면이지만, 친한 사이에도 서로 동의와 허락을 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멜로는 남녀 간의 사랑을 담는다는 점에서 시대적 감수성에 예민하다. 과거엔 로맨스로 포장된 상황이 지금은 폭력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 관점으로 보면 KBS 월화드라마 <법대로 사랑하라>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가 보다 선명하게 보인다.

애초 이 드라마는 법정 바깥으로 나온 법정드라마로 알려졌다. 김유리(이세영) 변호사가 로펌을 나와 ‘로(Law) 카페’를 차려 법정에 가기 전 법률상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설정이 그것이었다. 그래서 초반에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 같은 걸 소재로 다뤘을 때는 이 드라마의 제목인 <법대로 사랑하라>는 법의 잣대로만 싸울 게 아니라 서로 상대방을 이해하는 관점으로 화해의 방법을 찾으라는 의미로 읽혔다.

KBS '법대로 사랑하라' 방송 화면 갈무리.
KBS '법대로 사랑하라' 방송 화면 갈무리.

하지만 세입자와 건물주로 다시 만난 심유리와 그의 전 남친 김정호(이승기)의 '티키타카' 로맨틱 코미디가 이어지고, 더불어 성폭력 사건 스토킹 범죄 같은 남녀 관계에서 벌어지는 소재들이 두드러지면 이 제목은 다른 의미로 읽히기 시작했다. 그건 사랑으로 포장된 범죄를 지적함으로써 제발 법대로 좀 사랑하면 안되겠냐는 뉘앙스가 담기게 된 것이다.

5회에 등장한 가사도우미 성폭력 사건은 도우미의 동의 없이 마구 스킨십을 하고 그것이 사랑이었다고 말하는 집주인에게 일침을 날리는 에피소드를 다뤘다. 그것은 누가 봐도 성범죄라는 게 분명한 사안이었다. 흥미로운 건 이 사건과 더불어 김유리가 김정호에게 동의 없이 키스를 한 사건(?)을 더해 놓았다는 점이다. ‘키스의 적법성에 관한 고찰’이라는 부제를 단 이 회차는 성폭력이 명백한 범죄 현장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흔한 남녀관계 속에서도 ‘동의가 없어’ 벌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범죄가 결국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라고 할 때, 성범죄는 때론 사랑의 탈을 쓰고 벌어질 수 있다고 드라마는 말한다. 

또 정신과 의사 박우진(김남희)이 자신에게 집착하는 한 여성으로부터 지속적인 스토킹을 당하는 에피소드에서도 드라마의 이런 면모가 두드러진다. 과거 자신의 환자였다는 이유로 연민의 시선으로 이를 방치했던 박우진은 결국 그 스토커에게 이렇게 말한다. “다영씨는 나를 병들게 해요. 당신은 나를 힘들게 해요. 질리게 해요. 아주 미치게 해요. 그러니까 제발, 제발 다시는 나와 내 소중한 사람들 앞에 나타나지 마세요.”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분명한 선을 긋는 장면이다. 

물론 <법대로 사랑하라>는 이러한 교육적인 내용(?)이 의식적으로 담겨져 있어 드라마적인 묘미가 다소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KBS라는 공영방송에 어울리는 내용이기도 하다. 시대에 맞는 달라진 감수성이 요구되고, 그것이 본래 사랑이 아니고 나아가 범죄가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드라마. 이 시대의 사랑법을 알려주는 것으로도 <법대로 사랑하라>의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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