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 다양성이 문화 다양성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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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회 이달의 PD상 수상자 인터뷰] KBS '히든어스-한반도 30억 년' 연출한 이광록 PD

지난 3월 방송된 KBS '히든어스-한반도 30억 년의 비밀'을 연출한 이광록 PD
지난 3월 방송된 KBS '히든어스-한반도 30억 년'을 연출한 이광록 PD

[PD저널=이영광 객원기자] 제277회 이달의 PD상 TV 다큐 부문에 KBS 대기획 <히든어스-한반도 30억 년> 5부작이 선정됐다. <히든어스-한반도 30억 년>은 한반도의 지질 형성 과정을 CG 등으로 입체감 있게 그려냈다. 특히 8K 초고화질로 영상미가 아름다운 작품이다.

수상 소감과 함께 제작 과정이 궁금해 지난 9일 <히든어스-한반도 30억 년> 공동 연출한 이광록 PD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이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지난 3월에 방송된 KBS 대기획 <히든어스-한반도 30억 년>이란 다큐로 이달의 PD상 수상하셨잖아요. 수상 소감 부탁드려요.

“늘 그렇지만 감사한 일이죠. 프로그램을 무사히 끝냈다는 안도감 그리고 지질이 낯선 분야라서 걱정도 많았는데 무탈하게 넘어가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이영광 님과 함께 인터뷰할 수 있다는 것도 참 즐거운 일입니다.”

-<히든어스-한반도 30억 년>은 어떤 다큐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우리나라 국토의 역사를 시간순으로 다룬 프로그램입니다. 우리나라 땅에서 가장 나이가 오래된 게 시원생대라고 30억 년까지 거슬러갑니다.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그리고 오늘 우리가 밟고 있는 땅이 어떤 시간과 공간을 지났는지 그리고 그 땅들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이런 것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어떻게 기획하게 됐어요?

“회사에서 큰 계획을 하라고 숙제 비슷하게 내준 게 있어서 공모했었고요. 공영방송 50주년이기도 해서 한 5편 정도 큰 기획으로 한번 하자는 생각들이 있었고요. 지질 분야는 그동안 잘 다루지 않았었어요. 문명이나 생태, 휴먼 등이 일반적인데 지질 분야를 이렇게 큰 스케일로 다룬 건 잘 없어서 나름대로 어렵지만 새로운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하게 됐습니다.”

KBS '히든어스-한반도 30억 년'
KBS '히든어스-한반도 30억 년'

-영상미가 아름다운 작품인 것 같던데 특별히 신경 쓰신 게 있나요?

“5부작이다 보니까 나름대로 영상의 품격들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었고요. 8K로 처음 제작하는 다큐멘터리였어요. 고화질로 입체적인 영상을 만들려고 했던 건 평범하게 표현하면 시청자들한테 어필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도 있었어요. 드론과 360도 VR, 그래픽들을 가미해 움직이지 않는 그림들에 스토리를 부여하기 위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고민했던 것 같고요.”

-1~5부를 시간 순서대로 했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우선 시청자들의 이해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였어요. 지구 초기의 역사부터 오늘까지 이르는 지질학적인 연대에 따라서 나누었거든요. 그래서 1편은 선캄브리아 시기, 2편은 고생대, 3편은 중생대, 4편은 신생대, 5편은 오늘날로 시대 구분을 했어요. 그렇게 해야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수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조금 들었어요. 지질학 히스토리 자체가 복잡하고 좀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경식 교수님이 프리젠터를 하셨잖아요. 이유가 있을까요?

“일단 적극적이고 목소리가 좋으세요. 지질과 대중문화에 대한 의지도 강하셨어요. 처음에 자문하러 갔을 때 본인이 프리젠터를 하고 싶다고 요청했어요. 서로 뜻이 흔쾌히 맞아 하게 된 거죠.”

-다큐를 보면 태백과 부탄에서 같은 종류의 삼엽충이 나왔잖아요. 시뮬레이션 결과 5억 년 전 고생대 시기 호주와 부탄, 태백이 얕은 바다를 끼고 마주하고 있었다고 나오던데 태백만 해당되는 건가요?

“꼭 태백만은 아니고 훨씬 넓어질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실 호모 사피엔스가 출연한 지가 20만 년밖에 안 됐고 우리의 가까운 조상들인 구석기인도 2만 년밖에 안 됐거든요. 5억 년 전이라고 하면 정말로 어마어마하게 머나먼 시간이에요. 사람들은 대륙이 움직인다고 생각 못하는데 5억 년 전에 한반도 자체는 적도 아래에 있었거든요. 삼엽충이 발견됐기 때문에 태백이라고 명명한 거고, 훨씬 범위는 넓어질 수가 있죠.”

-그럼, 한반도는 처음부터 붙어있었던 게 아니었나요?

“한반도 전체도 가까이 있었다고 볼 수가 있죠. 그런데 북중국해와 남중국해 사이에 있어서 정확하게 알기는 어려운 상황이에요.”

KBS '히든어스-한반도 30억 년'
KBS '히든어스-한반도 30억 년'

-3부가 공룡이 살았던 중생대 이야기라서 CG의 향연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공룡 CG를 입체적으로 넣으셨어요.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공룡의 화석은 많아요. 그런데 공룡 골격이 발견된 것은 많지 않아요. 발자국을 통해서 공룡의 생활사를 조금 복원하는데 일반적으로 많이 봐왔던 공룡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현장 그림에 그래픽을 연결한 부분들이 많거든요. <쥬라기 공원>이라든지 외국 프로그램에서 많이 봐왔던 티라노 사우르스보다 사실 우리나라는 오리주둥이 공룡, 조각류 공룡들이 되게 많아요. 키가 크지 않고 한 3m급이에요. 그래서 한국적인 공룡을 조금 캐릭터로 삼았어요. 왜냐하면 그 발자국들의 대다수가 오리주둥이 공룡이고 티라노보다는 훨씬 작은 애들이거든요. 그리고 그들이 보행렬을 비롯해서 많은 흔적을 남겼어요.  그래서 발자국의 주인공이 누구였는가 추측을 하고 그에 걸맞은 캐릭터를 선정해 그래픽을 그려나가기 시작했고요. 그 흔적을 통해서 중생대 백악기의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고 공룡이라고 하는 게 또 그래픽이 없으면 설득이 잘 안 되잖아요. 그런 부분 때문에 그래픽에 공을 들였습니다.”

-5부 서울 이야기에서 화강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던데 서울에 유독 화강암이 많은 건가요?

“조금 어려운 이야기인데 화강암이 바다하고 대륙하고 만나는 지점에서 많이 만들어지거든요. 해양판이 대륙판 밑으로 들어가면서 마그마가 올라와요. 마그마가 지하에서 딱 굳은 게 화강암인데 그런 것들이 중생대 쥬라기 때 많이 만들어졌어요. 그건 우리나라 지형하고 조금 관련이 있겠죠. 그러니까 그때 화강암이 조금 많이 만들어졌고 그다음에 불국사 화강암들은 조금 더 뒤에 한 8천만 년 정도에 만들어졌는데요. 서울 같은 경우 유독 화암암체가 굉장히 큰데 그만큼 큰 삽입 활동이 있었던 거죠.”

-다큐 연출하며 느끼신 점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좁은 땅인데도 아주 오래된 25억 년의 암석부터 독특한 화강암과 현무암 그리고 수성 화산까지 굉장히 지질 역사가 되게 다양해요. 그리고 지질도를 보면 굉장히 칼라플하거든요. 그런 것들을 사람들이 알게 되면 강원도 여행에서는 ‘아 보생대 석회암 땅이겠구나’, 그다음에 경주에 가면 ‘화강암이 8천만 년 전에 솟아 올라왔겠구나’ 백령도 소청도로 가면 ‘10억 년 전 오래된 땅이구나’ 라고 여행하는 맛이 조금 달라질 겁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도 등산을 많이 하는데 산의 차이를 알면 느낌이 다릅니다. 설악산은 대표적으로 화강암산이고 무등산은 뜻밖에도 화산재가 쌓인 거거든요. 산의 내력을 알면 보다 산에 대해서 색다른 생각과 상상을 하게 되죠. 그런 것들이 무척 재미있고요. 이 프로그램의 주요 주제 중의 하나이기도 한데 지질 다양성이 결국 우리의 문화 다양성을 만든 거예요. 예를 들자면 공룡할 때도 잠깐 나왔지만, 지질 다양성이 고인돌이라는 독특한 특성을 만든 거예요. 똑같은 고인돌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 강화 고인돌하고 왜 화순 고인돌이 다른지 지질적 배경을 이야기하지는 않거든요. 이런 것들이 지질 다양성과 굉장히 연관성이 있다고 얘기할 수 있었고요.

도자기도 마찬가지로 화강암 중에서 장석이 점토광물로 바뀌었을 때 그것이 고령토가 되면 그 고령토로 도자기를 만들거든요. 도자기라는 문명사적인 접근을 했지만 그 이면에 깔린 화강암에서 기반한 고령토라는 것들 있잖아요. 이렇게 지질 다양성이 문화 다양성으로 이어지는 것들이 되게 많아요. 그래서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고요. 결국 지질 다양성이라는 게 기후와 토양을 만들기 때문에 어떤 생명체들이 살아가는지를 또 좌우하거든요. 그래서 폭넓게 보면 지질 다양성이 문화 다양성을 만들고 또 생명 다양성을 만든다는 얘기들을 충분히 할 수 있고 그것이 큰 주제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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