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말라'로 가득한 젠더보도 가이드라인, 어떻게 적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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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 11일 '성평등 보도를 위한 저널리즘 원칙 점검' 토론회

11일 열린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 '성평등 보도를 위한 저널리즘 원칙 점검' 토론회 ⓒPD저널
11일 열린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 '성평등 보도를 위한 저널리즘 원칙 점검' 토론회 ⓒPD저널

[PD저널=엄재희 기자] '젠더보도 가이드라인'을 제작한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가 가이드라인의 의미와 현장에서 널리 활용될 수 있는 방법 등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11일 열었다.

성평등 보도를 위해 취재부터 보도 시까지 점검해야 할 55개 항목으로 구성된 '젠더보도 가이드라인'은 △ 언론보도와 성평등 △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한 보도 △ 이미지 활용 가이드라인 △ 스포츠 보도 가이드라인  등 네 가지 주제로 고민과 실천 방안을 담았다. 특히, 젠더 기반 폭력 보도에 대해선 38개 문항을 집중 배치하며 피해자 보호 등을 강조했다. 

젠더보도 가이드라인 제정에 참여한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이번 가이드라인의 의미에 대해 "출발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자 한다"며 "우리가 해야하는 일은 모범 사례를 계속 축적하고 아카이브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기사 수정이 가능했다는 사례를 모을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장 기자들은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려고 할 때 난관에 부딪힌다고 말한다. 언론노조 SBS본부 성평등위원장인 류란 기자는 "가이드라인은 이런 것을 하지 말라는 방식으로 논의되는데, 그렇다고 보도를 안 할 수 없다"며 "큰 어려움 중 하나가 2분짜리 뉴스 리포트를 만들 때 성폭력 사건을 직접적으로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안 쓴다면 무엇을 쓸 수 있겠나"고 토로했다. 이어 "가이드라인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다 보면 현장 기자들은 뉴스를 만들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으니, 현장 기자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사 전반의 합의가 부재한 점도 지적됐다. 오예진 연합뉴스 기자는 "우리 언론의 현실은 각각 언론사들의 데스크들이 각개전투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소수자 이슈가 나왔을 때 데스크와 기사를 쓴 기자가 개별적으로 고민을 하게 된다. 사회부가 저출산 대신 저출생이라고 쓰기로 합의해도, 이것이 정치부나 산업부로 퍼져나가진 않는다"고 했다. 이어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언론사들의 전반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데스크를 맡고 있는 조효정 MBC 기자(차장)는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자 개개인의 교육이 되지 않으면 이런 상황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는 힘들다"며 "교육 과정이 있지만 데일리로 뉴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그것들을 많이 까먹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데스크 단계에서 기사가 많이 고쳐지게 되고 수정 후에 기자들이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다. 기사를 고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데스크급 이상의 기자들에 대해서도 사내외에서 끊임없이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레거시 미디어보다 표현의 범위가 넓은 OTT·유튜브 콘텐츠도 쟁점이다. 

홍남희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교수는 "언론사 차원에서 정통 언론의 기조와 유튜브 채널의 방향성을 양분하는 '투트랙' 사례가 보이는데, 정통 언론에선 가이드라인을 잘 지키고 유튜브 트랙에선 그것을 지키지 않고 클릭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용자는 어디에서 생산되는지 점검하지 않기 때문에 생산자 입장에서 고민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효정 기자는 “유튜브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자들은 조금 더 느슨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며 “가이드라인이 데일리뉴스에 적용되는 것인지, 심층보도에 적용되는 것인지, 유튜브나 OTT에도 적용되는 것인지에 따라 기준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최소한의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아 교수는 "한국 저널리즘의 난제 중 하나는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라며 "개별 기자는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그런 기사보다 쉽게 제목을 다는 기사가 큰 관심을 받는다. 우리는 해외 언론사들이 유료화 모델을 성공한 것과 다른 환경에서 고민을 시작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럴수록 다른 방식을 공유하는 장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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