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경영평가에 '공언련' 보고서 반영 두고 이사회 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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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성향 단체 자료 객관성‧공정성 담보 어려워" 경영평가 지침 위배 다수 의견
이사 4명 퇴장하며 진통...의결은 다음 이사회로 연기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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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엄재희 기자] '2022 KBS 경영평가단'이 보도의 공정성을 지적하는 내용을 담으면서 보수 성향 언론단체의 자료를 인용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이는 가운데, 경영평가를 심의·의결하는 KBS이사회도 진통을 겪고있다. 지난 17일 다수 이사들은 객관성과 공정정이 담보되지 않은 모니터 자료에 대한 우려로 인용불가 의견을 모았으나, 여권 성향 이사들은 경영평가단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일이라며 항의하고 퇴장했다. KBS이사회는 이를 고려하여 경영평가단에 한 차례 더 논의할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

앞서 경영평가 보고서에서 뉴스와 시사 부문 평가를 맡은 김백 경영평가위원은 KBS의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을 보고서에 담으면서 보수 성향의 '공정언론국민연대'(이하 공언련) 모니터 결과를 인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언련은 최근 공영방송 라디오 패널의 무분별한 '좌파 낙인찍기'로 비판을 받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본부)는 지난 3일 낸 성명에서 "KBS 방송의 공정성을 지적할 수 있지만, 그런 평가를 위해선 정확환 근거가 필요하다"며 "문제가 된 경영평가 내용은 김백 위원이 서술한 내용으로, 김 위원이 경영평가에 참조한 자료의 출처는 다름 아닌 끊임없이 공정성, 편파성 논란이 지적되어온 공언련이다"고 지적했다.

KBS본부가 사퇴를 요구한 김백 위원은 YTN 출신으로 이명박 정권 시절 언론장악에 앞장섰던 인물로 꼽힌다. 최근에는 공언련 이사장 직책을 달고 활동하고 있다.  

경영평가단 내부에서도 객관성이 검증되지 않은 자료를 인용하는 것을 두고 이견이 나왔다. 경영평가단은 인용 자료와 관련한 이견이 있었다는 사실을 서문에 기술한 수정안을 작성했고, 일부 위원은 자료 인용이 경영평가 운영원칙을 담은 '경영평가 지침'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이사회가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조숙현 KBS 이사는 경영평가 보고서의 법적 기한이 5월 31일까지라는 점을 고려해 경영평가 지침 부합 여부를 판단하는 안건을 임시이사회에 상정했다. 17일 열린 이사회에서 다수 이사들은 공언련 보고서 인용은 지침에 위배되고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인용 불가'라고 지적했다. 경영평가 지침은 "평가항목에 관련하여 국가기관, 연구기관, 학술‧전문가단체 또는 언론기관 등이 한 평가결과가 있는 경우 그 내용을 제시하고 검토하여야 한다"고 되어있는데, 공언련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서 2020·2021 사업연도 KBS경영평가단은 KBS 방송의 공정성을 평가하면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시청자평가지수(KI)와 KBS 공영미디어연구소가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한 자료, 시사IN '대한민국 신뢰도 조사' 등을 인용했다. 

조숙현 이사는 "공언련은 국가기관‧연구기관‧학술단체‧언론기관에 해당되지 않는 것은 명백하니 전문가단체인지 판단해야한다"며 "공언련 가입조건을 보면 '설립취지에 동의하고 소정의 가입신청서를 제출하여 이사회의 승인을 얻은 자'라고 되어있서 어디에도 전문가를 회원 가입 기준으로 들지 않아 전문가단체로 볼 수 없다"고 했다. 

특정 언론단체 보고서 인용이 가져올 파장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조 이사는 "인용할 수 있는 자료의 중립성과 엄격성을 지키지 않으면 나중에 KBS에 긍정적인 평가만을 인용해 평가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류일형 이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KBS의 공정성에 문제를 지적한 객관적이고 신뢰성있는 자료는 충분히 있다"며 "공언련 자료를 인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반면, 권순범 이사는 "방송 전문가인 기자와 PD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고 방송에 관심 가진 대학생이 참여했으니 전문가단체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김종민‧권순범‧이석래‧이은수 이사는 중간에 퇴장했다. 이들은 경영평가단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일이고, 앞선 회의에서 경영평가단이 지침 부합 여부에 대한 판단을 구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이은수 이사는 "지난 회의에서 서문 작성 형식엔 동의했으나 그 내용은 합의하지 못했고, 수정할 수 있다면 수정해서 이사회가 다시 판단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며 "한번 더 합의안을 가져오는 절차가 남은 줄 알았는데, 하루 만에 뒤집혔다"고 했다.

안건 상정 자체에 반대한 권순범 이사는 "'2차 수정안'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데, 경영평가단에서 합의한 것이 없기 때문"이라며 "경영평가단이 합의된 안을 내놓으면 그때 가서 따져봐야하는데 순서가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재권 이사는 "이사들 사이에서 공언련 보고서가 자료로 부합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구했는지 여부를 두고 인식 차이가 나는 거 같다"면서 "이것이 서로 배치되거나 어느 하나가 잘못됐다고 보여지진 않고, 조숙현 이사가 제시한 안건을 통해 논의하고 결정할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3시간이 넘는 토론 끝에 이사회는 경영평가단에 자발적으로 해결할 기회를 한 차례 더 주기로 하고 의결은 하지 않았다.

남영진 이사장은 "경영평가단에 오늘 속기록을 제공하고, 회의를 권고하길 바란다"며 "(경영평가단이 합의한) 최종 보고서가 올라오지 않는다면 24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결정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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