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 말해요’, 비록 온 우주가 반대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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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사랑이라 말해요’, 어른들의 욕망에 상처받은 청춘들의 단짠 로맨스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사랑이라 말해요'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사랑이라 말해요'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시작은 아버지 내연녀에 대한 복수였다. 우주(이성경)의 인생은 그 내연녀 마희자(남기애) 때문에 꼬여버렸다. 아버지는 마희자를 따라 집을 나가 새 가정을 꾸렸고, 그 후 화를 속으로 삭였던 엄마는 암으로 사망했다. 아버지가 사망하자 마희자는 자식들이 버텨내며 살았던 집마저 빼앗는다.

미칠 지경에 뭐든 하지 않으면 엄마처럼 암에 걸릴 것 같던 우주는 마희자의 아들 동진(김영광)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동진의 회사를 망하게 하기 위해 계약직으로 들어간 것. 

그런데 우주는 동진을 가까이서 보면서 점점 마음이 흔들린다. 연민을 느낀다. 그 역시 엄마 때문에 지독히 당해왔던 인물이고, 주변에는 그를 배신하는 이들로 넘쳐난다. 7년 만났던 애인이 어느 날 갑자기 청첩장을 보냈고, 가정사까지 챙겼던 거래처 본부장이 갑자기 거래를 끊었으며, 믿었던 직원마저 회사를 망하기 위해 혈안인 경쟁사 대표와 손잡고 내부 정보를 빼돌리고 거래처들을 등 돌리게 하는 배신행위에 앞장선다.

그러면서도 뭐라 항변 하나 하지 않고 그 상처를 속으로만 삭이는 이 인물을 우주는 바라보며 이중적인 감정에 휩싸인다. 마희자에게 당한 걸 갚아주기 위해 망하게 하기 위해 들어온 것이고 그래서 동진에게도 가시 박힌 말들을 쏟아내지만, 이 아픈 청춘이 이상하게 이해되고 공감된다. 그건 다름 아닌 부모들 때문에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왔던 자신의 모습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관계는 우주와 동진이라는 두 사람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그 부모들이 벌인 문제들로 인해 뒤틀어져 있다. 우주에게 아버지가 그 문제의 원인이었다면, 동진에게는 어머니가 원인이다. 집안으로 보면 그래서 우주와 동진은 결코 연인이 될 수 없는 사이다. 그래서 동진에게 괜스레 마음이 쓰여 툴툴거리고 쏘아대는 우주와, 그런 우주 때문에 화가 나다가도 그것이 마음 쓰임에서 비롯됐다는 걸 알아차리고 미소를 짓기도 하는 동진은 그 관계가 애매해진다. 이걸 뭐라 말해야 할까. 드라마는 애써 <사랑이라 말해요>라고 이들에게 전하고 있다.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사랑이라 말해요'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사랑이라 말해요'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루는 멜로드라마에서 사실상 주제의식은 사랑을 가로막는 방해물에 담겨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제의식은 이들 개인의 사랑을 가로막는 집안 간의 관계(원수)에 대한 비판이고, 그 많은 고부갈등을 담은 7080년대 우리네 멜로드라마들은 당대의 가부장적 세계관에 대한 비판이다. 또 그 많던 신데렐라 이야기나 일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 역시 자본화된 세계가 만들어내는 위계와 차별에 대한 비판이 깔려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사랑이라 말해요>에 들어 있는 우주와 동진이라는 청춘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부모세대의 이야기가 담고 있는 문제의식을 읽어낼 수 있다. 보통 자식을 위해 뭐든 희생하던 부모들이 아니라, 이제는 자신의 욕망 때문에 자식을 내버리는 현실이 거기에는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작품이 오피스물의 형태를 가져와 깔아 놓고 있는 자본화된 세상의 비정함은 어찌 보면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부조리한 시스템으로써, 우주와 동진의 관계를 가로막는 어른들의 욕망이라는 서사와 맞닿아 있다. 우주네 남매가 엄마마저 잃고 버티며 살아왔던 집은 마희자에게는 얼마짜리 시세로 평가되고, 그래서 그 남다른 의미가 소거된 채 마음대로 빼앗는 대상이 된다. 회사가 어려워져 어쩔 수 없이 엄마인 마희자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 그가 빌려준 돈이 집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것에 마음의 부담을 느끼는 동진의 이야기가 그렇다. 집이 가정이 아니라 부동산으로 읽힐 때, 부모는 어른이 아니라 돈에 눈먼 투자자로 바뀐다.

 <사랑이라 말해요>는 동진과 우주 같은 청춘들이 사는 이곳이 그런 세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어른들의 욕망이 만들어낸 비뚤어진 관계들이 아니었다면, 평범하게 만나 서로 웃고 사랑했을 이들이 이제 복잡한 관계 속에서 심지어 ‘복수의 감정’을 갖고 마주한다. 하지만 청춘의 어쩔 수 없는 순수함이 결국 그들 모두가 피해자라는 연민의 공유점을 갖게 만들고, 그래서 이들은 애써 말하고 있다. 이건 사랑이라고. 비록 온 우주가 반대한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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