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관행 조사해 봤더니, 기자 48.7% ‘공문서 무단 사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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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언론학회 학술대회서 '한국 기자 윤리 의식' 연구 결과 발표
비윤리적 취재 행위에 절반 가까이 '허용적'

김경모·이나연 연세대 교수가 조사한 한국 기자의 윤리 준수에 대한 인식 연구 결과.
1=전혀 정당화 할 수 없다 2=대체로 정당화할 수 없다 3=특정 경우에만 정당화할 수 있다 4 =대체로 정당화할 수 있다 5=항상 정당화할 수 있다.

[PD저널=엄재희 기자] '특정한 경우 또는 대체로 취재를 위해 신분을 속이는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다'(48.3%), '특정한 경우 또는 대체로 일반인의 문서나 사진을 무단 사용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다'(47.3%)

김경모·이나연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가 한국기자협회와 함께 협회 소속 현직 기자 751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5일부터 7일간 실시한 '한국 기자의 역할 인식 및 윤리 이슈를 포함한 취재 관행 연구 결과'가 지난 19일 공개됐다. 한국언론학회 봄철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특정한 경우 또는 대체로 내부정보를 얻기 위해 위장취업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응답한 기자는 47.7%였고, '특정한 경우 또는 대체로 정부나 기업의 공문서 무단 사용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응답한 기자는 48.7%였다. 연구자들은 저널리즘 교육 수준에 따른 차이는 없으나 언론 경력이 낮을수록 비윤리적 취재 행위에 더 허용적이라고 분석했다. 

또, 연구자들은 비윤리적 취재방법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미국에 비해 허용적인 경향이 나타났다고 봤다. 2013년 진행된 미국 기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와 비교해보면, '위장취업' '일반인 문서 무단 사용' '돈을 주고 정보사는 행위' '취재 위해 신분 속이기' 등의 항목에서 한국기자가 미국기자보다 '특정상황에서 정당화 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김경모·이나연 연세대 교수가 조사한 한국 기자의 윤리 준수에 대한 인식 연구 결과.
김경모·이나연 연세대 교수가 조사한 한국 기자의 윤리 준수에 대한 인식 연구 결과.
1=전혀 정당화 할 수 없다 2=대체로 정당화할 수 없다 3=특정 경우에만 정당화할 수 있다 4 =대체로 정당화할 수 있다 5=항상 정당화할 수 있다.

기자의 윤리 준수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면, '특정한 경우 또는 대체로 정치부 기자가 국회의원이나 정부 대변인으로 진출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응답한 기자는 45.4%였고, '특정한 경우 또는 대체로 온라인 카페 등에 실린 내용을 사실확인 없이 인용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응답한 기자는 52.9%였다.

비윤리적 취재관행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는 등 한국기자의 윤리성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 배경을 밝힌 이나연 교수는 "전체적으로 보자면 논란이 되는 혹은 비윤리적인 취재방법에 대해서 허용할 수 있다는 응답이 많았다"며 "우리가 일반적으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에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응답이 많아 놀라웠다"고 했다.

'기자의 역할 인식'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기자의 역할을 '해석자' '전달자' '적대자' '선동가'로 나눴을때, '전달자'와 '해석자'가 혼재되어 나타나는 양상을 보였다. 기자의 역할 중 '중요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빠르게 전달'이 '매우 중요하다 또는 꽤 중요하다'고 답변한 기자는 90.1%로 가장 높았고, '사회 문제에 대해 분석과 해석을 제공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또는 꽤 중요하다'고 언급한 기자는 89.9%였다.

이러한 기자 역할에 대한 인식은 국가별로 차이를 보였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사회에 위협이 되는 극단적 정책을 추진하는 정당이 설립되었을 때 이 정당 활동을 '반대'하는 것이 기자의 역할인가'라는 질문에 독일 기자 90%는 '그렇다'고, 영국과 한국 기자는 각각 53%와 59.5%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 교수는 "영국은 '전달자', 독일은 '옹호자'에 가까운 결과가 나오는데, 한국은 해석자의 역할을 조금 중요하게 생각하는 등 '중립적인 팩트만을 전달해야 한다'는 영국쪽에 가깝다"고 했다. 

토론에 나선 박아란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언론인의 역할 중 시민들에게 오락과 휴식을 제공한다는 역할이 있다'라는 질문에는 52.9%가 응답했는데, 뉴스룸에서 저널리스트들이 역할에 대해서 혼란을 느끼는 부분 아닌가 싶다"며 "페이지 뷰를 올려야 한다는 생각과 '낚시성 기사'는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기자의 역할 인식이나 윤리적 문제가 첨예하게 드러난 것 아닌가"라고 했다.

유용민 인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기자들이 '전달자'로 자신의 역할을 인식한다면 위험을 무릅쓰고 진실을 파고들 필요가 있다고 보고 공격적 취재를 더 용인할 수 있고, '해석자'로 인식하면 책상에 앉아서도 할 수 있으니 공격적 취재를 덜 용인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텐데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며 "기자들이 처한 현실에서 이런 인식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떻게 평가할지 추가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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