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사회,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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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회 이달의 PD상 수상자 인터뷰] 전주MBC ‘샐러드볼 프로젝트’ 박규현 PD

 '샐러드볼 프로젝트'로 276회 이달의 PD상을 수상한 박규현 전주MBC PD.
 '샐러드볼 프로젝트'로 276회 이달의 PD상을 수상한 박규현 전주MBC PD.

[PD저널=이영광 객원기자] 276회 ‘이달의 PD상’ 라디오 지역 부문 수상자는 전주MBC <샐러드볼 프로젝트>를 연출한 박규현 전주MBC PD다. 지난 1월 3부작을 방송된 <샐러드볼 프로젝트>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국적이 다른 이주 여성, 이주 노동자, 유학생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수상 소감과 함께 <셀러드볼 프로젝트> 제작 과정이 궁금해 지난 18일 전북 전주에 위치한 전주MBC 사옥에서 박규현 PD를 만났다. 다음은 박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1월에 전주MBC 라디오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 3부작 <샐러드볼 프로젝트>로 제276회 ‘이달의 PD상’을 수상하셨는데 먼저 수상 소감 부탁드려요.

“저는 PD로 입사한 지 만 19년이 됐어요. 그동안 여러 상을 받았지만, PD들이 직접 뽑은 ‘이달의 PD상’이 가장 값지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면 PD들의 고충과 제작 환경을 다 이해하고 평가받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때문에 다른 상보다 ‘이달의 PD’을 받았을 때 곱절로 더 행복합니다. 다시 한번 ‘이달의 PD상’ 심사 해주신 선후배 PD들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출품은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PD들은 항상 특집 프로그램 제작하면 ‘이달의 PD상’에 출품하는 게 관례인 거 같아요. 모든 PD가 작품할 때는 산속에 갇힌 것처럼 자기 작품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죠. ‘이달의 PD상’에 출품하면, 동료 PD들이 냉철하게 평가를 해주시니까 그들의 평가를 객관적으로 듣고 싶은 마음인 거죠. PD에게 콘텐츠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다음 작품을 위한 큰 자양분이거든요.”

-<샐러드볼 프로젝트>는 어떤 작품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샐러드볼 프로젝트>는 이주민에 대한 라디오 다큐멘터리에요.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국적이 다른 이주 여성, 이주 노동자, 유학생 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주민들에 대해 관심이 있으셨어요?

“저는 이주민이라고 해서 ‘아! 이주민이구나!’라고 특별히 관심을 두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저는 늘 새로운 걸 도전하고, 맛보고 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이죠. 음식점을 가더라도 한 번도 안 먹어본 메뉴가 있는 음식점에 가요. 낯설거나 나와 다른 거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요. 그래서 저와는 다른 문화를 가진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거죠.”

-그럼 이주민에 대한 생각은 어떠셨어요?

“제가 5년 전에 이사를 했는데 이삿짐센터에서 6명이 왔어요. 그릇 정리해 주시는 이모님 그리고 업체 사장님 등 두 분 빼고 모두 몽골인이었어요. 근데 이분들과 이야기를 나눴더니, 그중 한 분은 몽골에서 좋은 대학을 나오고 한국에 와서도 석사를 3번이나 했더라고요. 그래서 ‘공부를 그렇게 좋아하세요?’라고 물었더니 ‘아니요. 비자 때문에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심지어 박사 과정도 준비하고 계셨는데요. 더 좋은 직업을 찾고 싶어도 ‘이런 아르바이트밖에 찾지 못해요‘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때 우리는 서구권 이민자들에게는 관대하면서, 다른 문화권의 이민자들에게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의문이 들었어요.”

-제목이 ‘샐러드볼 프로젝트’인데 왜 이런 제목으로 했나요?

“처음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가제가 ‘비자 게임’이었어요. 비자에 적힌 알파벳에 따라 이들의 정주 여건이 달라지잖아요. 이주민들은 비자를 갱신할 때마다 이게 마치 게임 같다고 표현하더라고요. 실패하면 다시 처음부터 무한 반복해야 하는 게임이요. 그래서 비자 게임으로 했다가 제작하면서 제목을 ‘샐러드볼 프로젝트’로 바꿨죠.

예전에는 다문화 정책이 멜팅 팟(Melting pot)이었어요. 서로 다른 인종‧문화‧민족이 용광로에 들어가 완전히 녹아서 하나가 되는 사회를 지향했죠. 그런데 지금은 샐러드처럼 각자 다른 개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사회를 꿈꾸는 거 같아요. 예를 들어 과거에는 딸기와 우유를 섞어서 딸기 셰이크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각각의 재료를 훼손하지 않고 한 접시에 담아 샐러드볼을 만드는 거죠. 이게 가장 상징적인 제목이겠다 싶어서 제목을 ‘샐러드볼 프로젝트’라고 했어요.”

-처음에 뭐부터 하셨어요?

“다른 다큐멘터리와 비슷하게 처음에는 자료 조사부터 했고, 그다음에 여러 이주민을 취재했어요. 전에 제작한 음식 프로그램에서 전주 미나리를 취재한 적이 있는데요. 취재 중 미나리 재배지에 갔는데 그곳도 다 외국인 노동자들이었어요. 그동안 취재 현장에서 만났던 외국인 노동자, 이민자, 유학생들에 대한 기억을 꺼내서 취재를 시작한 거죠.”

-인터뷰이 섭외가 어렵진 않았나요?

“인터뷰 섭외가 가장 어려운 과제였어요. 한국에서 살고 있는 개인의 이야기가 구성의 전부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거 같아요. 처음에 여러 명의 결혼 이주민과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섭외를 요청하고, 사전 인터뷰도 진행했지만 다들 부담스러우셨나 봐요. 여러 번 거절당했어요. 사람 찾는 데만 두어 달 걸린 것 같아요.”

 276회 ‘이달의 PD상’을 수상한 전주MBC '샐러드볼 프로젝트'
 276회 ‘이달의 PD상’을 수상한 전주MBC '샐러드볼 프로젝트'

-1부는 결혼한 이주여성 이야기를 담고 2부는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 이야기 3부는 이주 노동자 이야기를 담으셨는데 왜 이렇게 구성하셨어요.

“가능한 다양한 형태의 외국인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같은 외국인이어도 누구는 결혼하기 위해, 2,3세들은 태어나 보니, 누구는 공부, 또 누구는 일을 하기 위해 한국에 왔잖아요. 개개인의 사정과 목적은 다르지만, 이들은 우리 눈에 외국인으로 비쳐요.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를 각각 분류해서 좀 더 깊이 있게 다루고 싶어 3부로 구성했어요.”

-우리나라는 너무 단일민족을 강조하다 보니 이주민을 차별하게 되는 것 같아요.

“맞아요. 맨날 단군 이래 ‘단일민족 국가다’라고 얘기하는데 저는 그 명제가 이제 틀렸고 우리가 다문화에 대한 의식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전라북도의 경우 농촌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가 없고요, 공장이나 제조업도 마찬가지예요. 그들이 없으면 공장이 멈춰버려요. 전라북도에 있는 한 대학의 미용 관련 학과는 동남아시아 친구들이 대부분이라고 하더라고요. 이들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대학은 학교 재정이 어려워질 거예요. 이렇게 이들이 우리 사회에 구성원이 되었는데, 여전히 그들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외국들이라 발음이 부정확할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거 같아요.

“오히려 살짝 어눌한 발음과 의사소통을 그대로 살리고 싶었어요. 좀 더 귀 기울여 들어야만 이해가 가능한 부분도 있지만, 그게 우리 사회의 현주소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어눌한 한국말‘도 2023년 오늘의 '한국말'이라고 생각해요. 토익시험 듣기평가에서는 미국식 영어뿐 아니라 영국식, 인도식 영어도 시험문제로 나오잖아요. 다양한 민족의 영어를 존중하는 자세라고 생각해요. 우리도 이제 동남아식, 중동식 한국어를 존중하고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오직 소리로 듣는 오디오 다큐멘터리가 그 역할을 하길 바라고요. 오디오는 오히려 소리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굉장히 흡입력이 뛰어난 매체라고 생각해요. TV보다 오히려 상상력을 풍부하게 하고 더 집중하게 하잖아요. 외국인들이라 발음이 조금 부정확하지만 오디오 콘텐츠이기 때문에 더 집중해서 듣기에 이들을 더 이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PD님은 TV와 라디오 연출은 다 하셨잖아요. 어떤 게 좋아요?

“TV, 라디오 둘 다 정말 매력적인 매체인 거 같아요. 지금은 제가 라디오에 있으니, 라디오가 조금 더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예정이잖아요. 지금도 반자율 주행차가 있어서 고속도로에서는 버튼 하나로 운전을 하잖아요. 그동안 운전자가 잠깐 문자를 보내거나 커피 마시는 게 가능하죠. 당장은 불가능하지만 먼 훗날에는 책을 읽거나 비디오를 시청하는 것도 가능해지겠죠. 그러면 운전은 자동차가 하고, 사람은 운전석에 앉아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는 오디오 콘텐츠 소비가 답인 거 같아요. 비디오는 시청하고 싶어도 아직은 시야를 온전히 다른 곳에 두기는 불안하고, 그렇다면 귀로 소비하는 오디오 콘텐츠가 최적이 아닌가 싶어요. 반자율주행 시대에 오히려 오디오 콘텐츠 저물지 않고, 각광받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요?”

-TV 연출을 하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PD는 거의 없지 않나요?

“네 거의 없는데, 안동 MBC에 강병규 국장님이 계세요. 제 롤모델이세요! TV 작품도 엄청 잘 만드시고, 라디오 작품도 진짜 넘사벽이세요. 이런 케이스가 별로 없어서 더 재밌어요. TV PD를 하다가 왔으니까 귀로 보는 것 같은 구성을 조금 더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TV를 했던 경험이 라디오로 넘어와서 좋은 경험이 된 것 같아요.”

-귀로 보는 거라면 어떤 걸까요?

“상상력을 동원하는 거죠. 귀는 들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김 부각 소리를 들으면 여기서 부각이 막 튀겨지는 상상을 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더욱더 사람을 자극하는 재밌는 콘텐츠가 나올 수 있다고 봐요.”

-제작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제가 최근에 읽은 책 중에 <슬픔의 방문>이라는 장일호 기자님의 에세이 집이었는데요. 너무 감동 깊게 읽어서 거기에 있는 목차를 인용할게요. 거기에 보면 ‘슬픔의 자리에서 비로소 열리는 가능성’이라고 되어 있어요. 우리가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여러 사건도 많이 발생했고, 슬픈 일도 많았잖아요. 지금은 과도기라고 봐요. 그 가능성에서 비로소 서로를 받아들이는 샐러드볼로 가고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그런 시점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또 그 책 두 번째 챕터에 보면 ‘우리는 서로를 포기하지 않았다’라는 챕터가 있어요. 물론 객체는 다르지만, 다문화 이민자들 그리고 이주민들 그들과 우리는 서로를 포기하지 않고 지금은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서로 틀린게 아니라,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고요. 모두 평등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 다큐로 전하려는 메시지가 뭘까요?

“이 다큐를 들으신 분들이 마음속에 질문 하나씩 가졌으면 좋겠어요. ‘다문화 사회 진입이라고 얘기하는데 틀림이 아닌 다름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내가 위에 있고 저들이 아래에 있다고 받아들이지 않는가 혹은 내가 아래에 있고 저들이 위에 있다고 받아들이지 않는가’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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