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박수선 기자] 지난 1일 故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지부 지대장이 분신한 현장에 있던 동료가 분신을 방조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건설노조가 '혐오범죄' '왜곡 조작' 보도로 규정짓고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전국건설노동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17일 공동 개최한 긴급기자회견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조선일보> 보도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16일, 17일 온라인과 지면을 통해 양회동 지대장이 분신한 현장에 있던 동료 A가 분신을 말리지도 않고, 불을 끄지도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건설노조원 분신 순간, 함께 있던 간부는 막지도 불 끄지도 않았다>에서 기사를 작성한 최훈민 기자는 “‘극단적 선택 그 자체’가 아니라 ‘당시 사건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대처’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고, 보도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적었다.
<조선일보>는 CCTV 영상에서 보인 A씨의 움직임과 목격자의 주장을 근거로 “A씨는 양씨의 분신 준비 과정을 눈앞에서 지켜보면서도 단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았고, 어떤한 제지의 몸짓도 보이지 않았다”, “양씨 쪽으로 달려가 몸에 붙은 불을 끌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대신, 뒷걸음질을 치며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낸 뒤 몸을 양씨 반대방향으로 돌렸다”라고 보도했다.
“현장에 있던 YTN 기자들이 경찰 조사에서 ‘A씨가 양씨를 말리는 말을 했다'”고 전하면서도 <조선일보>는 A씨가 분신을 방조했다는 의혹에 무게를 실었다.
건설노조는 “분신 현장에 있던 동료는 양회동 열사의 분신을 말리려고 했다. 고인의 경고로 섣부르게 접근할 수 없던 상황에서 대화로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하면서 "유족과 목격자를 향한 혐오범죄이자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건설노조 100인 변호인단에서 활동 중인 신선아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의혹을 제기하려면 명백한 증거가 존재해야 한다. <조선일보> 보도의 근거는 CCTV 화면으로 확인되는 동료 A씨의 움직임, 당시 상황을 봤다는 목격자의 진술이 제시되어 있을 뿐”이라며 “A씨가 고인을 만류하는 말을 한 것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일부 사실만 부각해 악의적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한 허위보도”라고 지적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아무도 사과하지 않으니 저라도 사과하겠다. 양회동 조합원과 그 주변 동지들, 유족들께 언론인의 한사람으로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윤 위원장은 마이크를 잡고 한참 말을 잇지 못하다가 “건설노조 위원장이 악의적인 조선일보의 보도로 갈가리 찢긴 상처와 마음을 부여잡고, 이 자리에 계신 언론노동자들에게 취재 와서 고맙다는 말하는 장면을 보면서 참담함과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참담한 심경을 드러냈다.
윤창현 위원장은 <조선일보> 보도가 정부의 노조 탄압, 노조 혐오 분위기 조성과 무관치 않다고 봤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17일 SNS에 <조선일보> 보도를 언급하면서 “사실이라면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라며 “혹시나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진실이 밝혀지기 바란다”라고 적었다.
윤 위원장은 “어제 오늘 이어진 보도는 <조선일보>의 독자적인 행위로 볼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원희룡 장관의 반응은, 1991년 강경대 열사 사망사건 이후 노태우 정권이 정국 전환을 위해 보수언론과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상황을 반전시키려고 했는지를 보면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미성 건설노조 부위원장은 울분을 삼키며 기자회견문을 읽어나갔다.
박미성 부원장은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언론노조는 고의적 사건 왜곡을 통해 여론을 선동하려는 <조선일보>의 악의적 보도 행태와 이에 가담한 모든 세력에 대한 철저한 조사로 법적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며 “마땅히 지켜야 할 최소한의 보도 윤리를 저버리고 왜곡 조작으로 윤석열 정권의 애완견을 자처한 <조선일보>는 이제 그만 언론의 외피를 벗으라”라고 촉구했다.
건설노조는 사실을 왜곡하고 유족과 동료에게 정치적 충격을 가중시킨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명예훼손 혐의로도 고소할 예정이다.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종합민원실 외벽에 달린 CCTV 영상으로 추정되는 영상 자료와 경찰 진술 내용을 유출한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