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적 보도 참담" 언론노조 위원장이 대신 사과한 조선일보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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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건설노조 분신 방조 의혹' 제기...원희룡 "진실 밝혀야"
건설노조 " 혐오범죄이자 2차 가해...손해배상청구 등 법적 대응"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세터 언론노조에서 열린 '양회동 열사 분신 관련 조선일보 보도에 대한 건설노조, 언론노조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이 "같은 언론인으로서 부끄럽다"며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뉴시스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세터 언론노조에서 열린 '양회동 열사 분신 관련 조선일보 보도에 대한 건설노조, 언론노조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이 "같은 언론인으로서 부끄럽다"며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뉴시스

[PD저널=박수선 기자] 지난 1일 故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지부 지대장이 분신한 현장에 있던 동료가 분신을 방조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건설노조가 '혐오범죄' '왜곡 조작' 보도로 규정짓고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전국건설노동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17일 공동 개최한 긴급기자회견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조선일보> 보도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16일, 17일 온라인과 지면을 통해 양회동 지대장이 분신한 현장에 있던 동료 A가 분신을 말리지도 않고, 불을 끄지도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건설노조원 분신 순간, 함께 있던 간부는 막지도 불 끄지도 않았다>에서 기사를 작성한 최훈민 기자는 “‘극단적 선택 그 자체’가 아니라 ‘당시 사건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대처’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고, 보도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적었다. 

<조선일보>는 CCTV 영상에서 보인 A씨의 움직임과 목격자의 주장을 근거로 “A씨는 양씨의 분신 준비 과정을 눈앞에서 지켜보면서도 단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았고, 어떤한 제지의 몸짓도 보이지 않았다”, “양씨 쪽으로 달려가 몸에 붙은 불을 끌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대신, 뒷걸음질을 치며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낸 뒤 몸을 양씨 반대방향으로 돌렸다”라고 보도했다.  

“현장에 있던 YTN 기자들이 경찰 조사에서 ‘A씨가 양씨를 말리는 말을 했다'”고 전하면서도 <조선일보>는 A씨가 분신을 방조했다는 의혹에 무게를 실었다.  

건설노조를 상대로 '술판 집회' '양회동 분신 방조' 의혹 기사로 채운 조선일보 5월 17일자 10면.
'민주노총 술판 집회' '건설노조 양회동 분신 방조' 의혹 기사로 채운 조선일보 5월 17일자 10면.

건설노조는 “분신 현장에 있던 동료는 양회동 열사의 분신을 말리려고 했다. 고인의 경고로 섣부르게 접근할 수 없던 상황에서 대화로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하면서 "유족과 목격자를 향한 혐오범죄이자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건설노조 100인 변호인단에서 활동 중인 신선아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의혹을 제기하려면 명백한 증거가 존재해야 한다. <조선일보> 보도의 근거는 CCTV 화면으로 확인되는 동료 A씨의 움직임, 당시 상황을 봤다는 목격자의 진술이 제시되어 있을 뿐”이라며 “A씨가 고인을 만류하는 말을 한 것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일부 사실만 부각해 악의적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한 허위보도”라고 지적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아무도 사과하지 않으니 저라도 사과하겠다. 양회동 조합원과 그 주변 동지들, 유족들께 언론인의 한사람으로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윤 위원장은 마이크를 잡고 한참 말을 잇지 못하다가 “건설노조 위원장이 악의적인 조선일보의 보도로 갈가리 찢긴 상처와 마음을 부여잡고, 이 자리에 계신 언론노동자들에게 취재 와서 고맙다는 말하는 장면을 보면서 참담함과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참담한 심경을 드러냈다.

윤창현 위원장은 <조선일보> 보도가 정부의 노조 탄압, 노조 혐오 분위기 조성과 무관치 않다고 봤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17일 SNS에 <조선일보> 보도를 언급하면서 “사실이라면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라며 “혹시나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진실이 밝혀지기 바란다”라고 적었다. 

윤 위원장은 “어제 오늘 이어진 보도는 <조선일보>의 독자적인 행위로 볼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원희룡 장관의 반응은, 1991년 강경대 열사 사망사건 이후 노태우 정권이 정국 전환을 위해 보수언론과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상황을 반전시키려고 했는지를 보면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미성 건설노조 부위원장은 울분을 삼키며 기자회견문을 읽어나갔다. 

박미성 부원장은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언론노조는 고의적 사건 왜곡을 통해 여론을 선동하려는 <조선일보>의 악의적 보도 행태와 이에 가담한 모든 세력에 대한 철저한 조사로 법적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며 “마땅히 지켜야 할 최소한의 보도 윤리를 저버리고 왜곡 조작으로 윤석열 정권의 애완견을 자처한 <조선일보>는 이제 그만 언론의 외피를 벗으라”라고 촉구했다. 
 
건설노조는 사실을 왜곡하고 유족과 동료에게 정치적 충격을 가중시킨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명예훼손 혐의로도 고소할 예정이다.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종합민원실 외벽에 달린 CCTV 영상으로 추정되는 영상 자료와 경찰 진술 내용을 유출한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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