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도 검찰도 손놓은 방송계 비정규직 문제...근로자성 인정 '無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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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들, 근로자성 인정 판정에도 '프리랜서로 복직'
"방송노동자 보호 위해 노동위가 나서야"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병훈‧전용기 의원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등 언론시민단체가 공동 주최한 공동 주최한 ‘방송 노동자들의 외침, 외면하고 회피하는 노동청, 노동위원회, 검찰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PD저널

[PD저널=엄재희 기자] 비정규직 부당해고 판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방송사들을 감시하고 처벌해야 하는 노동위원회와 검찰 등이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20일 더불어민주당 이병훈‧전용기 위원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등 언론시민단체가 공동주최한 '방송 노동자들의 외침, 외면하고 회피하는 노동청, 노동위원회, 검찰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노동행정기관이 '근로자성 인정' 이후 이행점검 등 제대로 된 후속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는 고발이 줄을 이었다.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인정을 받고 복직한 김동우 광주MBC 아나운서는 지노위 판정 이후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5분짜리 코너들만 진행하고 고정급을 받는다"며 "근로계약을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닌지, 회사가 연차수당을 지급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언급이 없다. 노동위의 허술한 판단이 회사가 저라는 노동자를 방기하는 근본적 원인이다"고 주장했다.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최태경 경남CBS 아나운서도 회사로 복귀해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부당함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연 뒤에는 '방송에서 아나운서라고 소개하지 말라'는 지시까지 받았다. 최 아나운서는 "사측이 편법적으로 복직을 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위가 그 변화에 맞서 울타리를 쳐주지 못한다면, 방송노동자들은 보호를 더 이상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유경 노무사(돌꽃 노동법률사무소)는 "CBS의 명령 이행 문제와 관련해 지노위에 연락했더니, 거칠게 이야기하면 원래했던 아나운서 일을 부여했으니 고용형태는 무슨 상관이냐는 반응이었다. 중노위도 초심이 유지된 것이라서 구제명령 이행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다는 태도였다”며 “노동위의 내부 매뉴얼을 봤더니 구제명령 확인 절차는 전화로 물어보는 게 전부다. 노동위가 제재를 가하지 않으면 회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당해고 인정 뒤에 이어지는 수당 청구 진정사건도 형식적인 조사로 '행정 종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와 ‘드라마 방송제작 현장의 불법적 계약근절 및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공동행동'은 28일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뒤 항고장을 접수했다.©방송스태프지부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와 ‘드라마 방송제작 현장의 불법적 계약근절 및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공동행동'은 28일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뒤 항고장을 접수했다.©방송스태프지부 

검찰도 방송계에서 일어나는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에 미온적인 태도다. 

최근 검찰은 <태종 이방원><연모> 등을 제작한 드라마 제작사들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근로계약서 미작성으로 제작사를 고발한 방송스태프노조 등의 단체들은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항고했다. 

강은희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검찰은 ‘업무위탁계약서 작성 당시 다툼이 없었고, 업무 내용 형태도 근로자성을 다툴 만한 근거가 없어 보인다’는 고용노동부의 의견서를 그대로 불기소 사유로 보내왔다. 고의성이 없다는 판단을 유지할 경우 사용자들은 (계속) ‘나는 몰랐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권호현 변호사(법률사무소 현명)는 입증 책임 전환과 근로감독관 증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근로자에게 입증을 요구하기 보다는, 사용자에게 근로자의 주장을 반박할 입증책임을 부담시키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노동 분쟁에서 입증책임 전환이 근로기준법 및 근로감독관 제도 취지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근로감독관 1인당 담당 사건이 연간 157건, 관리 대상 사업주가 1073개소에 이르고 있다"며 "근로감독관 인원의 획기적인 증원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노동행정환경 개선에 실효적일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지적에 최충운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기획과 사무관은 "방송제작 현장에서 2018년부터 근로자성을 인정받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아직 현장에 정착되지 못해 계속 이런 문제가 불거져 나온 것에 고용노동부도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문체부 등 관계부처와 협업을 거쳐 근로자로 인정받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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