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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19 11:20
  • 수정 2023.04.21 11:00

'문해력' 화두 던진 EBS PD들 "요즘 애들 문제? 소통에 필요한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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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당신의 문해력+'으로 35회 한국PD대상 '올해의 PD상' 수상한 민정홍·김지원 PD

지난 17일 35회 한국PD대상 시상식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는 민정홍 PD. ©김성헌
지난 17일 열린 35회 한국PD대상 시상식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는 민정홍 PD. ©김성헌

[PD저널=박수선 기자] 35회 올해의 PD상은 교육현장에 머물러있던 '문해력' 문제를 공론장에 올려놓은 EBS 민정홍·김지원 PD에게 돌아갔다. 

문해력 열풍을 낳은 여정의 시작은 ‘아이들의 읽고 쓰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2020년 <다큐프라임-다시, 학교> ‘교과서를 읽지 못하는 아이들’ 편이었다. ‘문해력 저하’ 현상을 목격한 민정홍·김지원 PD는 2021년 <당신의 문해력>, <문해력 유치원> 2022년 <당신의 문해력+>을 연달아 내놓으며 해결책을 찾아나섰다. 

그 사이 ‘심심한 사과’ 논란 등이 불거지며 문해력 문제는 사회적인 이슈로 부상했다. ‘문해력’ 제목이 붙은 책이 쏟아졌고, 국무회의에서 “전 세대의 디지털문해력을 높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지시까지 나왔다.  

지난 11일 일산 EBS 사옥에서 만난 두 PD는 “문해력이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라는 인정을 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민정홍 PD는 “학교에서 만나는 선생님마다 ‘요즘 아이들은 교과서도 못 읽어요’라고 토로하는데, 도대체 우리 교육의 무엇이 잘못됐는지 궁금했다”며 “교실에서 출발한 문제를 교실에서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이게 문제야, 요즘 아이들은 이런 정도 밖에 안돼' 지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봤다. 실용 가능하고 적용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했다”고 ‘문해력 시리즈’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낯선 개념인 ‘문해력’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관련 연구가 활발하지 않던 시기에 전문가들과 함께 학생, 유아, 성인을 대상으로 한 문해력 커리큘럼 개발하는 작업에 직접 뛰어들었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내놓은 ‘문해력 테스트’ '어휘력 테스트‘는 60만명, 40만명이 응시할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문해력 저하를 ’요즘 것들‘의 문제로 치부한 성인들이 테스트를 해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후기는 온라인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두 PD에게 올해의 PD상을 안긴 <당신의 문해력+>는 성인이 실생활에서 접하는 계약서, 약관, ‘가짜뉴스’ 등을 통해 비판적 읽기 능력의 중요성을 환기한 프로그램이다.  

김지원 PD는 “문해력 문제를 요즘 애들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특정 세대로 좁히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며 ”<당신의 문해력+>는 성인이 어디서 말은 못하지만 겸연쩍었던 기억을 함께 이야기 해보자는 취지로 기획했다. 세대를 떠나 문해력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관점에서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문해력 전문가'로 거듭난 두 PD들이 권하는 문해력 향상 팁을 무엇일까. 김지원 PD는 "글을 훑어 읽지 않고 꼼꼼하게 읽기"를 권했고, 민 PD는 "소통에서 문해력이 중요하다는 걸 잊지 않고, 매일매일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작 기간까지 포함하면 5년 동안 문해력 한 우물을 판 두 PD의 후속 프로그램은 오는 8월 방송 예정인 <다큐멘터리 K> ‘독서 프로젝트’다.  

김 PD는 “학교 수업 안에서 문해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고민했다"며 "문해력을 제도적으로 안착시켜 아이들에게 쉽게 읽는 방법을 알려주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음은 두 PD와 나눈 일문일답.       

지난 17일 열린 35회 한국PD대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PD상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는 김지원 PD. ©김성헌
지난 17일 열린 35회 한국PD대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PD상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는 김지원 PD. ©김성헌

-2020년 <다큐프라임-다시, 학교>를 통해 문해력이라는 화두를 던진 지 3년 만에 <당신의 문해력+>로 한국PD대상인 올해의 PD상을 수상했다. 

김지원(이하 김): 올해의 PD상 수상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영광스러운 일이다. <다시, 학교> 준비 과정까지 따지면 문해력을 이야기한 게 5년 정도 됐다. 꾸준하게 열심히 해왔다는 점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민정홍(이하 민): 동료 PD들이 뽑는 상이라서 더욱 영광스럽다. <다시, 학교>에서 문해력 이야기를 처음 꺼냈고, 이후 <당신의 문해력>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제작했는데 문해력이 이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였구나 다시 한번 느꼈다. 
  
-<당신의 문해력> <문해력 유치원> <당신의 문해력+>까지 숨가쁘게 달려왔다. 2020년에 <다시, 학교> ‘교과서를 읽지 못하는 아이들’ 편을 제작할 때 장기 시리즈로 이어질지 예상했나. 

김: <다큐프라임>을 몇 편 했지만, 프로그램이 화제가 되더라도 레귤러로 확대되는 경우는 드물다. ‘교과서를 읽지 못하는 아이들’ 편은 <다시, 학교> 10부로 방송이 나갔는데, 제작하면서 한 편에 담기에는 이야기가 많다는 생각은 했다. <다시, 학교> 방송을 앞두고 당시 류재호 편성센터장이 격려차 마련해준 식사 자리에서 내용을 듣고는, 굉장히 의미 있는 주제라면서 확장해서 이야기를 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덕분에 <다시, 학교>가 나간 시점에는 거의 편성이 확정될 정도로 후속 프로그램 결정이 빨리 됐다. <당신의 문해력> 이후에는 시청자 반응이 좋아 책임과 요구에 부응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한 것 같다. 

-‘문해력 시리즈’를 시작하기 전까지 문해력이라는 용어는 낯선 개념이었다. 

민: ‘교과서를 읽지 못하는 아이들’ 방송을 할 때 ‘문해력’이라는 단어를 쓸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다. 학술 용어에 가까워서 당시에는 안 썼는데, <당신의 문해력>부터는 과감하게 사용했다.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는 ‘리터러시’라는 용어보다는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낯선 개념이지만 많은 학교 현장을 찾아다니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설득할 지점이 있다고 봤다.

김: 초반에는 문해력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고 섭외 전화를 하면 ‘네? 뭐라고요?' 라고 되묻는 경우가 많았다. ’문해력은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라고 길게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요즘은 문해력이라고 하면 굉장히 많은 분이 알아주시는 것 같아서 약간의 보람이 있다. 영어로는 ‘리터리시’라고 하는 개념에 대해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더니 학계에서는 '문식성(文識性)이냐, 문해력이냐' 의견이 갈렸다. 저로서도 문식성은 난생 처음 듣는 정도의 개념이고, 문해력은 들어본 적은 있다는 느낌이었다. 문해력이 그나마 좀 덜 낯설기도 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여쭈어서 방송에서는 문해력을 사용하게 됐다.

-생소한 '문해력'을 주제로 맨땅에 씨앗을 뿌리는 심정으로 제작을 했을 것 같다. 

민: 문해력 기획은 학교에서 출발했다. 만나는 선생님들이 ‘요즘 아이들은 교과서도 못 읽어요’라고 토로하는데, 도대체 우리 교육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궁금했다. 많은 수업을 참관했는데, 교실에서 출발한 문제는 교실에서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이게 문제야, 요즘 아이들은 이런 정도 밖에 안돼 지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봤다. 실용 가능하고 적용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했다. 문해력이 실증하는 문제라는 점을 입증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또 문해력이라는 낯선 개념을 50분 풀 다큐멘터리로 풀어가는데, 누가 얼마나 볼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많이 했다. 

민정홍 PD와 김지원 PD가 '당신의 문해력+' 출연진과 함께 찍은 단체 사진.      
민정홍 PD와 김지원 PD가 '당신의 문해력+' 출연진과 함께 찍은 단체 사진.      

-성인을 대상으로 한 <당신의 문해력 +>에서는 실생활에서 접하는 약관, 계약서, ‘가짜뉴스’ 등을 통해 실용적인 솔루션을 제공했다. '문해력 시리즈'는 문제 제기에서 그치지 않고, 해결책까지 제시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시청자 반응은 어땠나. 

김: <문해력 유치원> 참여자 12명을 뽑았는데, 신청자가 2000명이 넘었다. 업무마비가 될 정도였지만, ‘글자가 아니라 말과 글에 익숙해졌으면 좋겠다’는 취지에 공감해준 부모님이 많았다는 것에 감사했다. <당시의 문해력+>는 ‘언어감수성’ 편 반응이 좋았다. 문해력을 읽고 이해하는 것에서 한발 나아가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소통의 관점에서 이야기한 방송이었다. 특히 대학생들로부터 ‘언어감수성’ 방송을 활용하고 싶다는 문의가 많았다. 

-60만명 이상이 응시했다는 ‘문해력 테스트’가 화제였다. ‘요즘 애들’의 어휘력에 혀를 찼다가 테스트 결과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성인들의 후기가 줄을 이었다.   
 
김 : 문해력 문제를 마치 요즘 애들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문해력 문제는 특정 세대로 좁히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당신의 문해력+>는 성인 타깃으로 만들었는데, 어디에서 말은 못하지만 겸연쩍었던 기억을 함께 이야기 해보자는 취지였다. <당신의 문해력+>를 통해 세대를 떠나 문해력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관점에서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문해력 향상하는 방법이 있다면. 

김: 대부분 성인들은 글을 훓어 읽는다. 스마트폰의 영향이고, 한국사회가 너무 빨리 돌아가기 때문이기도 하다. 책이나 잡지 등 글을 꼼꼼하게 읽으려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좋아질 것이다. 

민: 전문가들을 만나도 ‘나도 지금 노력 중’이라고 말한다. 문해력은 후천적 능력이기 때문에 스스로 노력을 안 하면 좋아지지 않는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지만, 타인과 소통하는 데도 필요하다. 요즘 남의 말이나 글을 오독하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소통에서 문해력이 중요하다는 걸 잊지 않고, 매일매일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후속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데, 어떤 프로그램인지 궁금하다.  

민: ‘독서 프로젝트’인데, 낡은 개념으로 느껴지는 ‘독서’에 문해력을 섞어 만들어볼 생각이다. 

김: 오는 8월 <다큐멘터리 K>를 통해 10부작으로 방송될 예정이다. '학교 수업 안에서 문해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고민했다. 문해력을 제도적으로 안착시켜 아이들에게 쉽게 읽는 방법을 알려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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