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해법, 양성평등에서 찾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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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회 이달의 PD상 수상자 인터뷰] '115주년 여성의 날' 특집기획 연출한 이수민 KBS PD

이수민 PD.
KBS 라디오 '115주년 여성의 날, 여전히 '빵과 장미'를 외치다'를 연출한 이수민 PD.

[PD저널=이영광 객원기자] 277회 이달의 PD상 라디오 시사교양 부문에 지난 3월 방송된 KBS 라디오 특별기획 <115주년 여성의 날, 여전히 '빵과 장미'를 외치다>가 선정됐다. 수상작은 여성의 날의 의미를 짚어보고 남녀 패널간의 대담을 통해 양성평등에 대해 고민해보는 프로그램이었다. 

수상 소감과 함께 프로그램 제작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4일 <115주년 여성의 날, 여전히 '빵과 장미'를 외치다>를 연출한 이수민 PD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이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3부작으로 방송된 <115주년 여성의 날, 여전히 '빵과 장미'를 외치다>로 제277회 이달의 PD상을 받았는데요, 수상 소상 부탁드려요.

“방송 현장에서 애쓰는 동료 PD들이 직접 뽑은 상이 이달의 PD상이라 다른 상보다 더 값지고 감사하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이달의 PD상은 그 시대에 필요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 수상하는 게 많더라고요. 올해 여성의 날은 사회적 돌봄의 필요성이 증대됐던 코로나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전환되는 시기이자 대통령 선거 1년 후가 되는 시점에서 맞았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젠더 관점의 논의를 진전시켜야 하는 이유가 컸죠. 이 의미를 봐주신 것 같아서 감사드립니다.”

-<115주년 여성의 날, 여전히 '빵과 장미'를 외치다>는 어떤 프로그램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27년째 OECD 국가 중 남녀 임금 격차 1위', '전 세계 꼴찌 수준의 출생율 0.78명'은 많이 들어보신 뉴스일 겁니다. 그만큼 양성평등 문제는 한 가지 틀로 재단할 수 없어요. 정부가 저출생 대책에 380조를 투입했지만, 출생아 수는 가파르게 하락합니다. 여성들의 출산과 육아, 양육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여전히 미흡합니다. 그래서 사회적 돌봄 체계에 관한 문제의식, 작년 대한민국 정치가 이끈 성별 간 차별과 혐오의 문제를 시작으로 양성평등의 현실을 진단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준수를 비롯한 관련 법안의 현주소, 인권 증진을 위한 방안에 관한 고민으로 나아갔습니다.”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요?

“제가 코로나19 발발 즈음 전쟁터 같은 아침 시사 프로그램을 연출할 때부터 고민이 시작됐어요. 그때 전염병 확산의 공포 뒤로 학교가 셧다운되면서 많은 워킹맘이 경력 단절되는 상황을 지켜봤습니다. 결국 코로나19와 같은 보건 위기는 돌봄의 문제이자 고령화 시대에 돌봄 노동자 처우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는데요. 우리 사회는 아직 돌봄 문제에 관한 논의가 부족합니다. 또 제가 데일리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을 계속하고 있는데요. 작년에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겪으면서 남녀 성별로 갈라지는 차별과 혐오 현상은 참으로 안타까웠어요. 선거 기간 내내 정치인들의 입씨름 하는 워딩이 기사화되고 일부 언론들은 각자 성에 따른 프레임을 부추기면서 여론화됐죠. 그래서 코로나와 선거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각 부마다 해당 아이템에 맞는 시민 목소리로 시작하셨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젠더 문제는 성별, 세대별로도 경험에 따라 의견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특히 돌봄 문제나 성인지 감수성 등의 체감이 달라요. 여성 차별만 있는 게 아니라 남성 역차별도 있고요. 각자 성에 따른 편견 이전에 양성의 의견을 전하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더욱이 라디오라는 매체적 특성을 생각할 때 남녀노소의 생각과 의견을 고루 전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각 부 인트로뿐만 아니라 각 주제마다 남녀노소 5~6인의 목소리를 전달했습니다.”

-페미니즘을 부정적으로 보는 일부 시각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페미니즘은 이전과 다르게 많은 이해관계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 같아요. 인권 신장의 측면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는 커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모든 여성이 겪는 차별이 같지 않은데, 페미니즘의 가치는 여성들 간의 평등에도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각 부마다 2~3개의 아이템으로 패널과 대담하는 방식이었잖아요. 외국인의 관점도 담았는데요. 

“한국의 양성평등 현실을 내국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외국인의 관점에서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 씨를 통해 한국의 양성평등이 어떻게 비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요. 독일과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 국가는 저출생을 극복한 나라들인데요. 그들의 정책적 사례를 외국인 통해서 직접 들으려고 했어요. 왜냐하면 정책적인 부분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실생활에서 어떻게 문재를 타개해 나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했습니다.”

-패널 선정 기준 같은 게 있었을까요?

“민감할 수 있는 젠더 문제에 양성 모두의 의견을 모아 공감할 수 있는 해법을 찾는 게 목표였어요. 정부의 저출생 종합 대책에 어떤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한지 가임기 여성의 시각만이 아니라 남녀 패널을 통해 입체적으로 논의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정책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입법기관인 국회의 책임 강화 필요성을 꼬집고 싶었어요. 그래서 여가위원장과 여가위 위원을 비롯한 보좌진 출신 등 국회 당사자성을 가진 패널들을 섭외했습니다.”

- 섭외 요청했을 때 반응은 어땠나요?
“여성만의 입장이 아니라 남녀 모두의 고른 입장을 말할 수 있는 패널 위주로 섭외를 요청드렸고요. 그분들이 이 문제의식에 대해 공감해 주셨기 때문에 스케줄만 맞으면 되도록 섭외에 응해 주셨고요. 다만 여가위 위원들을 많이 모시고 싶었는데 일정 문제와 양성평등 정책에 대한 논의를 조금 부담스러워해서 섭외 못한 분들이 있는데 조금 아쉬웠습니다.”

-지난해 대선 시기에 젠더 갈등이 첨예했는데, 1년이 지난 지금 한국 사회는 어떨까요?

“1년이 지난 지금 정치권의 남녀 대결 조장이나 언론 매체의 선정적 보도는 줄었지만, 남녀 갈등의 본질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양성평등 수준에 관한 인식 차이는 있고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과도한 혐오 표현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남녀 의견 차이나 오해가 있을지라도 우리 모두 어떤 극단적 혐오나 극단적 차별에 대해선 규제하고, 성차별적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남녀라는 차이로 갈라지는 게 아니라 2030이라는 공통점이 좀 더 크다는 데 집중할 수 있는 논의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결국 저출생 문제 해법이 양성평등에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남성도 가사 돌봄 노동의 주체라는 점을 짚고, 달라진 시대상에 맞는 변화를 요구하면서 남성과 여성의 관점이 수렴된 저출생 대책이 필요해요. 결혼이든 육아든 일하는 남녀가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또 근로 시간과 돌봄을 조화롭게 할 수 있으려면 기업과 사회가 양성평등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합니다. 공감을 위한 현실 진단과 입법적인 해법 그리고 양성 모두를 위한 인권 감수성의 필요성을 프로그램 통해 전하고자 했습니다.”

-제작하며 느끼신 점이 있을까요?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나아지기를 바랍니다. 제가 이 프로그램 기획안을 제출한 게 지난 2월인데요. 그때 (제) 배 속의 아기가 6개월이었어요. 임산부가 되어 보니까 정부의 임신 출산 양육 관련 정책은 부족하고 또 워킹맘으로서 육아와 돌봄을 병행할 두려움이 컸습니다. 또 배 속의 딸아이가 대한민국 여성으로 살면서 차별과 폭력을 겪게 될까 봐 걱정도 들었고요. 아마 제가 임신 과정을 겪지 않았더라면 이해하지 못할 고민일지도 모릅니다. 직접 당사자성을 갖고 보니까 제 아이를 비롯해 모두가 앞으로 사는 세상은 지금보다 더 건강해지기를 또 일하는 부모의 노동권과 남녀 모두의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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