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변화 첨단에 선 스타트업...생존 넘어 성장전략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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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화' 비전 내세운 언론계...구독모델 안착한 스타트업은 사업 확장 모색
언론진흥재단 지원 스타트업 생존율 80%대..."규제 샌드박스 통해 실험적 시도 늘려야"

ⓒmacrovector,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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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임경호 기자] 언론계에서 '디지털 퍼스트' '유료화 모델'은 오래된 과제다. <중앙일보>를 포함한 다수 언론사들이 '유료화 원년'을 외치고 나선 가운데 이용자들의 소비 행태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미디어 스타트업의 시선은 어디로 향해 있을까. 

<아웃스탠딩> <롱블랙> 등 주목받는 미디어 스타트업 다섯 곳에 올해 사업 방향과 계획에 물었더니 '사업 확장'과 '수익성 강화'를 강조한 답변이 돌아왔다. 

설립 8년차에 접어든 IT‧경제매체 <아웃스탠딩>의 최용식 대표는 “국내에서는 유료구독 모델이 시도되지 않아 안착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보고 여기에 집중해왔다. 이제는 자리를 잡았다는 자신감이 생겨 디지털광고와 브랜드 콜라보 등 신사업을 통해 수익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2년간 사비로 사업을 운영해왔다는 외교안보 전문 뉴스레터 <델타 월딩>은 올해 본격적인 투자 유치에 나선다. 별샛별 디렉터는 “올해 법인을 설립해 지속 가능성을 높이도록 할 계획”이라며 “‘정보지’로서의 뉴스레터가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비전에 대한 고민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저널’로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파격적인 모델을 선보인 롱블랙의 임미진 대표는 “지난해에는 롱블랙을 통해 지식 콘텐츠 시장의 갈증을 확인했다면 올해는 다른 카테고리에서도 롱블랙의 실험이 통하는지를 확인하려 한다"며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가 아닌 더 다양한 주제에서도 좋은 글을 습관적으로 소비하고 싶은 독자들이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글을 읽는 습관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선물한다는 비전을 더 널리 퍼뜨리기 위해 새로운 서비스 런칭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24시간 내에 읽지 않으면 사라지는 뉴스레터 콘셉트로 주목을 받은 롱블랙.
24시간 내에 읽지 않으면 사라지는 뉴스레터 콘셉트로 주목을 받은 롱블랙.

인지도를 쌓은 미디어 스타트업을 보면 외형적으로는 전문성과 새로운 콘셉트를 내세운 구독모델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스타트업에 필수적인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혁신적인 기술 도입도 간과할 수 없다. 

전 세계 16개국 18개 미디어와 제휴를 맺고 스타트업 정보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레시피> 이석원 대표는 “많은 벤처캐피털(VC)이 조언했듯이 지금 같은 상황에선 고정비용을 최대한 아끼면서 생존과 발전을 동시에 도모해야 한다”며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할 때 투자자본수익률(ROI) 계산이 부족한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데, 이를 해소하면서 발전도 가능하려면 AI를 비롯한 기술 접목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업계에서도 노코드(NO-CODE,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지식이나 코딩 없이 앱을 설계하거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접근방법)가 확산되듯 기술을 손쉽게 접목할 수 있는 환경이 늘어나고 있어 이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며 “올해는 스타트업 분석 보고서 등 콘텐츠 질적 향상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2021년 '해커톤'에서 입상한 뒤 지난해 7월 서비스를 출시한 <슬리버>의 김민기 대표는 “5개월 동안 사용자 인터뷰와 데이터 수집을 통해 슬리버의 인터페이스와 사용성을 검증했다. 올해는 이를 바탕으로 슬리버의 핵심 기능을 개발하고 첫 매출을 기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계획”이라며 “읽기 쉬운 그리고 생산성도 높은 뉴스를 통해 뉴스 본연의 가치를 높이는 미디어 스타트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문단 중심 숏폼 뉴스 플랫폼으로 2022년 언론진흥재단 미디어스타트업 지원을 받은 슬리버.
문단 중심 숏폼 뉴스 플랫폼으로 2022년 언론진흥재단 미디어스타트업 지원을 받은 슬리버.

업계의 주목을 받는 스타트업은 비교적 투자가 용이하지만, 여전히 지상과제는 '생존'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발간한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 현황 및 지원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대부분의 미디어 스타트업이 독특한 정체성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해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저널리즘 본연의 가치를 계승하면서 사회적 책무를 수행해야 하고, 동시에 혁신적 기술을 바탕으로 변화를 모색하면서 사업을 성장시키고 비즈니스적 과업을 수행해야 한다”며 “디지털 환경이 사업자들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대다수의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들은 비용을 충당하고 현재 운영 및 미래 투자를 보장할 만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하지 못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2016년부터 미디어스타트업 사업 지원을 받은 업체 74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생존율은 80%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를 실질적으로 유지하고 있는지 따져보지 않았지만, 예상보다 높은 생존율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빅데이터팀 관계자는 “사업을 시작했던 2016년에 비해 사회적 관심과 지원 예산이 많이 늘었다”며 “선정 산업자들이 매출을 올리기 전까지 리소스를 쓰게 해주는 등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려고 하면 항상 법이나 제도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들이 많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진출을 도와 실험적 시도들을 늘리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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