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재개한 한중일PD 포럼...'콘텐츠 신조류'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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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회 한중일PD 포럼 6일 온라인 개최...'옷소매 붉은 끝동' 등 3개국 화제작 분석
코로나19·OTT 대중화 영향으로 공동제작 관심 커져

20회 한중일 PD 포럼이 3년 만에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PD연합회
20회 한중일 PD 포럼이 3년 만에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PD연합회

[PD저널=박수선 기자] 코로나19로 중단됐던 한중일 PD 포럼이 3년 만에 다시 열렸다. 6일 한국PD연합회와 중국TV예술가협회, 전일본TV방송제작사연맹(ATP)·일본비평가회는 ‘히트 콘텐츠의 신조류’를 주제로 20회 한중일PD포럼을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3년 만에 재개된 한중일 PD 포럼은 코로나19와 OTT 서비스의 대중화가 불러온 새로운 물결을 3국의 제작자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해석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제20회 한중일 PD 포럼 실행위원장을 맡은 야마다 치소 전일본TV방송제작사연맹 텔레콤 직원 대표이사는 “현재 미디어를 둘러싼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지만, TV 프로그램의 제작자가 만들어 내는 콘텐츠의 사회적, 경제적 영향력의 크기는 변함이 없다”며 “3국의 방송계에서 활약하는 제작자가 한자리에 모여 상호이해를 심화시키는 것은 아시아의 방송문화, 사회발전을 위해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여기에서 구축되는 제작자 간의 네트워크가 앞으로 아시아의 영상 산업을 견인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3개국의 화제작을 조명한 심포지엄에선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과 중국 다큐멘터리 <코끼리와의 동행>, 일본 CBC 다큐멘터리 <삐에로로 불리던 아들>이 소개됐다. 

모두 각국에서 큰 인기를 얻은 작품인데, SNS 입소문이 인기를 견인하고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호응이 컸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정지인 MBC PD는 “시청률이 초반에는 좋지 않았지만, 마지막회는 17.4%로 끝을 맺었다. 사극은 펀딩이나 제작비 수급에 어려움이 많은데 배우들 덕분에 방송 전 이미 해외 20여개국에 선판매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20일 한중일 PD포럼에서 소개된 중국 다큐멘터리 '코끼리와의 동행'
20일 한중일 PD 포럼에서 소개된 중국 다큐멘터리 '코끼리와의 동행'

<코끼리와의 동행>은 2020년 중국 원난성의 야생 아시아코끼리들이 생태계의 변화 등으로 서식지를 떠났다가 1년 5개월만에 돌아오는 여정길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중국 외문국 산하 국제커뮤니케이션발전센터, 차이나 리뷰 스튜디오, 텐센트 지속가능한 사회적 가치기구(SSV)가 공동제작한 작품이다.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첸 이지 감독은 “텐센트에서는 지난 8월 12일 ‘세계 코끼리의 날’에 방송을 했는데, 동물 다큐 장르 중에서는 1위를 했다. 홍콩 피닉스TV에서도 1위를 했다”며 “코끼리 떼가 이동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온 이후 SNS에서 화제가 되면서 <코끼리 행군>의 코끼리 떼 추적이 시작됐다. 인터넷 발달로 나타나는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현상인데, 향후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피부 난치병과 싸우는 5세 아이와 부모의 삶을 조명한 <삐에로로 불리던 아들>는 TV가 아니라 유튜브에서 먼저 공개됐다. 2021년 4월부터 방송을 시작한 다큐멘터리는 누적 재생수가 1억뷰를 돌파하며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하라 마코토 PD는 “콘텐츠를 CBC 방송사의 한정된 지역뿐 아니라 전세계로 알린다는 것은 상당히 큰 일이다. 작은 방송사의 다큐는 제작비가 한정되어 있다. <삐에로로 불리던 아들>은 유튜브를 통해 제작비를 마련하는 순환 구조를 만든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중일의 콘텐츠 제작자들은 코로나19에도 이뤄졌던 공동제작, 협업의 노하우와 가치도 나눴다. 
 
아시아 여성 인권을 조명한 <김지영, 허 스토리>는 한국의 제작사 타임앤미디어와 일본의 제작사가 공동제작한 작품이다. 2020년 한국에선 TV조선를 통해 방송됐고, 일본에선 홋카이도문화방송(UHB)이 편성했다. 

삿포로에 있는 제작사 A의 겐지 하야시 PD는 “한국에서 <82년생 김지영> 소설이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보통 여성의 사회진출, 취업, 결혼 문제 등을 다뤘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다”며 “가장 큰 문제였던 자금 조달은 한국의 콘텐츠진흥원과 일본 측의 출자로 해결할 수 있었다. 지역 제작사 입장에서는 지속적으로 다큐를 만들 수 있는냐가 가장 큰 숙제다. 자금 확보가 어려운 로컬에선 국제공동제작에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국 PBS 방송사와 공동제작해 2021년 방송된 EBS '여섯 번째 대멸종'
태국 PBS 방송사와 공동제작해 2021년 방송된 EBS '여섯 번째 대멸종'

코로나19로 어렵게 추진한 협업이 새로운 발견, 기회를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방송된 EBS <여섯 번째 대멸종>은 태국의 PBS와 협업한 다큐멘터리였다. 중국 격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A Long Cherished Dream>는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국 다큐멘터리 감독 말콤 클라크가 참여했다. 

<여섯 번째 대멸종>을 연출한 백봄 프리랜스 PD는 “태국에서 진행한 촬영은 현지 스태프가 주도했는데, 노하우가 담긴 결과물을 보고 경제적·시간적으로 효율적인 선택이었음을 확인했다”며 “코로나19로 편집과정을 함께하지 못한 태국 스태프가 촬영한 영상에 음악을 붙여 보내왔는데, 같은 아시아라도 감정의 온도 차이가 있다는 걸 느꼈다. 비언어적 교감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걸 완성도 높은 작품을 제작하면서 경험했다“고 했다.  

<A Long Cherished Dream>의 마이오 퉁 PD는 “클라크 감독은 중국에 관심이 많아 작품에 합류했다. 해외 스태프가 작품에 참여하면 외국인의 관점으로 그동안 당연하다고 느낀 점을 부각해서 보여줄 수 있다. 해외 이용자의 요구를 잘 알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본 기획사와 <아이돌 라디오 라이브 인 도쿄> 공연을 공동제작한 손한서 MBC PD는 “코로나19로 끊겼던 한일 문화교류를 위한 MBC의 첫 번째 콘서트로, 많은 케이팝 아이돌이 출연했고, 티켓이 매진되면서 흥행을 거뒀다”며 “일본에서 콘서트를 개최할 계획이 있고, 기회가 있다면 중국, 동남아시아에서도 콘텐츠를 개최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IP를 활용한 글로벌 협력이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중일 PD들이 입을 모아 강조한 글로벌 협력 파트너로는 자본과 유통망을 모두 가진 OTT 플랫폼이 관심을 받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OTT 플랫폼 아이치이를 소개한 비 위시 아이치이 편집장은 “유료회원 수익이 높은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2021년 유료멤버십을 통해 167억 위안(3조 1551억원)의 매출을 얻었는데, 훌륭한 콘텐츠에 유저들이 만족해서 등록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과의 협업 계획을 묻는 질문을 받고 “한국과 일본과의 협업이 제작년에는 잘 이뤄지지 않았지만, 회사 차원에서 앞으로의 협업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며 “시나리오 대본 제작 협력은 충분히 가능하다. 일본 오리지널 대본이 좋으면 중국판으로 제작할 수도 있다. <런닝맨> 판권을 구매해 제작한 예능 프로그램은 중국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열띤 토론으로 채워진 21회 한중일 PD 포럼은 '대면 포럼'을 기약하면서 막을 내렸다. 

짜오찌엔 중국 텔레비전예술가협회 부국장은 “커뮤니케이션이 불편한 온라인 행사인데도 미팅을 거듭한 결과 포럼 내용을 풍부하게 채웠다. TV예술은 집단창작 예술로, 마음을 합치는 게 중요하다. 21회에는 대면 포럼 개최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최지원 한국PD연합회 회장은 "2~3년 동안 중국과 일본의 프로듀서들도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왔다는 것을 알게 된 자리였다. 향후 국제공동제작을 진행할 때 시행착오를 줄이는 팁을 얻고, 글로벌한 역량을 펄쳐보이는 3국 PD들의 의지도 느낄 수 있었다. 내년에는 한국에서 직접 찾아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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