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에 아른거리는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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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월화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에피소드 중심으로 주인공 서사 흐릿
이서진 주연에 갑질·횡령 의혹 ‘후크 엔터’ 잔상도

tvN 월화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tvN 월화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세상 가장 쓸 데 없는 일이 ‘연예인 걱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연예인 혹은 연예계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속설이 있다. 연예인의 일상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높을지 몰라도 이를 드라마로까지 보고픈 마음은 아니라는 것.

그런 점에서 프랑스 원작을 리메이크한 tvN 월화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는 시작점부터 어딘가 정서적인 장벽을 마주한 느낌이다. 게다가 리메이크 드라마는 원작과의 비교가 이뤄진다는 점에서도 부담이 적지 않다. 실제로 이 드라마에서 천제인(곽선영)과 이상욱(노상현)이 메쏘드엔터 매니지먼트 팀장과 그 회사를 내사하러온 국세청 조사국 팀장으로 만나 썸을 타고 멜로 관계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레즈비언의 러브라인으로 그려진 원작과 다르다는 점은 원작 팬들의 원성을 불러 일으켰다. 정서적, 문화적 차이가 있어서 바꾼 설정이라고 해도 이 변환에 담겨진 보수적 관점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가 처한 진짜 문제는 매회 실제 연예인들이 카메오로 특별 출연해 에피소드별로 구성되어 있는 이야기 구조다. 첫 회에 조여정이 출연해 타란티노 감독의 캐스팅이 불발되어 겪는 배우와 매니저 간의 갈등이 다뤄졌고, 2회에는 극단 시절부터 절친이었지만 캐스팅 때문에 갈라서게 된 이희준·진선규 배우가 한 역할을 두고 쟁탈전을 벌이는 이야기가 전개됐다. 이런 식으로 3회에는 김수미·서효림이, 4회에는 <어벤져스> 배우로 잘 알려진 수현이, 5회에는 박호산·오나라가, 6회에는 김수로와 김호영이, 7회에는 김소현·손준호 부부가 출연했다. 이들은 슬쩍 슬쩍 자신들의 진짜 이야기를 드라마에 담음으로써 허구와 사실 사이를 오가는 색다른 묘미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카메오 구성은 결과적으로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의 중심적인 주인공 서사를 흐릿하게 만드는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도대체 주인공이 누구인가 초점을 맞추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먼저 메쏘드엔터에서 일하는 마태오(이서진), 천제인, 김중돈(서현우), 소현주(주현영) 같은 인물들이 중심에 서야 하지만, 카메오들의 서사가 에피소드별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들이 주인공으로 보인다. 좋게 보면 모두가 주인공이고, 다양한 관점을 열어두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나쁘게 보면 전체를 끌어가는 중심축이 잘 보이지 않고 나아가 주인공이 없는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다.

여기에 연예인들이 출연해 그들의 실제 이야기를 매 회 드라마 속에 풀어내는 방식은 대중들에게는 일종의 ‘연예인 홍보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실제 연예인의 이야기가 허구 속에 더해지는 방식은 결코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길 수 있는 스토리는 등장하기가 어렵다. 섭외 자체가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해당 에피소드에 출연하는 연예인의 이미지를 좋게 해주는 스토리들로 구성되기 마련이다.

tvN 월화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tvN 월화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물론 연예인들이나 매니저들 중에는 드라마가 그리고 있는 것처럼 존경 받을 만큼 좋은 인성과 능력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대중들은 가끔(요즘은 가끔이 아닌 것 같다) 터져 나오는 연예계 사건들을 통해 모두가 그런 건 아니고 어떤 경우에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범법자들도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다. 최근 이승기에게 그간 음원 정산을 거의 해주지 않은 일로 논란이 불거진 후크엔터테인먼트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는 그런 점에서 의도치 않게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에 영향을 미친다.

과연 드라마 속 저런 매니저가 존재할까. 드라마는 갑작스레 죽은 오너가 거액의 회사 돈을 횡령, 배임했던 일들을 그저 고난 서사 정도로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소속 연예인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끼치는 일이 아닐까. 우연의 일치겠지만 하필이면 이 드라마 속 마태오라는 매니저 역할을 연기하는 이가 후크엔터테인먼트 소속 배우인 이서진이라는 점도 시청자들에게는 자꾸만 잔상을 남긴다. 여러모로 연예인 소재의 드라마가 쉽지 않다는 걸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는 또 보여주는 드라마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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