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 혁신안 내는 TBS…주민조례안 서명운동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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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 대표 다음주 오세훈 서울시장 면담 예정
민언련, 주민조례안 서명운동 돌입

31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린 'TBS주민조례 서명운동' 기자회견ⓒPD저널

[PD저널=엄재희 기자] 'TBS 지원 조례 폐지' 여파로 경영난에 빠진 TBS를 살리려는 안팎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TBS는 '개혁안'을 마련해 서울시 설득에  나서고, 시민단체는 새로운 TBS 조례 제정 운동에 돌입했다.

지난해 국민의힘 서울시의회가 'TBS 지원 조례' 폐지안을 단독처리하고, 2023년도 출연금을 대폭 삭감하면서 TBS는 '제작비 0원' 사태에 직면했다. 올해 TBS의 출연금은 232억원으로 한 해 인건비와 비슷한 수준이다. TBS는 이달 중순 외부 진행자와 작가들을 해촉했고, 내부 아나운서와 PD들에게 대본 작성과 진행을 맡기고 있다. <정준희의 해시태그> <변상욱쇼>에 이어 <짤짤이쇼>도 3월 말 폐지되는 등 간판 프로그램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일선에선 포토샵과 프리미어 등 필수 소프트웨어 구매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TBS는 추경 확보를 위해 서울시 설득에 나선다. 정태익 대표는 내주 TBS 혁신안을 가지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면담할 예정이다. 

정태익 대표는 30일 통화에서 "새로운 혁신에 대해서 준비하고 있다"며 "서울시장에게 TBS가 왜 필요한지 TBS가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 이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서울시 정책에 초점을 맞춘 방안으로 오세훈 시장을 설득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TBS 한 관계자는 "지금 서울시가 문화나 디자인 쪽에 관심이 많은데, 추경을 받아야만 해서 서울시 정책에 맞추려 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TBS는 2월에 열린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장해온 '교육' 콘텐츠 제작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시민단체는 TBS를 시민참여형 지역공영방송으로 만드는 주민조례 발의 운동에 나섰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31일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정안' 주민조례 발안 서명운동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21개 조항으로 구성된 조례안은 서울시장이 TBS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3년마다 지원계획을 수립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또, 운영규정에 있던 사장 선출 시 공개 정책설명회 진행 조항을 조례안에 포함시키고, 시민평가단의 반영 점수를 기존 '40% 이내'에서 '50% 이상'으로 상향했다. 시청자위원희 위상도 강화했다. 주민조례안은 시청자위원회의 업무에 '공적 재원 운영의 적정성 및 투명성에 관한 의견제시'를 넣어 역할을 확대하고 시청자위원회의 의견이 특별한 사유 없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이사회에 심의를 요청할 수 있는 등 권한도 부여했다. 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편성위원회 구성도 명문화했다.

주민조례안은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2만 5천명의 서명을 받으면 서울시의회 본회의에 부의된다. 서명 기간은 6개월이다.  

이진순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공동대표는 "조례안 내용은 과거의 TBS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다시는 정치적 외풍에 따라 언론기관이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시민공영언론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TBS는 특정 정당, 특정 시장의 것이 아니라 서울시민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서울시당 TBS지킴이특별위원회 위원장)과 유정희·박유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 구의원을 비롯해 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녹색당 5개 야당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서울시의회의 다수를 점한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박주민 의원은 "서울시의회의 폭거에 가까운 조례안 처리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지만, 현재 서울시의회 구조상 돌파하기가 쉽지 않다"며 서명운동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서울시당 상임위원장도 "기본소득당 역시 최선을 다해 주민조례가 만들어지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주민조례안의 발안 요건을 충족하는 게 우선 과제이지만, 본회의 부의 이후 상황도 녹록지 않다. 서울시의회 112석 가운데 76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여전히 TBS 를 탐탁지 않게 보고 있다.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30일 데일리안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문이 닫는 한이 있더라도 현재로서는 TBS에 세금을 지원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320억을 지원받던 예전처럼 운영을 하고 돈이 없다는 건 굉장히 무책임한 태도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송지연 언론노조 TBS지부 지부장은 "드라마 한 편을 만드는데 100억 가까운 돈이 드는 게 현실인데, 24시간 돌아가는 지상파 라디오 채널 2개와, 케이블 텔리비전을 운영하는 방송사에게 '320억은 방만하다'라는 발언은 방송업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발언"이라며 "우리 사회가 상업성에 휘둘리지 않는 공영방송을 운영하는 이유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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