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100' 장호기 PD “다음 시즌엔 여성 우승자 나올 수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276회 이달의 PD상 수상작 '피지컬: 100' 장호기 PD

넷플릭스 '피지컬: 100'으로 이달의 PD상을 수상한 장호기 PD.  ⓒ넷플릭스
넷플릭스 '피지컬: 100'으로 이달의 PD상을 수상한 장호기 PD. ⓒ넷플릭스

[PD저널=이영광 객원기자] 276회 ‘이달의 PD상’ TV 예능 부문상은 넷플릭스 <피지컬:100> 연출한 장호기 PD에게 돌아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인 <피지컬:100>은 100명 중 가장 완벽한 몸을 찾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인기가 많았던 프로그램이다.

수상 소감과 기획의도, 제작 뒷이야기가 궁금해 장호기 PD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장 PD가 MBC를 퇴사하기 전인 지난 3일 이뤄졌다.

다음은 장 PD와 나눈 일문일답.

-화제를 모았던 넷플릭스 <피지컬:100> 9부작으로 한국PD연합회가 시상하는 ‘이달의 PD상’ 수상하셨는데 먼저 소감 부탁드립니다.

“제가 지상파 교양 PD인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작해서 이달의 PD상 예능 부문상을 받았다는 게 너무 믿기지 않고요. 큰 상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앞으로 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잘 만들라는 의미로 보고 더 열심히 잘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이달의 PD상’ 수상 연락이 왔을 때 기분은 어땠나요?

“‘이걸 받아도 되나’란 생각했죠. 한편으로는 그래도 새로운 시도에 대한 기대나 응원, 지지로 봐도 되나라는 기쁜 마음도 있었고요.”

-전 세계적으로 인기였잖아요. PD님이 생각하시는 인기 비결은 뭘까요?

“제가 원래 기획할 때부터 넷플릭스에 얘기한 게 남미 칠레에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편하게 보실 수 있게 기획하겠다는 것이었거든요. 전 세계인이 모두가 관심 갖고 볼 수 있는 인간의 몸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자막이라든지 어려운 백그라운드를 최대한 배제해서 직관적으로 부담 없이 볼 수 있게 기획했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많은 분이 큰 어려움과 해석 없이도 편안하게 봐주신 게 아닌가 생각은 해요.”

-<피지컬: 100>은 어떻게 제작하게 된 거예요?

“항상 새로운 콘텐츠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었고요. 몇 년 전부터 OTT를 해야 된다고 계속 생각했었어요. 그러다가 MBC 교양본부 내에 파일럿 기획안 공모가 있을 때 제가 <피지컬>이라는 기획안을 낸 거예요. 내면서 이제는 ‘MBC에도 내고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 플랫폼에도 내면서 동시에 방송할 수 있는 그런 콘텐츠를 좀 만들어보겠습니다’라고 얘기를 했는데 이 프로그램 자체가 교양 장르에는 맞지 않는다 등등의 평가를 받았어요. ‘그러면 OTT 플랫폼에는 한 번 기획을 내보게 해주십시오’라고 허락을 구해서 넷플릭스에 제출하고 다행히 운 좋게 제작을 하게 된 거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피지컬: 100'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피지컬: 100'

-출연자들 섭외는 어떻게 하셨어요?

“제가 특공대를 나오기도 했고 운동을 다양하게 좋아해요. 그래서 제가 개인적으로 다양한 운동 능력자들을 많이 알고 있어요. 평소에 좋아하고 팔로우하던 분들 위주로 리스트를 꾸렸고 그다음에 저희 프로그램 특성에 맞게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을 나열을 했죠. 저희가 넷플릭스 규정상 계약 전에는 공개 모집할 수가 없어요. 녹화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까지 공개 모집을 할 수가 없었지만 이미 대한민국 사회에는 운동을 좋아하고 당당하게 몸을 드러내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고요. 그렇게 리스트업을 한 다음에 스태프와 함께 참가자를 분류하고 카테고리별로 나름의 전략을 세워서 섭외 요청을 드렸죠. 이후 건강상의 큰 이슈가 없거나 우리 나름의 기준에 부합하는 분들 위주로 후보를 꾸렸습니다.”

-꼭 모시고 싶었는데 안 된 분도 있을까요?

“성함을 딱 꼬집어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작년에 아시안게임이 예정되어 있었어요. 원래 저희가 배구나 하계 운동 쪽으로 몇 분을 모셨었는데 그분들이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뽑히면서 중간에 하차하셨거든요. 근데 아시안게임이 취소됐잖아요. 그래서 다시 나올 수 있냐고 문의하셨는데 너무 늦은 상태라 출연을 못했어요. 아시안게임이 올해 9월로 연기됐는데, 시즌2가 제작된다면 작년에 못 나오신 분은 올해도 못 나올 것 같아요. 그게 저희 입장에서는 아쉽죠.”

-스태프 구성이 화려하던데 모으는 게 어렵진 않았나요?

“스태프 모으는 건 굉장히 어려웠죠. 일단 저는 예능 경험이 없잖아요. 또 제가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요. 이번에 MBC 스태프보다 외부 스태프가 훨씬 더 많았는데 외부에서 봤을 때 저는 처음 본 사람이고 넷플릭스에서도 (제작 발표가) 오피셜하게 나온 게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 사람이 말하는 게 사실인지 믿기 어려웠을 거고요. 그래서 기획안을 가지고 다니면서 평소에 재미있게 봤던 콘텐츠의 스태프나 제가 평소에 언젠가 한번 같이 해보고 싶었던 분들을 만나뵙고 설명드리고 한 분 한 분 어렵게 모셔왔죠.”

-출연자들이 성별 구분 없이 대결하도록 하셨잖아요. 왜 그렇게 하셨어요?

“정식 대회나 이런 데 보면 체급, 성별 구분이 있는데 일단 그것과는 차별화돼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어쨌든 제가 기획할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가장 완벽한 피지컬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탐구해 보자는 거였어요. 저희가 완벽하다는 기준이나 한계를 정해 놓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어떤 몸이냐에 따라서 어떤 상황에서는 잘 할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는 거고요. 다양한 가능성과 경우의 수가 있는 걸 우리가 종합적으로 관찰하고 과정을 보여주자는 거였기 때문에 일단 큰 구분 없이 한번 모아보자는 개념이었어요. 그리고 모든 분이 다 동의하셨고 그 점에 훨씬 더 흥미를 많이 느끼셨고요. 이 부분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도 많았지만 제가 볼 때는 그래도 새로운 이야기 소재가 되었다고 생각을 해요. 앞으로도 이야기 소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공개 이후 열띤 호응을 얻고 있는 넷플릭스 '피지컬:100'
넷플릭스 '피지컬:100'

-성별 차이가 분명히 있는데 그렇게 하는 게 맞나라는 의견도 있을 거 같은데.

“그래서 저희가 퀘스트를 짤 때 압도적인 근력이나 개인의 역량만으로 게임에 승리하는 게 아니라 다양하고 종합적인 신체 능력과 정신력을 응용하거나 팀으로 어떤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복합적으로 구성을 했어요. 개별 미션을 보면 누군에게 유리하고 불리할 수도 있었겠지만, 프로그램 전체적인 과정을 봤을 때는 나름의 밸런스를 맞췄다고 생각은 해요.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그거예요. 가장 강력한 몸을 찾는 게 아니고 저희는 가장 완벽한 피지컬을 탐구해 본다는 거였어요. 특히 1라운드나 사전 미션을 보면 매달리기 미션이 있었는데, 남성들이라든지 근육이 비대한 분들은 오히려 성과가 더 좋지 않았거든요. 사실 이런 질문과 생각 자체가 ‘여성이 남성에 비해 약한데 왜 같이하게 하냐’는 생각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근력이라든지 기본적인 능력에 있어서 남성이 조금 더 강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떤 여성분의 경우 남성보다 강한 경우도 있거든요. 그리고 정신력이라는 하나의 지표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봐요. 제작이 된다면 다음 시즌이나 다다음 시즌에는 어떤 어머니가 우승할 수도 있고 젊은 여성이 우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그럴만한 퀘스트를 구성해보고 싶어요.”

-4개의 퀘스트로 이뤄졌죠. 이걸 선정하는 거도 어려웠을 것 같아요. 그리스 신화에서 가져온 것 같은데.

“제가 어렸을 때부터 <출발 드림팀>이라는 프로그램을 되게 재밌게 봤거든요. <드림팀>은 단순히 기구나 구조물을 이용한 장애물 극복 프로그램이라면 우리 프로그램은 뭔가 영화, 드라마 같고 일상생활에서 생각해 볼 만한 백그라운드나 콘텍스트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평소에 좋아하는 신화와 미술사 이런 것들을 보면서 미션의 아이디어나 모티브를 얻었고요. 일단 우리 프로그램을 어떤 돈이 많은 괴짜가 게임을 주최했다고 상상하고 시작했어요. 그 가상의 주최자라면 이렇게 많은 사람을 모아서 상금도 두둑이 준다면 부자일 것이고 그 사람은 그리스 신화를 좋아할 것이고 미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 것이라는 식으로 상상해 보기 시작한 거죠.”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녹화할 때 보통 이런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하면 출연자들이 ‘PD님 저 화장실 좀 보내주세요’, ‘저 담배 좀 하나만 피게 해주세요’ 등의 요청이 많대요. 근데 우리는 촬영하는 동안 그런 사람이 거의 없었고요. 오히려 ‘PD님 저 빨리 가서 닭가슴살만 하나 돌려먹고 올게요’라는 사람들은 많았었어요. 그런 게 재밌더라고요. 우리 출연자들은 녹화하는 내내 자기 근육 손실될까 봐 계속 걱정을 하는 아주 멋있는 분들이었다는 거죠.”

-탈락하면 자기 토르소를 깨게 했잖아요. 왜 그렇게 하셨어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실패는 곧 죽음이거든요. 그런 콘텐츠에 길들여져 있는 시청자들에게 그에 못지않은 충격적인 경험을 선사해야 우리 콘텐츠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우리도 출연자들 탈락했다고 총을 들이댈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뭐가 있을까 생각했죠. 이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목숨만큼 소중한 게 무엇일지 그것을 뺏아버리자고 생각했는데 이 사람들에게 그게 몸이었죠. 출연자들의 몸과 똑같은 토르소를 제작하고 그걸 탈락할 때 파괴시키자라는 아이디어로 발전이 된 거죠. 기왕 깨는 거라면 도자기를 빚는 노인이 미완의 도자기를 자기 손으로 깨는 것처럼 자신의 미완의 몸을 스스로 파괴하게 하면 거기서 많은 서사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제작하면서 느낀 게 있을 것 같아요.

“많은 걸 느꼈는데 일단 확실하게 느낀 건 정말 대한민국에 있는 방송사 PD라고 해도 전 세계 시청자들과 소통할 기회가 열렸단 거예요. 대한민국 콘텐츠에 많은 기대를 하고 보기 때문에 지금까지 물론 최선을 다해 왔지만 더 열심히 잘해야 되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전 세계로 전파되는 만큼 정말 많은 콘텐츠 제작자로서 많은 변화가 앞으로 더 있겠다는 것도 많이 느껴졌고요.”

-시즌2에 대한 계획이 있나요?

“시즌 2는 지금 긍정적으로 논의가 되고 있고요. 최종적으로 결정이 되면 오피셜하게 나갈 거예요.”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