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택시2', 갈등 빼고 쾌속질주하는 복수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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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점 돈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
'부캐' 부자 김도기 내세운 범죄오락물로 변주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가 인기몰이하고 있다. 첫 방송에서 평균 시청률 12.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시작해 10% 중반대까지 꾸준히 상승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웨이브와 쿠팡 플레이에서 시즌1과 함께 인기 순위에 오르고, 웨이브 신규 유료가입자 견인에서도 상위권을 기록하며 선전 중이다.

<모범택시>는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이다. 2년 만에 선보인 시즌제 드라마인데, 비슷한 듯 다르다. 시즌1이 사적 복수와 공적 정의 간 긴장감을 더한 복수극이었다면, 시즌2는 통쾌함과 재미에 비중을 둔 범죄오락물에 가깝다. 

<모범택시>의 볼거리는 원톱 주인공과 공조하는 인물들의 활약이다. 택시 기사 김도기(이제훈)와 무지개운수팀은 공권력의 사각지대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단죄한다.

사건을 파고들기 위한 김도기의 ‘부캐’는 각양각색이다. 시즌1에서 선생님, 중국인 왕따오지, 도매상 등으로 변장한 데 이어 시즌2에서는 신혼부부, 무당, 교도소 수감자, 취업 준비생, 농촌 청년 등으로 나선다. 김도기는 전작에서 무표정하고, 냉철한 면이 강했다면, 시즌2에서는 능청과 코믹을 아우른 캐릭터로 약간 다르게 표현된다.

김도기와 팀워크를 발휘하는 무지개운수팀도 시즌2에서 각 사건에 맞는 ‘부캐’로 변장해 다양한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개개인의 서사가 확장되고, 신입사원이 투입되면서 새로움을 더하고 있다.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

<모범택시>는 시즌1과 시즌2 모두 실화를 기반으로 한 에피소드로 극의 몰입감을 높인다.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주요 에피소드는 이미 뉴스를 통해 잘 알려진 사건이다. 시즌1에서는 신안 염전 노예, 위디스크 대표이사, 왕따, 보이스피싱, 불법 장기매매 사건, 유영철 연쇄살인 사건, 사라진 약혼자 사건 등을 다뤘다.

시즌2에서도 파타야 공대생 살인사건, 노인 대포폰 사기 사건, 신혼부부 청약 사기 사건, 사이비 교주 등 실제 뉴스에서 접했던 사건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 실화에서 착안해 창작을 더한 드라마는 대중의 공분을 샀던 사건을 다룬 만큼 스토리에 대한 공감대를 넓힐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다만, 에피소드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빠르게 전개하면서 지루함을 덜어냈지만, 개연성이 떨어지는 지점도 군데군데 있다.

<모범택시>는 시즌1과 시즌2에서 캐릭터와 에피소드로 작품의 화제성을 붙잡았지만, 드라마의 구심점을 두고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모범택시>는 시즌1을 통해 현실에서 저지른 죄에 합당한 책임을 지우지 않는 사회에 대한 불신과 사적 복수에 대한 열망을 고스란히 나타냈다. 무지개운수팀은 ‘사이다 복수’를 날렸지만, 공적 정의를 상징하는 강하나(이솜) 검사와 맞대결하며 긴장감을 선사했다. 이들의 대결은 ‘사적 복수’와 ‘공적 심판’에 관한 묵직한 메시지를 대변했다.

시즌2에서는 ‘사적 복수’라는 명분을 앞세워 재미와 통쾌함을 택했다. 복수 대상도 선명하고, 복수하는 방법에도 유쾌함과 다채로움을 더했지만, 다소 뻔한 복수 신의 반복처럼 그려진다. 김도기와 무지개운수팀의 강력한 적대세력은 누구(무엇)인지 모호해 이들에게 닥친 위기는 위기가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모범택시>는 시즌1에서 사설 감옥에 범죄자들을 가둔 데 이어 시즌2에서는 범죄자들을 고립시키는 방식으로 복수를 행하고 있다. 청년들을 해외에 감금하고 폭행한 취업 사기 조직, 아파트 불법 청약 브로커, 사이비 교주 등에게 그들이 행했던 폭행, 사기 등의 악행들을 고스란히 되돌려준다. 최근 <더 글로리> 이후 ‘K-복수극 열풍’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화제를 낳으면서 복수의 주체, 대상, 방식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사적 복수’를 내세운 <모범택시>는 일관되게 사회악을 처단하며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안겨주고 있지만, 갈등까지 사라진 복수는 허무함을 남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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