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으로 돌아올 불통 대통령의 위험한 언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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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룡의 미디어 창]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PD저널=김창룡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언론은 권력의 장악 대상이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이 제4부로 불리는 것은 입법·사법·행정부를 국민의 눈으로 감시, 견제한다는 사명 때문이다. 윤석렬 정부에서 무시, 협박, 소송을 당하고 있는 언론은 존중은커녕 그 역할까지 부정당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동남아 순방 출국을 앞두고 MBC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거부했다. 외신은 일제히 “대통령실이 비판적 언론의 전용기 탑승을 막아 반발이 커지고 있다”고 주요 뉴스로 다뤘다. 외신은 보도를 통해 “MBC는 윤석열 대통령이 9월 유엔총회 때 뉴욕을 방문했을 당시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체면을 구길 것’이라고 발언한 영상을 보도하는 등 윤 정권에 엄격한 보도를 해왔다"고 지적했다. 

타킷이 된 MBC는 전용기를 탈 수 없어 ‘취재제한을 당했다’고 항변했지만 대통령실은 취재제한은 아니라는 취지로 대응했다. 외교관례상 있을 수 없는 천박한 비속어를 사용한 대통령이 문제고, 그것을 그대로 보도한 언론을 탓할 사안이 아니었다. 거꾸로 MBC를 동맹관계 훼손 운운하며 제압에 나선 것은 적반하장, 언론탄압의 대표적 사례로 언론사에 두고두고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다.

MBC에 대한 공격은 이 정도로 끝날 것 같지 않다. 감사원이 전방에 나서서 행정부는 물론 공영방송 이사회까지 집중공략에 나선 모습이다. 국가의 헌법기관이 이렇게 가벼이 나서서 견제세력 약화 혹은 제거에 동원되는 행태는 감사원의 위상을 추락시키고 그 역할에 회의감을 갖게 한다.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감사원 국민감사청구 사전조사가 시작된 13일 오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조합원들이 방문진 정문 앞에서 감사에 항의하는 피케팅 시위를 벌이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감사원 국민감사청구 사전조사가 시작된 지난 3월 13일 오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조합원들이 방문진 정문 앞에서 감사에 항의하는 피케팅 시위를 벌이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이처럼 잘못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가 없는 윤 대통령은 자신의 잘못을 상대에게 뒤집어씌우는 전술을 반복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내세운 것이 국민과의 소통 강화였다. 현실은 어떤가.

대통령이 자랑하던 도어스테핑은 몇 개월 가지도 않아 ‘잠정중단’이란 이름으로 끝났다. 신년 기자회견, 순방길 기자간담회 같은 것도 없다고 취재기자들은 불만을 기사로 표현하고 있다. 국민을 대신하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어떻게 국민과 소통을 하겠다는 것인가.

대통령실은 출근길 문답형식을 ”스스로 질문받고 견제받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불편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거나 외면하는 대통령, 미디어조차도 자기 입에 맞는 신문사만 딱 하나 골라서 하고싶은 말만 늘어놓은 대통령이 무슨 견제를 받는다는 말인가.

오히려 문제제기하는 기자들을 소송으로 대응한다. 대통령실의 소송은 대통령이 기자를 상대로 하는 언론탄압으로 권력자가 해서는 안 되는 위험한 행동이다. 수사기관의 장이나 대통령이 소송으로 대응하는 사회는 불행하고 위험한 사회, 불통의 사회가 된다.

<미디어스>에 따르면 대통령실이 직접 고발한 언론인은 ‘바이든 날리면’ 보도를 한 MBC 기자, 줄리 의혹, 대통령 청담동 술자리 의혹 보도를 한 <더 탐사> 기자이며 김건희 여사가 관저 선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한겨레> 기자는 국민의힘 인사가 고발했다.

출입기자에 대한 대통령실의 출입제한 시도도 ‘언론 길들이기’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12일 <‘천공 보도’ 뉴스토마토 기자, 10주째 대통령실 출입 못해>에서 “대통령실을 출입할 뉴스토마토 기자가 역술인(천공)이 대통령 관저 이전에 개입한 의혹을 보도했다는 점에서 대통령실이 불편한 보도를 한 언론을 길들이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통상 대통령실 출입 매체가 기자 교체를 신청하면 대통령실 경호처의 신원 조회 기간까지 3주가량 걸리는데 대통령실은 10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뉴스토마토> 기자 교체를 처리하지 않으면서 “대통령실 경호처에서 신원 조회 중”이라는 입장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1월 2일자 1면 기사.
윤석열 대통령 신년 인터뷰를 실은 조선일보 1월 2일자 1면 기사.

대통령실을 출입한다고 무슨 대단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식과 원칙을 내세운 윤 대통령이 업무처리를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특히 국내 언론보다 외신을 더 중시하는 모습은 국민적 자존심을 훼손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내 언론 가운데 <조선일보>와 한차례 인터뷰를 진행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요미우리> <뉴욕타임즈> CNN 등 외신과는 네 차례나 인터뷰를 했다. 횟수도 문제지만 내용은 더 문제다. 외교, 안보, 도청 등 국제문제에 대한 정보를 외신에 의존해야하는 현실 때문이다. 국내 언론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인데 외신은 우리도 모르는 이야기들, 정보들을 쏟아내고 있다.

질문은 받지 않고, 정보는 차단하고, 의혹을 제기하면 소송으로 응수한다. 언론 탄압은 국민의 알권리 침해로 이어진다. 국민 알권리 첨병으로 나선 언론사들이 시련을 겪으면서 한국 언론사는 또 다른 암흑기를 맞이하고 있다.

16대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국민을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가의 공조직, 공권력을 공명정대, 불편부당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그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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