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지옥'까지 신속심의?...방심위 내부선 '실효성 의문'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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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에 3740건 민원 접수된 '결혼지옥'...신속심의 바람잡는 여당
소위 위원들 "검토 필요성 충분" "접수 순서대로 처리해야" 의견 엇갈려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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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엄재희 기자] 출연자의 의붓딸 성추행 논란으로 민원이 쇄도한 MBC <오은영의 리포트-결혼지옥>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어떤 처분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성난 여론에 편승해 여당 의원들이 신속심의를 압박하고 있지만, 방심위 내부에선 신속심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방심위에 따르면 27일 오전 10시까지 <결혼지옥>(12월 19일) 방송분과 관련한 시청자 민원이 총 3740건 접수됐다. 문제가 된 방송분에는 새 아버지가 7세 의붓딸의 엉덩이를 찌르거나 포옹하면서 놔주지 않는 등 강제로 신체 접촉을 하는 내용이 담겼다. MBC는 시청자의 항의가 쏟아지자 사과문을 발표하고, 2주간 <결혼지옥>을 결방하기로 했다. 

여당도 <결혼지옥>에 대한 강경한 처분을 주문하고 나섰다. 

연합뉴스 등 보도에 따르면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결혼지옥> 민원 건수를 근거로 “국민적 공분이 큰 이번과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방심위가 다른 안건보다 먼저 신속하게 심의·제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두현 의원은 23일 원내대책회의서 "방심위는 추가 피해 예방을 위해 나서기는커녕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다"며 방심위를 압박했다. 

방심위에 접수된 <결혼지옥> 해당 방송분의 신속 심의 여부는 빠르면 오는 1월 3일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방심위는 통상 접수 순서대로 안건을 처리하는데, 신속 심의는 규정이나 기준이 없어 소위에서 위원 간 토의를 거쳐 결정한다. 

신속심의 필요성에 대해 소위 위원 간 의견은 엇갈린다. 

황성욱 위원은 통화에서 "민원이 쇄도할 정도로 국민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검토 필요성이 충분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정민영 위원은 "아직 논의된 바가 없지만, 접수 순서대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 안건은 왜 먼저 하냐'는 논란이 반복돼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신속 심의를) 안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윤성옥 위원도 "신속 심의는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결혼지옥>의 경우) 신속 제재 의미밖에 없지 않나"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예외적으로 이뤄지는 신속 심의가 여론에 따라 무분별하게 확대될 수도 있다는 우려는 이번 이태원 참사 보도 심의과정에서도 나왔다. 신속 심의 안건에 참사 피해자의 인권침해와 관련된 보도뿐만 아니라 원인과 책임규명 문제를 다룬 보도까지 올라와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지난 11월 22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심의에서 윤 위원은 객관성·공정성 조항 위반 안건을 신속심의에 올리는 것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오늘 심의가 희생자들을 위한 내용인지, 집권여당을 위한 것인지 판단해봐야 한다”며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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