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호소에도 추모제 기사 절반 댓글창 운영...규제 필요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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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100일 추모제 댓글 차단 요청 수용한 언론사 늘었지만...
2차 가해 댓글 여전..."포털·언론사 댓글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 서울광장에 설치된 10·29 이태원참사 분향소에 유가족들이 영정을 어루만지며 오열하고 있다 ⓒ뉴시스
4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 서울광장에 설치된 10·29 이태원참사 분향소에 유가족들이 영정을 어루만지며 오열하고 있다. ⓒ뉴시스

[PD저널=엄재희 기자] 이태원 참사 100일 추모 기간만이라도 댓글창을 닫아달라는 유가족의 호소에도 포털에 올라온 추모제 기사 댓글에는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의 '악플'이 줄줄이 달렸다. 49재 추모제보다 댓글창을 내린 언론사가 늘어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지만, 2차 가해 댓글을 막는 실효성 있는 조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지난 2일 참사 100일을 온전히 추모할 수 있도록 댓글창을 닫아달라고 포털과 언론사에 요청했다. 유가족협의회 측은 지난해 열린 49재 때도 같은 요청을 했다.

다음은 유가족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3일간 관련 기사의 댓글 서비스를 중지'했고, 네이버는 각 언론사의 댓글 정책에 맡겼다. 

'구독자 200만명' 이상인 네이버 콘텐츠 제휴사를 43곳을 대상으로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추모대회 기사에 댓글창을 운영했는지 살펴봤더니, 1차(49재 추모대회)보다는 댓글 서비스를 중단한 매체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4사, <경향신문> <동아일보> <한국일보> <한겨레><부산일보> <매일신문> 등 31곳(72%)이 댓글창을 닫았다.  17곳(39%)에 그쳤던 49재와 비교하면 유족의 요청을 수용한 곳이 절반 가까이 늘었다. 

<동아일보> 관계자는 "네이버에서 요청이 오면 댓글창을 막아왔다. 이슈가 될만한 것은 사전에 자체적으로 댓글창을 닫았다"고 밝혔다.

조사 매체 중에서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 <서울경제> <조선비즈> <파이낸셜뉴스> <노컷뉴스> <디지털타임스> <강원일보> 등은 댓글창을 계속 열어놨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이 모니터한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이태원' '추모대회'가 포함된 기사 217건 중 절반이 넘는 112건은 댓글창을 닫지 않았다.

댓글창이 열린 기사에는 유족이 우려했던 2차 가해성 댓글이 달렸다.

3천여 개의 댓글이 달린 <조선일보>의 <"경찰 비켜" 핼러윈 참사 유가족, 시청 앞 분향소 기습 설치> 기사에는 희생자를 모욕하고, 유족을 비난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댓글 서비스를 운영한 다른 추모 행사 기사에선 '세월호 참사'에 빗대어 혐오 표현을 쏟아내는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악플'이 사회적인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지만,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를 거치면서 사회적 재난에 대한 2차 가해 댓글의 심각성은 더욱 커졌다. 이에 따라 2차 가해의 온상이 된 댓글을 규제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언론사와 포털이 사회재난 관련 기사에 댓글 게시판을 운영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언론사나 포털이 이태원 참사 등 재난 기사에 댓글창을 계속 운영할 경우 2000만원 이상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 등이 담겼다. 

한 의원은 “그동안 부적절한 댓글 억제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어 왔으나, 표현의 자유 등의 기본권 침해 우려로 신중한 접근이 요청됐다”며 “표현의 자유가 다른 사회 구성원의 기본권 침해까지 이어지는 현재의 상황에서 헌법상 일면적 가치 보호만이 강조되기보다는 기본권 충돌의 문제 해결이라는 측면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사회적 책임이 큰 포털과 언론사가 자율적인 규제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꾸준하게 나온다. 

유승현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는 “댓글을 없애느냐, 마느냐에 집중하기보다는 사회적 참사가 벌어졌을 때 포털과 언론사들이 댓글창을 기간과 기준을 정해 닫을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2차 가해, 혐오·차별 댓글을 법적으로 규제하자는 논의도 있지만, 효과성과 실효성 측면에서 회의적이다. 논의만 하다가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온라인에서) 2차 가해 댓글은 뉴스에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일종의 풍선효과가 있다. 포털이 먼저 기준을 정해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인터넷 커뮤니티나 유튜브 등에서도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 포털 뉴스부터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인의 의사 표현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교육과 인식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댓글에는 부정적 기능이 있지만, 고발 폭로 등 긍정적인 기능도 있다. 댓글창을 막았을 때 순기능도 막힐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점을 고려해 해결책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합의를 거쳐 자율규제 모델을 기술적으로는 포털은 악성 댓글 필터링을 강화하는 시스템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고, 제도적 측면에서는 교육과 연계시킬 수밖에 없다"며 "정치·사회 문화가 댓글에 그대로 투영되기 때문에 초중고, 대학에서 관련 교육을 신설하는 등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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