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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31 11:29
  • 수정 2023.04.04 18:27

김유열 EBS 사장 "'수신료 더 줘야 한다' 평가 저절로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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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년 맞은 김유열 사장 '콘텐츠 혁신' 담은 봄 개편 단행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부합한 신사업 발굴 주력"
"수신료 분리징수냐, 통합징수냐 프레임에 빠지면 수신료 가치 사라져"

지난 27일 EBS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유열 사장. ©EBS
지난 27일 EBS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유열 사장. ©EBS

[PD저널=박수선 기자] “EBS가 잘하고 있다, 수신료를 더 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저절로 나오게 하는 게 목표입니다. 운다고 수신료를 더 주지도 않고, 수신료의 가치를 먼저 입증해 보여야죠. 이번 개편에는 ‘콘텐츠만이 EBS를 지킬 수 있다’는 평소의 철학이 담겨있습니다.”

김유열 EBS 사장은 ‘콘텐츠 대혁신’이라고 소개한 봄 개편을 취임 이후 1년 동안 공들여 준비했다. 지난 27일 EBS 일산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수신료 가치’를 증명해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수신료 가치 증명’은 공영방송의 존재 의미를 보여주는 동시에 EBS의 근본적인 경영 위기를 타개하는 길이기도 하다. 

취임하자마자 ‘비상경영’을 해온 김유열 사장은 첫해에 256억 원 적자라는 경영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원격수업’ 이용률 증가 등으로 덕을 본 ‘코로나 특수’ 거품이 커지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종이값이 급등해 수익이 크게 즐어든 탓이다. 

‘EBS가 기로에 서있다’고 위기감을 전한 김 사장은 “글로벌 이슈인 우크라이나 사태를 예측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드라마틱하게 코로나 효과도 떨어졌다. 구조적인 환경 변화에는 대응하기 어렵다”며 “비용을 줄이거나 새로운 사업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라고 현재의 상황을 진단했다. 

'코로나 특수'를 본 해를 빼고는 적자를 기록해온 EBS로서는 비용 감축은 피할 수 없는 선택지였다. 2020년 27억원, 2021년 69억원의 비용을 절감하며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지난해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경영 실패’을 질타하는 구성원들의 목소리도 커졌다. 특히 파견직과 계약직을 추가로 고용하지 않겠다는 비용절감 방안이 내부에 알려지면서 반발을 불렀다. 
 
김 사장은 “비용절감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럽다. 가장 큰 비용이 제작비와 인건비인데, 인건비는 노사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나머지 부분에서 다운사이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파견직과 계약직에 고통을 전가할 생각은 없다. 업무량 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부서의 아이디어가 알려진 것인데, 미숙하게 처리한 것 같다. 원만하게 다시 정책을 재수립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신사업 발굴’은 비용 절감과 함께 비상경영 전략의 양대 축이었다. 학령인구 감소 등 외부 환경 변화로 출렁이는 재정 구조 속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판단이다.  

김유열 사장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EBS가 할 수 있는 신사업은 없을까’를 고민했다”며 “EBS는 다른 지상파 방송사와 다르게 재원의 30%가 출판 쪽 예산이고, 인터넷 웹사이트를 8개나 가지고 있다. 출판과 ICT쪽에서 해법을 찾아 주체적이고 새로운 수익 창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학습사이트를 활용해 시도교육청과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구상, 원격교육 시스템을 이용한 멘토링 사업 등이 이런 고민 속에서 나왔다. EBS 유료 구독 서비스도 흑자로 전환했고, 큰 반향을 일으킨 <위대한 수업>의 글로벌 플랫폼도 올해 새로운 투자자를 찾고 있다. 

28일 열린 EBS 봄 개편 설명회 ⓒEBS
지난 28일 열린 EBS 봄 개편 설명회 ⓒEBS

편성기획부장 시절 <다큐프라임> 등 EBS 대표 프로그램을 기획한 김 사장은 콘텐츠 개편에도 힘을 쏟았다. 그는 “돈이 없어도 콘텐츠 혁신은 아이디어를 가지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며 “사장 취임하자마자 보여주기식 개편을 내놓기보다는 응축의 시간을 가지고 준비했다.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EBS의 목적으로 나와있는 ‘국민 평생교육 구현’을 명실상부하게 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봄 개편은 오는 4월 3일부터 시행되는데, 매일 3시간씩 방송되는 <EBS 평생학교>는 평생교육법을 바탕으로 7개 분야의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다큐멘터리 K>는 저출생, 독서 진흥, 교육혁신 등 한국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를 학술적으로 탐구해보는 프로그램이다. 모두 16개 프로그램이 이번 개편에서 새롭게 편성된다. 

김유열 사장은 ‘공사 역사상 세 번째 규모’라는 이번 ‘콘텐츠 대혁신’을 통해 TV 수신료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겠다고 했다. 수신료 2500원 가운데 한전 위탁수수료보다 적은 70원(3%)을 배부받고 있는 EBS는 수신료 결정 과정에서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다. 수신료 인상안은 KBS 이사회가 의결한 뒤 방송통신위원회와 국회를 거쳐 확정되는데, EBS는 끼어들 여지가 없다. 이 때문에 EBS는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수신료위원회 구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대통령실이 공론화한 수신료 분리징수가 현실화하면 EBS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김 사장은 “EBS는 늘 수신료 결정에서 소외되고 종속변수처럼 되어있다. 저희들이 운다고 수신료를 더 줄 것도 아니고, EBS가 수신료의 가치를 먼저 입증해보여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다른 방송사보다 공익적 프로그램을 선보였다고 자부하는 EBS를 더욱 EBS답게 만드는 게 국민에게 답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신료를 더 내고 싶다는 응원 메시지도 많은데, 국민의 평가라고 본다. EBS 잘하고 있다, 수신료를 더 줘야한다는 이야기가 저절로 나오게 하는 게 목표”라며 “수신료위원회가 있었으면 이런 (수신료 분리징수 논란) 문제도 없었을 것이다. 분리냐, 통합이냐는 프레임에 빠지면 수신료 가치가 사라진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는 김유열 EBS 사장. ©EBS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는 김유열 EBS 사장. ©EBS

국회 본회의 통과만 남겨둔 방송법 개정안과 공영방송 장악 논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향한 검찰의 수사가 방통위 구도 재편,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곤란한 기색을 비쳤다. 공영방송 장악 움직임에 대해선 “제 개인 이익보다는 EBS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는 말로 답변을 갈음했다. 

김유열 사장은 남은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를 묻는 질문에 “외생적 변수가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자생능력을 갖추는 게 여망”이라며 “오랫동안 콘텐츠를 기획해온 사람으로서는 EBS가 이 사회에 필요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EBS가 국민의 자존심이 됐으면 한다. 그렇게 된다면 돈 문제는 덜 본질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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