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못 보는 학원물 범람...눈길 끄는 EBS '네가 빠진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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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좀비 소재 앞세운 '청소년 관람불가' 학원물
청소년 드라마 '네가 빠진 세계', '빙의물' 접목해 대중성 높여
“10대 현실 고민 다루는 성장 드라마 필요”

EBS '네가 빠진 세계' 포스터. ©EBS
EBS '네가 빠진 세계' 포스터. ©EBS

[PD저널=장세인 기자] 마약, 좀비 등 자극적인 소재를 내세운 학원물 범람 속에 순도 높은 EBS 하이틴 드라마 <네가 빠진 세계>가 돋보이고 있다. 

지난 20일 방송을 시작한 <네가 빠진 세계>(목·금 오후 7시 방송)는 EBS가 지난해 선보인 <하트가 빛나는 순간>에 이은 EBS표 하이틴 드라마다. 4년차 아이돌인 18살 유제비(나나)를 주인공으로 SNS에 익숙한 10대의 고민을 진지하게 그려낸다. 유제비는 현실세계에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지만, SNS에선 학교폭력 의혹, 성형설, 인성논란 등 악플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지난 19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하트가 빛나는 순간>에 이어 <네가 빠진 세계>연출을 맡은 손예은 PD는 “디지털 기기들이 공기처럼 당연한 세상에서 10대들의 문제들을 보다 안전하고 덜 자기파괴적으로 해쳐나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드라마를 통해 같이 고민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10대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는 꾸준하게 나오고 있지만, 평범한 청소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드라마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좀비, 마약, 학교폭력 등 눈길을 끄는 소재를 앞세운 스릴러, 범죄물이 대부분이다. 10대가 나오지만, 성인을 대상으로 한 드라마들이다. 

학교를 배경으로 한 좀비물 <지금우리 학교는>은 주요 출연진이 고등학생이었지만, 잔인한 장면이 많아 '18세 이용가'로 공개됐다. 시즌에서 올 초부터 연달아 선보인 <소년비행1‧2>는 10대 학생이 마약 운반 수단으로 이용되다 큰 돈을 벌기 위해 대마밭을 키우는 설정으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디즈니플러스가 11월 9일에 공개하는 <3인칭 복수>는 10대들이 쌍둥이 오빠의 죽음을 파헤치고 친구들의 복수 대행을 하는 등 고자극 하이틴 복수 스릴러를 표방한다.  웨이브에서 11월 18일에 공개하는 <약한영웅 Class 1>은 왜소한 모범생이 파이터 친구를 사귀게 되면서 학교 폭력에 대항해나가는 액션 드라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학생이나 학교를 배경으로 하더라도 자극적인 콘텐츠가 많다. 글로벌 OTT의 영향도 크고, 보통 대중적 인기를 위해 현실 고민과 동떨어진 좀비나 공포물 등 장르물과 결합한다”며 “공영방송이 현실적인 측면에서 10대들이 볼 수 있는 좋은 주제의식을 가지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웨이브 '약한영웅 Class 1'과 디즈니플러스 '3인칭 복수'.
웨이브 '약한영웅 Class 1'과 디즈니플러스 '3인칭 복수'.

<네가 빠진 세계>는 10대들이 선호하는 웹소설 장르인 '빙의물'을 접목했다. 교육 목적을 강조하다보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데, 주인공이 웹소설에 나오는 인물에 빙의되는 설정으로 대중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손예은 PD는 “10대들이 부담 없이 좋아할법한 장르인 빙의물이라는 소재를 쓰면서도 부모님 세대들도 10대시절을 떠올리면서 볼 수 있는 말랑말랑한 하이틴 로맨스”라면서 “보다 많은 시청자가 이야기에 매력을 느껴서, 다양한 세대가 <네가빠진 세계>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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