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문건, 참사 공감커녕 시민·언론 감시 대응 방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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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와 언론 동향 보고한 '경찰청 문건' 파장
언론노조 "정권 안위에만 몰두하는 증거…언론통제 망령 부활"

SBS가 공개한 이태원 참사 관련 경찰청 '정책 참고자료'

[PD저널=엄재희 기자] 이태원 참사 직후 시민단체와 언론의 동향을 파악한 '경찰청 문건'에 대해 언론‧시민사회단체가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SBS의 보도로 공개된 경찰청 '정책 참고자료'를 보면, 경찰은 '이태원 사고 관련, 정부 부담 요인에 관심 필요' '이태원 사고 관련, 주요 단체 등 반발 분위기' '이태원 사고 관련, 온라인 특이여론' 등 시민사회계와 언론 동향을 파악했다. 문건은 "일부 진보성향 단체들은 '세월호 이후 최대 참사'로서 정부 책임론이 확대될 경우 정권 퇴진운동으로까지 끌고 갈 계획 논의중"이라며 민주노총,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주요 단체의 동향을 정리해 놓았다. 또 "'세월호 사고'와의 연계 조짐도 감지"된다며, 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SNS에 올린 글을 파악하고, 세월호 집회를 주도했던 인권 활동가 실명을 거론했다. 해당 문건은 이태원 참사 이틀 뒤인 10월 31일 작성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는 3일 성명서를 내고 "결국 이 문건은 경찰청뿐 아니라 윤석열 정부 전체가 생때같은 젊은 목숨들을 앗아간 참사에 진정한 책임도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오직 악화된 민심 속에 국민이 아닌 정권의 안위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경찰청 문건'은 언론의 동향을 담고 있어 '후진적 언론관'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는다. 문건은 "언론은 통상 대형참사 발생 시 '희생자 추모, 원인분석, 정부비판'의 흐름을 보이며, 점차 비판 보도를 늘리는 경향"이 있다며 "이태원 사고에서도 '정부 책임' 관련 보도량이 30일 00~13시에는 9건이었으나, 13~20시에는 108건으로 대폭 증가하였고, MBC PD수첩 등 시사 프로그램들도 심층 보도를 준비 중이어서 '정부 책임론' 부각 소지"는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언론노조는 성명에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언론통제, 여론조작 시도의 망령이 부활한 것이 아닌지 의심할 지경이다"라며 "국가의 역할을 망각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정권이 자신들을 향한 시민의 분노가 언론의 선동 때문이라는 독재정권이나 가능했던 망상을 반복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 문건은 내부 보고용이라는 핑계로 무마될 사건이 절대 아니다"며 "이 문건의 작성 지시자, 목적, 최종 보고 대상까지 낱낱이 규명돼야 하며, 위법적 요소가 드러나면 응당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문건에서 언급된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민주노총, 전국민중행동, 언론노조,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은 3일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사회 사찰"이라고 규탄했다. 

민주노총, 언론노조 등이 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이태원 참사 시민사회 여론동향 문건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사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집회에 참석한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들이 비판하면 사찰하는 더러운 의도가 이 문건에 그대로 묻어 있다"며 "이 문건을 경찰이 자발적으로 생산했다고 믿을 수 없고, 권력 핵심의 누군가가 요구했을 것이다. 윤 정부는 이 문건에 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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