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전 대통령이 TV조선 조작 지시했다'는 조선일보의 황당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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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겠네" 한상혁 위원장 '불편한 감정' 표현을 점수 조작 근거로 제시한 검찰
조선일보, 공소장 앞세워 "뻔뻔하고 파렴치" 여론재판

경기방송 재허가 심사 조작 의혹과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 사무실 압수수색을 마친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수사관들이 지난 10일 방송통신위원회 청사에서 압수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뉴시스
경기방송 재허가 심사 조작 의혹과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 사무실 압수수색을 마친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수사관들이 지난 10일 방송통신위원회 청사에서 압수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뉴시스

[PD저널=김창룡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정식 재판을 받기도 전에 수사·기소단계에서 죄인으로 몰리고 있다. TV조선 재승인 문제로 동아·조선일보, TV조선 등이 검찰의 수사 내용을 마치 진실인양 단정하면서 여론재판을 하는 것이다.

지난 16일 <동아일보>는 공소장 내용을 공개하며 “한 위원장은 재승인 심사 점수가 집계된 직후인 2020년 3월 20일 오전 7시경 방통위 양모 국장(수감 중)으로부터 전화로 결과를 보고받은 뒤 '미치겠네. 그래서요?' '시끄러워지겠네' '욕 좀 먹겠네'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검찰은 평상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던 한 위원장이 이 같은 말을 하자 양 국장과 차모 과장(수감 중)이 심사위원장 윤모 교수(수감 중)와 함께 점수를 조작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17일 사설 <'종편 점수 조작 보고받고 은폐까지 지시, 그래도 버틴다니>에서 아예 조작·은폐를 단정했다. <조선일보>는 “실질적 조작 지시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겠지만 한 위원장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면서 “뻔뻔하고 파렴치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라는 감정을 여과없이 내뱉었다. 사설은 아예 '버티지말고 나가라'는 주장까지 나갔다. 이런 식의 보도, 사설은 어떤 문제가 있는가? 

첫째,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훼손하고 있다. 한 위원장이 공인이지만 그도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 이 신문들은 검찰의 공소장이 마치 실체적 진실인양 단정하고 있다. 공소장의 세세한 내용까지 공개하며 여론재판을 통해 마치 범법자인양 몰아가고 있다.

헌법에서 적시하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언론은 무시하는 오만한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런 식의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면 재판은 해볼 필요도 없지 않은가. 검찰의 과잉수사, 표적수사, 무리한 기소에 대한 감시는 찾아 볼 수 없다. 언론윤리헌장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공중의 알권리 사이의 균형을 추구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조선일보 5월 17자일자 사설.
조선일보 5월 17자일자 사설.

둘째, 사설도 사실(facts)에 근거해야 한다. 논리적 글쓰기의 표본인 사설이 사실을 중시하지 않고 과장이 많으면 신뢰를 잃는다. 검찰도 한 위원장을 기소하면서 조작 지시를 넣지 못했다. 수사해 본 결과 점수조작이나 은폐에 관여한 사실을 찾지못했기 때문이다.

그의 '불편한 감정' 표현을 검찰은 점수조작으로 해석했다. 그 해석을 뒷받침할 물증은 없었다. 법원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한 위원장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조선일보>는 어떤 근거로 여전히 '점수 조작'을 믿고 있는지 의문이다. <동아일보>  역시 '검찰의 해석을 점수조작'으로 보도했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주장은 정치 선동으로 비칠 뿐이다. 

셋째, <조선일보>의 사설은 비약 투성이다.

점수 조작 사실 자체가 불투명하고 당사자들도 부인하는데, <조선일보>는 느닷없이 “실질적 조작 지시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아무리 회사의 주장을 임의로 싣는 사설이지만 문 전 대통령이 '조작 지시를 내렸다'는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가. 심지어 불법 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물러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선일보>는 TV 조선과 특수이해관계가 아닌가. 더욱 자중하고 신중하게 보도해야 할 언론기관이 '이해충돌의 위험'을 간과하고 있다.

넷째, 균형이라는 저널리즘의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

언론은 이해가 충돌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균형있게 다뤄야 한다. 검찰의 '조작' 주장과 방통위의 '그런 것은 없었다'는 주장은 함께 존중돼야 한다. 사설에서도 최소한의 반론, 이의제기에 대한 언급은 균형성 차원에서 필요하다. <조선일보>는 일방적으로 검찰의 주장만을 진실로 단정하고 방통위의 주장이나 반박은 무시했다. 

한 위원장은 'TV조선 감점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바 없다'며 억울해하고 있다. 당시 심사위원 선임은 심사일정 변경에 따라 결원이 발생해 정상적인 절차로 이뤄졌으며, 방통위 간담회는 필수 요건이 아니고 적극적 조작 사실은 결코 보고받은 바 없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검찰의 수사권, 기소권 남용에 대해 언론의 견제·감시 역할이 없다는 게 문제다. 

검찰의 수사, 기소 권력에 대한 감시는 언론의 사명이다. 감시 대신에 검찰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언론은 억울하게 구속된 사람과 그 가족들에게 2차 가해를 하는 것이다. 모든 범죄를 다루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범의(犯意)다. TV조선 재승인 거부, 조건부 승인을 위해 '고위 공무원과 교수가 점수조작을 했다'는 검찰의 가설은 재판과정에서 무너질 것이다.

당시는 'TV조선이 승인을 받느냐 못 받느냐'가 관건이었다. 다른 종편들도 조건부 승인을 받는 것은 일반적이다. 그 흔한 조건부 승인을 받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조작에 나설 공무원은 없다. 즉 어디에도 범의를 찾기 힘들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누구든 재판에 의하지 않고 죄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의 공기'라는 언론이 1심 재판도 받기 전에 '죄인으로 단정하고' '물러나라'고 주장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조선일보>의 사설은 언론의 기본을 망각한 반인권적, 반윤리적, 반저널리즘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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