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재벌집' 뛰어넘는 흥행작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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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편 이상 쏟아진 2022년 드라마 대전
법정‧학원물 편중...IP 확보 경쟁 더욱 치열해질 듯

2022년 큰 사랑을 받은 작품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재벌집 막내아들' '약한영웅' '우리들의 블루스'
2022년 큰 사랑을 받은 작품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재벌집 막내아들' '약한영웅' '우리들의 블루스'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올해 방송사와 케이블, 종합편성채널에서 방송된 드라마만 해도 100편이 넘는다. 넷플릭스, 디즈니+, 애플TV+, 웨이브, 티빙, 쿠팡플레이와 같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통해 방영된 오리지널 시리즈까지 포함하면 150편 이상이다.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소재와 장르, 편성과 제작방식도 다양해졌다. 그러나 화제성과 작품성까지 거머쥔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다.

‘화제성’ 거머쥔 TV 드라마

OTT의 파죽지세에 맥을 못 추던 TV 드라마가 다시 힘을 받았다. 상반기에는 ENA<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흥행몰이했다.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다룬 드라마로, 올 상반기 미니시리즈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상파나 종편도 아닌 신생 채널 ENA의 작품이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첫 방송 0.9%로 시작해 최고 17.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까지 치솟는 등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결과다. “우 투더 영 투더 우”와 같은 유행어뿐 아니라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사회 인식에 반향을 일으켰다. 

하반기에는 JTBC<재벌집 막내아들>이 휩쓸었다. 주인공 진도준(송중기)이 재벌가 막내아들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사는 이야기다.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던 비서로서 겪는 에피소드와 실제 한국 현대사의 사회‧경제적 사건을 촘촘하게 엮어내 몰입감을 선사했다. 방영될수록 시청률이 고공행진하며 26%대까지 경신했다. 다만, 인과응보 식 결말은 시청자의 찬반 의견으로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용두사미”라는 비판까지 제기됐지만, 그만큼 드라마의 주목도가 높았음을 보여준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드라마에서 이례적으로 금‧토‧일 주3일 편성하는 전략을 내세우며 화제성의 기반을 닦았다. 

오는 23일 방송 예정인 SBS '천원짜리 변호사'
2022년 인기리에 방송된 SBS '천원짜리 변호사'

법의 테두리로, 학원물 드라마로

 지난해 다크히어로물이 인기를 끌었다면 올해는 법정물만 10편이 넘게 제작됐다. 법정물이 쏟아진 만큼 차별화를 위한 다양한 종류의 법조인이 등장했다. 소년부 판사(넷플릭스<소년심판>), 군검사(tvN<군검사 도베르만>)가 극을 이끌었고, 변호사는 단골 주인공이었다. 

변호사(KBS<법대로 사랑하라>, MBC<빅마우스>, SBS<왜 오수재인가>‧<천원짜리 변호사>, ENA<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뿐만 아니라 의료소송 전문 변호사(MBC<닥터 로이어>), 국선 전담 변호사(디즈니+<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의 세계도 엿볼 수 있었다. 사회의 부조리, 불평등, 차별 등을 경험한 대중의 심리를 대변하기 위해 심판 혹은 변호의 방식으로 풀어낸 것으로 보인다. 

OTT에서는 학원물의 강세를 엿볼 수 있었다. 과거 학원물이라 하면 청소년의 일상을 다소 계몽적으로 다루거나 <꽃보다 남자>‧<드림하이>(KBS)와 같은 하이틴 로맨스가 제작됐다. 최근엔 수위 조절이 자유로운 OTT를 중심으로 학원물의 전형적인 문법을 탈피한 학원물 드라마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학원물과 범죄를 결합한 <인간수업>(넷플릭스), 판타지 오컬트물을 시도한 <보건교사 안은영>(넷플릭스)등이 꾸준히 제작됐다.

올해는 좀비 바이러스가 등장하는 아포칼립스물 <지금 우리 학교는>(넷플릭스), 학교를 배경으로 한 액션물 <약한 영웅 Class1>(웨이브), 미스터리 스릴러를 결합한 <3인칭 복수>(디즈니+), 마약 소재를 다룬 <소년비행 1,2>(시즌) 등이 방영됐다. 일각에선 조회 수나 화제성을 위해 지나치게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거나 청소년을 대상화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웹툰‧웹소설 원작 ‘대세’…IP 경쟁 본격화

웹툰‧웹소설 원작 드라마가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과거만 해도 방송사와 제작사가 지나치게 안정성을 추구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지만, TV뿐 아니라 수용자 중심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OTT가 활성화되면서 시장에서 검증된 웹툰‧웹소설 원천 스토리를 외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KBS<징크스의 연인>, SBS<사내 맞선>‧<어게인 마이 라이프>, JTBC<재벌집 막내아들>, 티빙<술꾼도시여자들>, 웨이브<약한 영웅 Class1>, 넷플릭스<지금 우리 학교는> 등이 웹툰‧웹소설 원작으로 한 작품 중 일부다. 

노희경 작가의 <우리들의 블루스>(tvN), 정서경 작가의 <작은 아씨들>(tvN), 박해영 작가의 <나의 해방일지>(JTBC)처럼 작가의 특색을 담은 드라마에 대한 수요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방송사·제작사 입장에서는 검증된 IP로 흥행 실패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만큼 2023년 드라마 산업에서도 웹툰‧웹소설 원작 발굴과 원소스 멀티유즈(OSMU)의 가치를 높이는 IP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팬덤을 바탕으로 한 시즌제 드라마를 비롯해 차별화된 소재를 앞세운 작품들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드라마 홍수 속에 어떤 작품들이 콘텐츠의 본질인 ‘이야기의 힘’을 보여줄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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