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패널 균형 맞춰달라'는 국힘 공문에 제작진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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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방송사 13곳에 공문 보내 "여당 입장과 배치되는 보수 패널에 우려"
제작진 “보도 간섭 의도로 부적절” “쓴소리 패널 솎아내기 의도”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6차 전국위원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주호영 원내대표, 정 비대위원장, 윤두현 전국위원회 의장 직무대행. ©뉴시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6차 전국위원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주호영 원내대표, 정 비대위원장, 윤두현 전국위원회 의장 직무대행. ©뉴시스

[PD저널=박수선 임경호 기자] 국민의힘이 패널 구성을 공정하게 해달라는 공문을 방송사에 보낸 가운데 시사·보도 프로그램 제작진은 패널 선정까지 문제를 삼은 여당에 언짢은 기색이 역력하다.   

국민의힘은 22일, 23일 이틀 동안 13곳의 방송사에 공문을 보내 “최근 일부 시사 보도 프로그램에서 보수 몫으로 정부 여당의 입장과 배치되는 의견을 가진 보수 패널을 출연시키는 경우가 많아 우려스럽다”며 “패널 구성시 진보 보수의 균형이 아니라 여야의 균형을 맞춰 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의힘은 ‘방송은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룰 때에는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해야 하고,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해야 한다’라고 명시한 방송심의규정 등을 제시하며 방송사에 공정성 준수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패널 선정에 할 수 있는 협조를 다하겠다“고 패널 추천 의사를 내비쳤다. 

'방송 패널 불균형'을 주장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SNS에 “대통령을 비아냥 거리고 집권여당 욕하는 사람이 어떻게 보수를 자처할 수 있냐”며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룰을 ‘당원 100% 투표’로 바꾼 데 대한 관련 보도가 대표적”이라고 예를 들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언급한 ‘보수참칭패널’ ‘자칭보수 패널’은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을 두고 한 말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장성철 소장은 22일 MBC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서 “국민의힘 미디어국에서 보수패널 출연 횟수를 조사한 것은 3개월 전”이라며 “(당시 보고를 받은) 권성동 비대위원장은 혼자 화를 내고 끝냈다고 하던데,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여러 조치를 취해야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 최근 일주일 동안 ‘당원 100% 룰’로 당대표를 뽑겠다는 것에 비판을 많이 한 게 심기를 건드린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당대표 선출 방식 변경과 관련해 비판적인 논평을 한 게 이번 ’불공정성 시정 공문‘의 발단이 됐다는 주장이다. 
 
김무성 의원 보좌관을 지낸 장 소장은 현재 KBS <사사건건>, <표창원의 뉴스하이킥> CBS <김현정의 뉴스쇼> 등 다수 시사·라디오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하고 있다.  

지난 22일 방송된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은 고정패널인 장성철 소장과 함께 국민의힘의 '공정성 준수 요청' 공문에 대한 문제를 다뤘다.
지난 22일 방송된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은 고정패널인 장성철 소장과 함께 국민의힘의 '공정성 준수 요청' 공문에 대한 문제를 다뤘다.

정 위원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라고 강변했지만, 제작 현장에선 공문 발송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의견이 많다. 공문 내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서도 여당이 언론을 대하는 방식, '패널 불균형' 등의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장성철 소장이 고정 패널로 출연하고 있는 KBS <사사건건> 관계자는 “보수패널로 섭외한 분으로, 충분히 여당 입장을 반영해왔다. 보수와 여당쪽을 대변하면서도 양심에 입각해 비판한 것이라고 본다”며 “패널 관련 편성권 침해로 보이는 공문을 보낸 건 유감이다. KBS는 방송법에 따라 공영성과 공정성을 지키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고,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파에서 보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또 다른 관계자는 “여당 비대위원장으로 굉장히 부적절한 발언으로, 언론 방송의 자율성이 중요한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라며 “(공문으로 보낸 요청 사항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언론사 입장에서 보도 간섭의 의도가 있다고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패널이 불균형하다'는 주장도 방송 균형성 개념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한 것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A PD는 “패널이 아니라 내용상 균형이 더 중요하다”며 “패널만 가지고 균형이 안 잡혔다고 지적하는 건 방송의 여러 가지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비판”이라며 “특정인에 대한 불편함을 시사 패널의 균형을 맞추지 않았다는 주장에 활용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했다. 

법원도 ‘방송 균형성’의 의미에 대해 “양적 균형이 아니라 관련 당사자나 방송 대상의 사회적 영향력, 사안의 속성, 프로그램의 성격 등을 고려해 실질적으로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일관되게 판단하고 있다. 
 
‘공정성 준수 요청’ 공문은 제작진에 압박감을 줄 수밖에 없는데, 결국 여당의 입맛에 맞는 보수 패널를 섭외하라는 지침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시사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는 B PD는 “제작진 입장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을) 비판하면서도 방송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정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이런 공문을 받으면 압박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편성의 자유와 제작 자율성이 있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방향대로 100% 다 들어줄 수 없다. 문제 삼은 패널을 교체하면 그것도 문제가 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한 라디오 방송사에서 시사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 C PD는 “이런 요구를 공당의 공문으로 받아본 건 난생 처음“이라며 “외피는 공정성 요구인데 본질은 보수에 쓴소리하는 보수 패널을 솎아내자는 의도 같다. 하지만 패널 선정은 제작진들의 고유 권한”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문 논리라면 보수 패널은 무조건 보수를 옹호해야 공정한 것이냐”며 “사안의 장악력과 논리적 언변력이 패널 선정의 기준이다. 이 두 기준에 미달하면 진영 관계 없이 패널 선정이 안 된다. 방송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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