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취재·보도를 위한 55개 체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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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 '젠더보도 가이드라인' 발간
11일 토론회 열어 가이드라인 실효성·활용성 논의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

[PD저널=엄재희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가 성평등한 취재·보도를 위해 55개 점검 항목으로 구성된 ‘젠더보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이번주 내로 산하 조직 사업장에 배포되는 '젠더보도 가이드라인'은 젠더에 대해 알아야 할 배경지식과 △ 언론보도와 성평등 △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한 보도 △ 이미지 활용 가이드라인 △ 스포츠 보도 가이드라인  등 네 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여기에 언론인들이 가이드라인을 지키려고 할 때 부딪히는 현실적인 고민들도 추가로 담았다.

가이드라인은 취재부터 보도 시까지 점검해야할 내용을 단계별로 정리했다. 취재 단계에서 취재원을 섭외 할 때 성별 다양성을 확보했는지 고정관념에 근거한 질문을 준비하진 않았는지 확인하고, 보도 단계에선 '저출산' '미혼' '수유실' 등 성차별적 어휘를 사용하진 않았는지 제목에 성별 갈등을 유발하는 자극적 내용을 담지 않았는지 점검하는 식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가 제작한 '젠더보도가이드라인'
'젠더보도가이드라인' 체크리스트 중 일부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한 보도' 체크리스트는 취재와 보도전후 점검할 항목을 38개로 정리했다. 

취재 시에는 '피해자 진술 이용하는 경우 피해자 동의를 구했는가' '피해자가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는가' 등 피해자 보호가 강조됐다. 성평등위원회는 "피해자는 언론 취재를 통해 2차 피해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취재진이 피해자의 말의 진실인지를 의심하고 있다고 느끼거나, 피해자를 지나치게 동정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고 느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보도 시 사건과 관계 없는 피해자의 과거나 일상에 대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재판 중인 성폭력 사건을 보도하면서 피해자가 '여름휴가를 즐기는 사진이 커뮤니티에 게시되었다'는 등 피해자의 일상을 알리는 보도 등이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가이드라인에는 "'피해자다움'의 고정관념은 피해자가 고통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정보는 사건의 해결이나 사회적 공익에 도움이 되는 정보가 아니다"라는 부연이 담겼다.

성평등위원회는 지난 '신당역 스토킹 범죄 사건' 당시 <신당역 역무원 살해 30대..'흉기 들고, 샤워캡 쓰고' 1시간 기다렸다> 제목처럼 구체적인 범죄 수법이나 양상을 서술하는 방식도 성평등 보도를 위해 고민해야할 대목이라고 짚었다.  

가이드라인은 기사에 활용되는 이미지도 점검 대상에 올렸다. 가이드라인은 "직장 내 갑질과 관련된 다음 기사에서는 특별한 이유 없이 갑질하는 상사의 이미지를 여성으로 묘사하고 있고, 직장인을 묘사하는 이미지에서는 남성 직장인을 대표로 묘사한다"며 "이는 여성이 화가 많고 히스테리컬하다는 고정관념, 직장인 즉 공적 영역의 대표자는 여전히 남성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만들어진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젠더보도 가이드라인' 중 이미지 활용 가이드라인

가이드라인을 받은 기자들이 현장에서 부딪히는 현실적인 고민들도 담겼다.

가이드라인은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가해자의 말을 사실 확인 및 비판적 점검 없이 그대로 전달하여 사실상 사회적 변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는가'를 확인해볼 것을 권하지만, 기자들은 가해자 행위를 지접 알리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가이드라인은 "가해자의 범죄가 널리 알려지는 효과보다는, 피해자에게 일말의 책임이 있다는 인식이 더 강화된다고 알려져 있다"면서 "방송 보도 등에 가해자의 말이나 표현이 필요하다면 직접적 가해 표현보다는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진술 표현을 사용할 수 있으며, 표현의 일부를 비프(삐, beep) 처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대안을 제시한다. 

구체적인 피해를 언급하지 않으면 사건의 심각성을 알릴 수 없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떤 정보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경계를 설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저널리즘 공동체의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풀어야할 과제로 남겼다.  

성평등위원회는 가이드라인 제작에 참여한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발표하고 가이드라인의 활용 방법과 현장에서 널리 활용될 수 있는 방법 등을 토론하는 토론회를 오는 11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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