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와 美 연방통신위원회의 결정적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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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도 악당도 없는 세상 14]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뉴시스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뉴시스

[PD저널=박정욱 MBC PD] 미국은 '자유'를 상징하는 나라이다. 그리고 '자유의 나라 U.S.A.'를 떠받치는 핵심은 언론의 자유이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은 언론 자유의 중요한 축이다. 미국에서 이처럼 중요한 방송의 독립성을 지지하는 핵심 기구가 연방통신위원회(FCC, 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이다. FCC는 연방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하며, 초당적으로 구성된 5인 위원회를 통해 운영한다.

미국의 민주주의를 롤모델로 삼았던 역대 한국 정부도 이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방송통신위원회(2008년 이전에는 방송위원회)를 설립·운영해왔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역시 FCC처럼 5인 위원회로 구성되어 있으며,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에 관한 법률(이하 방통위법)’ 제1조에서 방통위의 독립성 보장을 주요한 목적으로 제시한다. ("이 법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고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함으로써 국민의 권익보호와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 면에서 미국의 FCC와 우리나라의 방통위는 매우 닮았다.

하지만 양자 간에 핵심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해당 기관이 중앙정부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는가의 여부다. 미국 FCC의 경우 상원의 인준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 5인의 위원들로 구성된다.

다시 말해, 미 의회 상원에서 야당이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을 경우 FCC 위원도 야당 소속이 더 많아질 수 있다. 미국 대통령은 의회가 추천한 5명의 위원들 가운데 위원장을 지명할 수 있을 뿐이며 의회의 추천안을 받아 그대로 임명한다.

위원들의 임기 역시 5년으로 보장된다. 이는 미국 대통령의 단임 임기인 4년보다 길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 어떤 대통령은 임기 중에 FCC 위원을 임명하지 않고 지나갈 수도 있다. 말 그대로 FCC는 연방정부와 별개로 운영되는 셈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로고.©AP/뉴시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로고.©AP/뉴시스

FCC가 초당적인 성격을 지향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양당제가 유지되는 미국에서 '초당적(bipartisan)'이라 함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등한 조건과 비율로 섞여 있다는 의미이다. 5인 위원회인 FCC에서 같은 정당에 소속된 위원은 3명 이내로 제한된다.

공화당이 다수를 점한 상원의회가 FCC 위원을 추천할 경우 공화당 소속 위원 3인, 민주당 소속 위원 2인으로 구성된다. 만일 이 시기 대통령이 민주당 소속이라면 FCC는 야당이 우위에 놓인 구성이 된다. FCC는 어떤 정부가 들어서느냐에 상관없이 별도의 논리에 의해 구성되는 위원회 조직인 셈이다. 이것이 '자유의 나라' 미국이 지향하는 독립적 기구의 모습이다.

이를 모델로 만들어진 한국의 방통위를 비교해보자. 5인의 위원 중 위원장을 포함한 2인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나머지 3인을 국회에서 임명하는데 3인 중 1인을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이 추천하고 그 외 교섭단체가 2인을 추천하도록 규정해놓았다. 결과적으로 정부와 여당의 추천 위원이 다수가 되는 구조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인데 반해 방통위원의 임기는 3년이다. 그러니 어느 대통령이든 자신의 임기 내에 필연적으로 방통위원을 임명한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느냐가 방통위의 운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그러니 중앙정부는 자연스레 방통위가 '내 꺼'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정권교체가 이뤄질 때마다 새 정부가 방통위를 흔들어대는 양상이 반복된다. 

중앙집권제의 뿌리가 깊은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의 힘은 어마어마하다.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은 부분까지 대통령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다. 하물며 대통령이 사실상 과반의 추천권을 보유하고 있는 방통위야 더 말할 것이 없다. 결과적으로 방통위법 제1조에 명시된 방통위의 독립성은 현실로 구현되기 어렵다. 

방통위의 진정한 독립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추천권을 없애야 한다. 대통령 임기보다 현저히 짧은 방통위원의 임기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곧 현 방통위원의 임기가 끝나고 새로운 방통위가 구성된다. 하지만 이미 큰 잡음이 들린다. 방통위가 정치적 몸살을 앓는 게 아니라고 생각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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