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발달 늦은 아이들, 코로나19 가혹한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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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격리 영유아 발달에 영향...사회적 대책 필요

어린이집에서 원아들이 마술 공연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뉴시스
어린이집에서 원아들이 마술 공연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뉴시스

[PD저널=김지원 EBS PD] “‘뱀’과 ‘개구리’ 중 더 긴 낱말은?” 성인이라면 이 질문에 황당한 표정을 지을 것이다. "이렇게 쉬운 걸 질문이라고 해?"라는 반응을 담아. 다섯 살 아이들이라면 어떨까? 만 5세 아이들도 성인과 비슷하다. “개구리가 더 길어요”라고 답하며 ‘당연한 걸 묻다니!’ 의기양양해 할 것이다.

3세라면? 만 3세의 아이들은 이 질문에 대해 일반적으로 ‘개구리’가 아닌 ‘뱀’을 택한다. 왜? 뱀이 개구리보다 몸통 길이가 기니까. 

이 차이는 말소리를 다루는 상위 인지 능력의 유무에서 나온다. 만 세 살의 아이들은 말소리 자체를 대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없다. 뱀과 개구리 중에 어떤 단어가 더 긴지에 대한 답은 낱말 안에 여러 개의 소리가 있고, 각각의 소리에 낱글자들이 대응된다는 것을 알아야 답할 수 있다.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소위 소리와 문자의 대응 원리를 깨친 이들에게는 황당할 만큼 쉬운 문제지만, 그걸 알기 전에는 ‘이게 무슨 소리지?’라고 할 만큼 어려운 문제다. 

말소리(음가)를 인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 능력은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문해 환경 속에서 지속적으로 자극을 받을 때 발달한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누구나 말을 하고 말소리를 구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모든 과정이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언어는 발현적이다. 학교에 들어가 공식적으로 배우기 이전에, 태어나면서부터 주변 사람, 환경 등에 의해 자연스럽게 발달한다. 이 과정이 누적되고 쌓이면서 어느 날 아이들이 말을 하고, 글자를 읽고, 쓰게 된다. 문해 환경과 문해 자극이 양적으로, 질적으로 부족하면 아이들의 언어 발달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난 12일 성남시의 영유아 발달 상태 조사 결과를 전한 KBS 뉴스 화면 갈무리.
지난 12일 성남시의 영유아 발달 상태 조사 결과를 전한 KBS 뉴스 화면 갈무리.

이달 초, 코로나19 이후 영유아 발달에 대한 첫 조사 결과가 성남시에서 발표됐다. 성남시가 지난 3월부터 생후 42개월 미만 영유아 800명의 발달 상태를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의 19%가 언어 기능에서 경계 및 발달 지연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운동과 적응 행동 역시 11%가 추후 관찰 또는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왔다. 조사를 담당한 전문가는 코로나 기간 동안 부모 외 다른 성인 및 또래들과 언어 자극과 신체 활동이 감소한 것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2021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결과도 동일한 경향성을 보여준다. 5세 미만 말하기 언어 장애 환자 수가 2017년 7075명에서 2021년 9219명으로 약 30% 정도 증가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발달위원회 소속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언어 장애 진료 건수가 최대 30% 정도 늘었으며, 경계성 지능과 학습장애도 팬데믹 이전보다 더 많이 발견되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유아기 언어 발달은 이 시기 아이들의 거의 모든 영역의 발달에 영향을 끼친다. 신체, 인지, 언어, 사회성 학습에도 절대적이며, 특히 아이들의 집중력, 체계화, 계획, 활동 전환 등 무언가를 하기 위한 실행 능력을 키우는 데 언어 능력이 주요하게 작용한다. 생애 초반부의 몇 년은 인지 능력의 기초를 쌓는 중요한 시기라는 점에서, 유아기 발달을 이끄는 언어 발달과 언어 지체 정도는 유아들의 발달 상태를 확인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지연은 장애가 아니다. 특히 유아기는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면 정상적인 발달 수준으로 회복이 가능하다. 이 말은 적절한 조치가 없다면, 특별한 어려움 없이 성장할 수 있는 아이들이 겪지 않아도 되는 불편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유아 언어 발달에 대한 결과가 나온 것은 성남시가 처음이지만, 이 문제가 성남시에만 한정될 리 없다. 열 명 중 두 명의 아이는 언어 발달에 큰 알람이 켜졌다. 내 아이 문제니까, 부모 개별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일까? 이 아이들이 사회적 지원이나 특별한 대책 없이 이대로 자라도 괜찮을까? 지금도 아이들은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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