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1년 언론장악 프로젝트는 어떻게 가동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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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단체 윤석열 정부 1년 평가토론회 열어
“언론·표현의 자유 총체적 위기...현장언론인들 좌절감 느껴”

11일 열린 '윤석열 정권 1년, 추락하는 언론자유' 토론회 ⓒPD저널

[PD저널=엄재희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영상기자연합회가 11일 개최한 윤석열 정부 1년 평가 토론회에서 정부의 언론장악 프로젝트가 전략적으로 진행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발제를 맡은 이준형 언론노조 전문위원은 "지난 일련의 사건을 봤을 때 윤석열 정부는 체계적으로 기획된 단계별 언론장악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며 "유지 불가능한 체제의 민낯을 언론 봉쇄로 가리려는 전략적 선택이다"고 했다. 

이준형 전문위원은 낮은 집권 초기 지지율, 여소야대 정치지형, 주요 기관장 교체 지연 속에서 인사와 인맥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언론을 장악한 '이명박근혜 정부'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처음에는 언론장악 전력이 있는 인사를 기용해 관변단체를 급조하고, 비판적 보도를 한 개별언론사에 고소고발을 남발하며 비판 의지를 꺽으려고 시도했다"며 "그 다음에는 검찰과 감사원으로 공영방송과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가하며 이들을 부패한 집단으로 만들고 언론장악 프로젝트의 정당화 명분을 쌓았다"고 했다. 이어 "최근에는 수신료 분리징수 여론몰이를 통해 공영방송의 재원 구조를 흔들고, YTN엔 민영화 시도 등으로 공공성을 해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은 "방통위나 방심위에 남아있는 전 정권 인사들이 본격적인 언론장악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데 제한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내년 4월 총선 전까지 방통위 등 주요기관 인사교체에 주력한 뒤 방송법 개정안엔 거부권을 행사하고 기존의 정치적 후견주의에 근거해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인사적 개입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준영 영상기자협회 회장은 "현장 영상기자의 의견을 들어보면, 윤 대통령이 '소통'을 내세우며 시작하더니 '불통'이 되어버렸다는 평가가 많았다"며 "다만, 언론인들이 스스로 이런 상황이나 구조를 바꾸려는 것에 대해 의기소침해 있는데, 한 언론사의 위기를 외면하면 그 피해가 나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과 언론자유를 위해 투쟁한 선배들의 역사를 되새기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김준일 뉴스톱 수석에디터는 "여당이 공영방송과 마찬가지로 포털을 손보겠다고 압박하고 여론조사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내년 선거를 앞두고 여론지형이 정부에 안 좋자 무리하게 이것저것 시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앞으로는 더 노골적으로 진행될텐데 언론인들이 일치단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추락하는 한국언론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보다 근본적인 접근을 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문재인 정부 시절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입법 시도를 거론하며 "권력은 힘든 일이 생기면 언론을 탓하고 압박하는 식으로 문제를 풀어가는데, 이것이 권력의 속성"이며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이런 일이 반복되는데 정치권력과 싸우는 방식으로 언론과 권력 문제를 건드리면 답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언론이 제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싸움을 해야 하고, 원칙에 맞는 보도를 하고 있다고 설득을 해야한다"며 "지금 세운 원칙을 다음 정권에서도 똑같이 주장할 수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근본적인 답을 찾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언론현장에선 언론 자유 위축 효과가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윤 대통령의 지인인 황하영 동부전기사업 회장을 취재하다 주거침입죄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송창섭 UPI뉴스 기자는 "대선 당시 무속 의혹의 핵심인물인 무정 스님이 동부전기사업 이사로 등재되어 있고, 그의 아들이 대선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어 충분히 취재할 수 있다고 보고 방문했는데, 검찰은 10개월이나 수사를 끌고 담당 검사를 3번이나 바꾸는 식으로 괴롭히더니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며 "주변 변호사들도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그는 한 차례 취재방문 후 곧바로 재방문하는 과정에서 직원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무실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했다. 송 기자는 "어떤 취재를 할 때 또 고소고발을 당하지는 않을까 검찰에 찍힌 건 아닐까 위축이 된다"며 "스스로 자기검열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했다"고 했다.

최근 여권이 제기한 공영방송 패널 불균형성 논란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엄경철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장은 "비정치인인 라디오 출연자를 현재나 과거의 소속 이력을 가지고 정치적 성향을 분류해 진보와 보수로 나누는 방식은 대단히 위험한 사상검증이고 블랙리스트라고 할 수밖에 없다"며 "어떤 프로그램에 공정성이나 편파성을 측정하려면 발언자의 논조나 관점을 분석해야지 그 사람을 낙인찍는 방식으로 분석하는 게 말이되는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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