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극에 진심인 KBS...익숙하지만 새로운 8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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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청춘'에 이어 '오아시스' '어쩌다 마주친, 그대' 통해 80년대 조명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KBS 드라마 '오아시스' '어쩌다 마주친 그대'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KBS 드라마 '오아시스' '어쩌다 마주친 그대'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최근 개최된 백상예술대상 수상작을 보면 콘텐츠의 중심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종합편성채널 등으로 넘어간 흐름이 두드러져 보인다. 지상파 드라마의 존재감이 갈수록 흐릿해지고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시대극에 진심을 보이고 있는 KBS의 행보가 눈에 띈다. <오월의 청춘>에 이어 <오아시스>, <어쩌다 마주친, 그대>까지 근현대 시대적 배경을 앞세운 작품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플랫폼에서 색다르고 파격적인 소재의 드라마를 쏟아내는 가운데 시대극 요소를 결합한 드라마를 꾸준히 내놓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시대를 품은 이야기로 시청자를 폭넓게 붙잡으려는 전략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5일 막을 내린 <오아시스>는 자체 최고 시청률 9.7%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커튼콜>, <두뇌공조> 등 월화극 부진을 거듭하던 가운데 시청률 갈증을 해소했다. <오아시스>는 1970~1990년대로 이어지는 격변의 시대 속 청춘들의 모습을 전했다.

세 청춘은 예상치 못한 사건과 운명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만다. 명석한 두뇌를 지녔지만, 부동산 사기단과 정치깡패를 거치며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가는 이두학(장동윤), 숙명의 라이벌 최철웅(추영우), 당차고 진취적인 여자 주인공 오정신(설인아)의 팽팽한 삼각관계를 그렸다. 당시 유행하던 음악, 패션 등으로 특유의 시대적 풍경을 재현한 동시에 1970~1980년대 민주화운동과 급속한 경제 성장,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 금융위기까지 근현대사를 담아냈다. 

KBS는 앞서 <오월의 청춘>(2021)으로 시대극의 가능성을 엿봤다. <오월의 청춘>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청춘의 사랑과 역경을 담아내 평균 시청률 5%대를 기록했다. 높은 시청률은 아니었지만, 호평을 얻었다.

<오월의 청춘>은 역사적 사건이나 영웅적인 인물에 방점을 찍지 않았다. 오히려 청춘의 일상에 드리운 비극의 전조와 청춘의 로맨스를 엮어냈다. 다소 전형적인 캐릭터와 예측 가능한 전개였음에도 황희태(이도현)와 김명희(고민시)의 로맨스는 시청자의 관심을 붙잡았다. 어렵사리 희태와 혼인서약을 맺은 명희가 계엄군의 총구에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새드엔딩은 현실적인 결말로 여운을 남겼다. 극중 명희는 한 명의 죽음이지만, 실제 수많은 죽음과 남은 사람들을 떠올리게 했다. 

지난 1일 방송을 시작한 '어쩌다 마주친, 그대'
지난 1일 방송을 시작한 '어쩌다 마주친, 그대'

<오아시스>의 후속작으로 지난 1일 첫 방송된 <어쩌다 마주친, 그대>도 1980년대 무대를 가져왔다. 특정 시대를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다양한 장르적 시도를 선보이는 게 차별점이다. 연출을 맡은 강수연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오아시스>와 결이 다르다. 80년대를 좀 더 현대적으로 해석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한 것처럼 시대적 요소에 타입슬립과 미스터리를 더했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타임머신이 고장 나면서 1987년에 갇혀버린 시간 여행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1987년 우정리 연쇄살인 사건의 진실을 찾는 남자 윤해준(김동욱)과 부모의 결혼을 막으려는 여자 백윤영(진기주)의 분투를 비롯해 ‘그때 그 감성’을 얼마나 살릴지 기대된다.

이처럼 시대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부터 시대를 재해석한 작품까지 다양하다. 드라마 기저에 깔린 시대는 기성세대에게 그리운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향수가 된다. 더불어 청춘의 꿈, 우정, 사랑 등 보편적인 소재는 젊은층을 사로잡을 수도 있다.

<오월의 청춘>에서는 청춘의 풋풋한 로맨스를, <오아시스>에서는 친형제지만 집안이 서로 달라 다른 삶을 살게 되면서 겪는 성공과 좌절, 그리고 계급 갈등을 풀어냈다. 과거 <응답하라> 시리즈에서도 특정 시대 속 맛깔난 이야기를 끌어내 ‘감성 복고’ 드라마 열풍을 일으킨 바 있다. 최근엔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녹여낸 <재벌집 막내아들>이 시청률 20%대를 뛰어넘었다. 대중이 경험한 역사적 사건이나 특정 시대와 허구의 이야기가 만난 시대극 드라마가 앞으로도 얼마나 유효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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