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박수선 기자] 신년회견을 생략한 윤석열 대통령이 <조선일보>와 별도의 인터뷰를 가졌다.
<조선일보>는 2일 다섯 개 면을 할애해 외교·경제·정치·3대 개혁 등을 주제로 진행된 윤 대통령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핵 대응에는 “한미가 미국의 핵전력을 ‘공동기획-공동연습’ 개념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고, 정치 양극화 해소를 위한 선거구제 개편도 언급했다.
지지율 하락과 상승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통령답게 보이면 아무래도 좋아하는 것 같고 대통령다움이 부족하다고 생각이 되면 덜 좋아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고 답한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 중단에 대해선 “도어스테핑이라는 게 대통령과 젊은 기자들이 힘을 합쳐서 대국민 소통을 잘해보자는 거였는데, 협조 체제가 잘 안돼서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노동개혁 추진 이유에 대해선 “노동자를 위한 것”이라며 “사업주에게 불합리한 제도를 바꾸려고 하는 건 사업주‧자본가들이 더 투자하게 해 일자리를 만들어 노동자에게 도움을 주려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대외활동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선거 때는 대통령 부인이 특별히 하는 일이 있겠나 생각했다. 그런데 취임해보니 배우자도 할 일이 적지 않더라”며 “처에게 드러나지 않게 겸손하게 잘 하라고 했다”고 답했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은 지난 12월 30일 오후 3시 30분부터 용산 대통령실 청사 3층 집무실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 내내 답변 자료 없이 자기 생각을 밝혔다”고 전했다.
반면 1일 방송사들이 생중계한 윤 대통령의 신년사는 9분 남짓한 시간 동안 질의응답 없이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1일 신년사에서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기득권 유지와 지대 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3대 개혁과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수출 확대에 초점을 맞춘 신년사에서 통합과 협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일방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그친 신년사와 윤 대통령의 소통 방식에 두고 '불통 행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향신문>는 2일자 3면 <취재진 없이 ‘9분20초 신년사’…집권 2년 시작도 ‘불통 행보’>에서 “전임 대통령들이 통상 진행했던 신년기자회견도 열지 않는 방향으로 굳어지고 있다. 출근길문답(도어스테핑) 중단 이후 대통령의 ‘일방향 소통’이 계속되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임 대통령들은 1월을 대국민 소통의 기회로 활용해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회견을 취소했던 지난해를 제외하고 매년 1월 중 신년사 발표와 신년회견을 별도로 소화했다. 지난해 회견 취소 당시 ‘불편한 질문’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고 짚었다.
<한겨레>도 6면 <기자회견 없이 9분 발표…참사 위로도 협치 메시지도 없었다>에서 “대통령실은 부처 업무보고와 국회 순방일정 등이 촘촘한 탓에 새해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윤 대통령이 <조선일보>와 지난 연말 1시간 40분을 할애해 인터뷰한 것과는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불편한 물음이 나올 수 있는 새해 기자회견 대신 보수 언론을 골라 ‘편한’ 인터뷰를 한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며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다른 매체들과도 돌아가면서 인터뷰할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이번 신년사 방식과 <조선일보> 인터뷰를 두고 “들어야 할 ‘귀’는 닫아버린 채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끝낸 것”이라며 “지난해 5월 취임한 뒤 윤 대통령을 따라다닌 대표적 비판이 ‘불통 대통령’이었다. 집권 2년차가 됐어도 개선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