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DVD 대여 서비스 중단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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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건식의 OTT 세상 25]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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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유건식 언론학 박사(KBS 제작기획2부)] 지난 18일 넷플릭스가 2023년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대부분 넷플릭스의 가입자수 변화(175만 명 증가)와 매출 및 영업이익(전년 동기보다 2.5억 달러 감소)에 관심이 많았지만 눈에 확 띄는 내용이 있었다. DVD 사업을 더 이상 존속하지 않고, 2023년 9월 29일에 마지막 DVD를 우편으로 배송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2억 3250만 명으로 단일 서비스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넷플릭스 최초의 비즈니스 모델이 중단된다는 의미다. DVD 대여 서비스는 바로 넷플릭스를 세계 굴지의 글로벌 기업으로 만든 비즈니스다. 이 소식을 접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도 넷플릭스가 DVD를 배송하고 있었나’하고 의아해할 것이다. 

넷플릭스가 지금까지 DVD 사업을 가져온 이유는 중부 지방의 인터넷이 원활치 않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이 부분의 수익률이다. DVD 부문의 수익률을 2019년까지 밝혔는데, 2019년 스트리밍 수익률이 24.5%였음에 반해 DVD는 58.5%에 달했다. 최근 매출이 감소해 2020년 2.39억 달러, 2021년 1.83억 달러, 지난해에는 1.46억 달러였다. 매출도 상당하고, 이익률도 좋은데 사업을 접는다니 오히려 이 부분이 조금은 의아하다.

리드 헤이스팅스와 마크 랜돌프는 1997년 넷플릭스를 설립하고 1998년부터 DVD를 우편으로 배송하기 시작했다. 당시 비디오 대여점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블록버스터'를 물리치고 우편 배송이라는 모델과 구독모델, ‘시네매치’라는 추천 알고리즘을 개발해 성공했다. 2007년부터는 VOD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1999년 10만 명에서 2006년 630만 명까지 가입자가 증가했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는 DVD와 VOD를 구분하지 않고 가입자 규모를 발표했는데, 2010년에는 2천만 명까지 증가했다. DVD 가입자는 2011년 1120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하다가 2019년 220만 명까지 줄어들었다. 넷플릭스는 2020년부터는 DVD 가입자를 따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넷플릭스 DVD 가입자 증감 추이. (단위: 백 만명, 2006~2010은 DVD+VOD 가입자)
넷플릭스 DVD 가입자 증감 추이. (단위: 백 만명, 2006~2010은 DVD+VOD 가입자)

아직도 미국 오레곤주 벤드시에 '블록버스터' 대여점이 하나 남아있다. 하나 남은 비디오 대여점이다보니 관광코스로도 유명하다. 유튜브에 보면 여기를 방문해 올려놓은 영상이 상당하다.

마지막 '블록버스터' 대여점과 관련된 콘텐츠가 두 개 있다. 하나는 마지막 대여점을 찾아 과거의 영광과 현재 운영하는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마지막 블록버스터>(2020)이다. 한동안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했었는데 현재는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하지 않고, 국내 다른 OTT에서도 이용할 수 없다.

다른 하나는 지난해에 <완다비전>에도 출연했던 렌들 박이 주연으로 나오는 <블록버스터 살리기>라는 10부작 시트콤이다. 이 작품은 '블록버스터'에서 마지막 남은 대여점을 더 이상 지원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 이를 살리는 이야기를 담았다.

시트콤에선 3년 만에 찾아온 손님이 “그동안 넷플릭스 보느라 못 왔어요. 다른 사람들처럼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장면에서는 7살부터 '블록버스터'에서 일한 주인공 티미가 추천해 준 <투스카니의 태양>이 애인과 이별한 자기에게 너무 잘 맞았다면서 “알고리즘은 엿 먹어라! 블록버스터 만세!”라고 말하는 대사도 나온다. <블록버스터 살리기>는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다.

이제 DVD 사업은 넷플릭스의 공동 창업자인 마크 랜돌프가 만든 '레드박스'(redbox)가 명맥을 잇고 있다. 레드박스는 자판기 형태로 운영된다.

세계 최대 방송장비 전시회인 NAB에서 '치킨숲'(Chicken Soup For the Soul Entertainment)은 미국 전역에 1500개의 키오스크를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치킨숲의 키오스크는 2012년 4만 3500개에 달했으나, 현재는 3만 2000개로 감소했다.

지난해 레드박스를 인수한 치킨숲은 넷플릭스가 DVD 사업을 접음에 따라 넷플릭스의 DVD 대여 사업도 인수하려고 한다. 과연 치킨숲이 넷플릭스의 DVD 비즈니스를 인수해 '빨간 봉투'를 지속할지, DVD 실물만 인수해 키오스크 사업의 확장에 쓸지 관심이 간다.

넷플릭스하면 떠오르는 빨간 봉투는 사람들이 집에서 TV쇼와 영화를 시청하는 방식을 바꾼 상징이다. 미국 LA에서 프로듀싱과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를 공부하면서 빨간 봉투를 이용했던 넷플릭스 연구자로서 이 봉투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니 매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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