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세요' 응원 와닿지 않는다는 자영업 청취자들, 직접 찾아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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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회 이달의 PD상 수상자 인터뷰] 이지현 CBS '이봉규의 어떤가요' PD

이달의 PD상을 수상한 CBS 이지현 PD.
이달의 PD상을 수상한 CBS 이지현 PD.

[PD저널=이영광 객원기자] CBS <이봉규의 어떤가요>가 ‘이봉규가 간다, 응답하라 자영아’ 특집으로 제277회 이달의 PD상을 수상했다. 라디오 음악오락 부문 수상작인 ‘이봉규가 간다, 응답하라 자영아’는 DJ인 이봉규 아나운서가 자영업에 종사하는 청취자들을 찾아가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한 코너였다.

<이봉규의 어떤가요>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후 2시 5분에 CBS 표준FM에서 방송되는 음악 프로그램이다. ‘응답하라 자영아’ 코너를 어떻게 기획하게 됐는지 궁금해 지난 10일 서울 목동 CBS 사옥에서 <이봉규의 어떤가요> 연출하는 이지현 PD를 만났다. 다음은 이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지난 3월에 방송된 ‘이봉규가 간다, 응답하라 자영아’ 코너로 이달의 PD상을 받으셨는데 수상 소감 부탁드립니다.

“일단 좋은 상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매일 생방송 프로그램으로 제작하고 있어서 방송 시간 전후로 업장 방문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어요. 누구보다 고생을 많이 한 <어떤가요> DJ 이봉규 아나운서, 유튜브 촬영을 담당해 주셨던 이예찬 감독님, 원고를 구성해 주신 이혜진 작가님에게 감사합니다.”

-수상을 어느 정도 예상하셨나요?

“아니에요(웃음). 저희 <이봉규의 어떤가요>가 특집으로 하긴 했었는데 평소에 하는 방송은 색깔이 많이 달라서 상을 탈 거라는 생각을 거의 못했습니다.”

-데일리 음악 프로그램이잖아요. 출품은 어떻게 하게 되셨어요?

“평소 저희 프로그램은 이번에 출품한 내용하고 많이 다릅니다. 특집을 준비하면서 의미도 있고 다른 색깔이라서 상을 탈 거란 생각은 안 했지만 그래도 고생한 만큼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출품하게 됐습니다.”

-‘이봉규가 간다, 응답하라 자영아’란 코너가 생방송 중에 온 문자 한 통으로 시작한 거로 알거든요. <이봉규의 어떤가요>는 음악 프로그램인데 이건 시사 다큐적인 측면이 있어서 고민이 있었을 것 같아요.

“사실 이게 유튜브용으로 만든 영상 제작물이 따로 있어요. 만들면서 보니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약간 시사·교양의 색깔이 있긴 하죠. 하지만 장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따뜻한 이야기들 담아낼 수 있는 거라면 라디오판으로도 해도 좋겠다 싶어서 제작하게 됐고요. 들으시는 청취자분들도 평소에 하던 거와 너무 다르단 말씀보다 ‘자영업자분들 많이 고생하시는데 힘냈으면 좋겠다’란 피드백을 보내주셨어요. 그래서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요.”

-아이디어가 처음 나왔을 때 제작진 반응은 어땠나요?

“자영업자분들이 평소에도 많이 들으시긴 하는데요. 어느 날 한 자영업자분이 혼자 듣는데 한번 찾아와 달라고 요청한 사연이 왔어요. 그걸 보고 나서 제작자로 처음에 드는 생각이 이건 문자로 소개해 주고 DJ가 ‘힘내세요’라고 하거나 전화 연결을 해서 이야기를 듣는 정도로 끝내도 되지 않을까 생각은 했었어요. 그러다 즉흥적으로 ‘그러면 한번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아예 이런 분들이 얼마나 계시는지 사연을 받아볼까’라고 작가님하고 DJ한테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얼마나 계실지 모르겠지만 일단 한번 받아보죠. 받아보고 많으면 우리가 찾아가 보고 아니면 말고요. 일단 시작은 해보죠’라고 즉흥적으로 결정하게 됐어요.”

-신청이 얼마나 들어왔어요?

“저희가 방송에서 직접 상호명이나 주소를 밝히진 않았지만, 신청을  받을 때 게시판에 30통 이상이 왔고 그중에서 저희가 선별하고 찾아갈 만한 데를 골라서 갔던 거죠.”

-방문 기준이 있었을까요?

“라디오는 매일 들으시는 분들도 있지만 돌리다가 들어서 참여하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저희 프로그램을 계속 들으셨던 분들 중에서 자영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첫 번째였고요. 두 번째는 프랜차이즈나 평소에 잘 되는 곳들은 배제했어요. 그리고 리스트업을 해보니까 음식점이 많아서 음식점 아닌 곳들도 찾으려고 노력했었고요. 안타까운 건 지역에서도 많이 왔는데 저희가 방송 시간 전후로 이동해야 해서 수도권 내에서만 움직였던 거죠.”

CBS 라디오 '이봉규가 간다' 코너 유튜브 영상 갈무리.
CBS 라디오 '이봉규가 간다' 코너 유튜브 영상 갈무리.

-가보니 어때요?

“영업에 방해가 되지 않을지 그리고 저희가 간다고 반갑게 맞아주실지 걱정을 좀 하긴 했어요. 그런데 가보니까 입구에 ‘어서 오세요. <이봉규의 어떤가요> 환영합니다’라고 환영 문구를 걸어놓은 식당도 있었어요. 오히려 저희가 응원을 받고, 같이 힘내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요. 저희가 또 음식점 같은 경우는 직접 돈을 지불하고 먹었어요. 거짓말이 아니라 다 갔던 데가 다 너무 맛있고 장사가 잘되실 것 같은 분들이었어요. 저희가 다녀오고 방송에서도 소개하고 유튜브에도 영상으로도 올렸더니 저희 방송 듣는 분 중에 거길 또 많이 찾아가시더라고요. 찾아간 순댓국집 같은 경우는 ‘저 근처에 있는데 방송 보고 들렀어요’, ‘좀 먼 곳에 살긴 하는데 방송에서 소개가 돼서 가봤더니 진짜 맛있던데요’ 등의 청취자 반응이 있었어요. 라디오를 청취하는 분들이 서로 또 응원하게 되는 계기 같은 게 만들어진 거 아닌가 싶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방문한 자영업자분들의 반응은 어땠어요?

“방송 들으시고 잘한 것 같고, 힘이 많이 됐다고 하셨고요. 출연했던 분들이 지금도, 사연을 자주 보내주세요.”

-출연하신 자영업자 한 분은 동굴이 아닌 터널을 지나고 있다고 하시던데 와닿더라고요. 힘들지만 희망을 가지고 계신 것 같은데.

“이게 방학동에 있는 만둣집 사장님이 해 주셨던 말씀인데 그 말 듣고 저도 참 마음에 와닿아요. 사실 저도 그렇고 직장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자영업자분들의 상황이나 느끼는 감정을 100% 공감하기가 어렵거든요. 직접 만나서 그분들 얘기를 들어보고 또 현장에 가서 보고 나면 진짜 힘든 게 많이 느껴지거든요.”

-지금 코로나가 끝났는데도 어렵다고 하나요?

“저희는 좀 나아졌다는 얘기도 하시지 않을까 하고 찾아갔는데 코로나 끝나고 더 어려워졌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셨고요. 상권이 있는데도 문을 닫은 데가 너무 많고 비어 있는 데가 너무 많더라고요. 생각보다 힘든 시기인 건 맞는다고 생각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자영업자분들을 직접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니까 그래도 긍정적으로 이겨내려고 하시는 분들이 되게 많더라고요.”

CBS 라디오 '이봉규가 간다' 코너 유튜브 영상 갈무리.
CBS 라디오 '이봉규가 간다' 코너 유튜브 영상 갈무리.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마지막 편에 나왔던 떡볶이집 사장님이 있는데 노원역에서 오래 장사를 하셨던 분이에요. 근데 저희 방송 나간 다음에 그쪽의 상권이 많이 어려워져서 다른 곳으로 또 옮기셨어요. 그분하고 이야기하다 보니까 인생의 단맛 쓴맛 다 보신 인생의 선생님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요. 그분이 이런 말씀하시더라고요. 라디오를 사연을 자주 보내는데, DJ들이 기계적으로 ‘힘내십시오. 파이팅 하세요’란 말만 한다는 거예요. 그런 게 사실은 하나도 와닿지가 않다고 말씀 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같이 갔던 DJ와 제가 반성을 많이 했어요. 우리는 이 정도로 위로 해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하나도 안 와닿는다고 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어떻게 해야 되는 게 맞나라는 거죠. 힘 내라는 건 어떻게 보면 힘을 내라고 시키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듣는 청취자들은 힘을 낼 이유도 없는 거고 이 사장님 말씀이 맞죠. 그러니까 멘트 하더라도 다른 게 없을지를 DJ랑 많이 얘기하게 됐고요. 멘트가 아니라면 다른 식으로 힘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나 생각했어요.”

-‘이봉규가 간다, 응답하라 자영아’란 코너를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뭘까요?

“일단 라디오 같은 경우 다른 매체에 비해서 청취자들과의 관계가 가까운 매체이긴 하거든요. TV 방송 같은 경우는 녹화, 생방송으로 진행하지만 생방송 중에 사연을 보내서 바로바로 읽어주는 건 드물잖아요. 반응이 바로 오는 매체인데, 이 기획은 청취자분들을 직접 만나는 거잖아요. 직접 얘기를 듣는 게 가장 좋은 소통 방법이지 않나 싶어요. 매일 생방송으로 내보내는  프로그램이라서 자주 청취자들을 찾아갈 수는 없지만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찾아가는 방송을 많이 하고 싶어요. 라디오를 혼자 듣는 청취자가 많은데, ‘내가 지금 이 프로그램을 듣고 있다는 걸 누가 알고 있을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어쨌든 누군가 같이 듣고 있거든요. 최소한 DJ나 제작진은 그분들의 이야기를 같이 듣고 있으니까, 라디오에서 신청곡이 나올 때 ‘주파수로 연결된 누군가와 같이 듣고 있다’는 따뜻한 느낌을 받는 청취자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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