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방 예능' 무한 변주...익숙한 공간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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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정보 전달에 집에 담긴 제각각 사연까지

지난달 25일 방송을 시작한 JTBC '손 없는 날' 포스터.
지난달 25일 방송을 시작한 JTBC '손 없는 날' 포스터.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집 관련 프로그램이 트렌드에 따라 변주되고 있다. 인테리어, 리모델링, 부동산 컨설팅, 라이프스타일에 이어 일반인 출연자의 사연을 통해 집이라는 공간을 재조명하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해외 여행 예능이 재개하면서 일상으로부터 일탈, 이국적이고 낯선 공간에 관한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삶의 터전인 ‘집’이라는 공간은 여전히 대중의 주목도가 높은 소재일 수밖에 없다. 

‘집방’은 시초는 MBC<일요일 일요일 밤에-러브하우스>로 볼 수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양심 냉장고>와 같은 공익 예능이 인기를 끈 가운데 방영됐다.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는 일반인 출연자의 집을 선정해 대대적으로 개조했다. 리모델링의 극적 변화를 추구하다 보니 간혹 잡음이 흘러나왔지만, 웃음과 감동이 담긴 이야기를 전했다.

최근 ‘집방’에서는 재건축보다 실생활에서 접목할 수 있는 인테리어 위주 정보를 전달한다. 한정된 예산으로 리모델링하는 SBS<랜선 집들이 전쟁-홈스타워즈>가 제작됐고, tvN<신박한 정리>에서는 미니멀라이프 트렌드에 발맞춰 살림살이를 간소하게 재배치‧수납하는 방법을 담아냈다.

근래 부동산 침체기 이전까지만 해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집값에 부응하듯 ‘집’의 가치를 높이는 예능도 쏟아졌다. MBC 파일럿<돈벌래>에서는 제목만큼이나 내용도 노골적이었다. 부동산 전문가를 섭외해 해당 지역에 대한 현장을 답사하며 알짜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고 평가했다. 집값 상승이 사회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시세 차익을 강조하는 투자 ‘팁’을 부각하는 게 적절하냐는 비판이 나왔다.

SBS<하우스 대역전>에서도 주택을 활용한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전했다. 반면 MBC<구해줘 홈즈>에서는 예산에 맞춰 집을 구하기 힘든 현실을 반영하듯 실용적인 중개 정보를 다루고 있다. 

‘집’이라는 공간을 재해석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캠핑을 떠나거나 오지에서 ‘차박’하는 등 ‘촌캉스’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일주일 중 닷새는 도시에서, 이틀은 촌에서 사는 ‘5도2촌’처럼 일과 생활의 반경을 넓히는 데 관심이 높아졌다. tvN<삼시 세끼>‧<바퀴 달린 집>‧<어쩌다 사장>, JTBC<시고르 경양식> 등 불안과 경쟁을 벗어나 ‘러스틱 라이프’를 실현하는 방송 소재가 인기를 끈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또 최별 MBC PD는 연고도 없는 전북 김제에 4500만 원짜리 폐가를 사서 고쳐나간 과정을 담은 유튜브 채널 <오느른>을 운영하면서 구독자 30만 명을 넘기며 잔잔한 파장을 일으켰다. 

KBS '세컨 하우스' 지난 1일 방송 화면.
KBS '세컨 하우스' 지난 1일 방송 화면.

현재 방영 중인 KBS<세컨 하우스>도 ‘집 수리’에 초점을 맞췄다. 최수종‧하희라 부부와 배우 주상욱‧조재윤이 시골의 빈집을 리모델링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샌딩 작업부터 정화조 제거, 천장 미장까지 오래된 가옥을 직접 수리하는 데 참여하고 있다. 과거에 방영된 SBS<나의 판타집>에서는 연예인이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집에서 1박 2일간 살아보고, 집에 대한 게스트의 평가를 들어봤다면, <세컨 하우스>에서는 도시를 벗어나 자신만의 안식처를 직접 꾸민다는 데서 한적한 곳에서 ‘한 달 살기’ 체험을 원하는 대중에게 대리만족을 안겨준다. 

지난 25일 첫 방송된 JTBC<손 없는 날>에서는 결혼 후 분가, 인생 첫 독립, 가족의 증가와 축소 등에 따른 이사에 얽힌 사연에 주목한다. 생애주기에 따라 ‘집’이라는 공간은 물리적 변화뿐 아니라 우여곡절 스토리도 품고 있기 때문이다. 13년 만의 야외 예능에 나선 신동엽과 배우 한가인이 나서 일반인 출연자들의 새로운 시작과 끝에 관한 인생 스토리를 전하고 있다.

이처럼 ‘집’을 무대로 한 예능은 과거엔 쇼와 변신을 강조했다면 갈수록 ‘생활 밀착형’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집’이 휴식처이자 여가, 사무실 등으로 확장된 만큼 다양한 생활 공간에 관한 대중의 관심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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