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에 갇힌 '요즘 애들' 이야기도 들어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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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회 이달의 PD상 수상자 인터뷰] KBS춘천 '말하고 십대' 맹서현 PD

KBS춘천 '말하고 십대'
KBS춘천 '말하고 십대'

[PD저널=이영광 객원기자] 제277회 이달의 PD상 TV 지역 부문에 <말하고 십대> 시즌2 ‘새 학기, 시작하는 우리’ 편이 수상했다. KBS춘천총국에서 제작하는 <말하고 십대>는 학교로 찾아가 10대 청소년들의 의견을 듣는 프로그램이다.

이달의 PD상 수상 소감과 함께 <말하고 십대> 제작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9일, 이 프로그램 연출한 맹서현 PD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맹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KBS춘천 <말하고 십대> ‘새 학기, 시작하는 우리’ 편으로 277회 이달의 PD상 TV 지역 부문상을 받으셨는데, 수상 소감 부탁드려요.

“일단 이게 <말하고 싶대> 시즌 2의 첫 회로 받은 건데, 시즌1 때는 출품할 정신도 없이 했어요. 시즌2 첫 회로 받은 게 지난 1년간 열심히 해 온 걸 알아봐 주신 것 같아서 뿌듯하고 감사합니다.”

-심사위원회는 <말하고 십대>에 대해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청소년을 계도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십대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통로로서의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던데.

“저는 이렇게 말씀해 주셔서 되게 감사했어요. 항상 저희도 고민하는 게 우리가 그래도 청소년한테 뭔가 길을 제시해 줘야 되지 않냐는 거거든요. 우리 마음대로 판단하려고 하지 말고 10대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의의를 둬보자고 다짐하고 늘 되뇌였는데 심사위원들이 그걸 알아봐 주신 것 같아서 감사했어요.”

-<말하고 십대>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말하고 십대>는 기존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10대에 대한 이미지의 편견을 깨고 진짜 생각을 듣기 위해서 만든 프로그램이에요. 보통 우스갯소리로 ‘요즘 애들은’이란 수식어가 밈처럼 붙잖아요. 그런데 뒤에 붙는 그 이미지들이 진짜 10대들도 과연 동의할지 본인들의 의견 직접 들어봐야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습니다.”

-춘천에서 <말하고 십대>가 학생들 사이에서 알려졌나 봐요?

“아니에요. 아직 알아볼 정도는 아닌데, 작년 시즌1 때 춘천에서 친구들을 데리고 했기 때문에 그 친구 주변으로만 알죠. 저희가 촬영하러 학교에 가면 장난으로 우리 프로그램 아냐고 물어보면 애들이 안다고 대답해 주더라고요.”

KBS춘천 '말하고 십대'를 연출한 맹서현 PD.
KBS춘천 '말하고 십대'를 연출한 맹서현 PD.

-시즌2잖아요. 시즌1과 포맷이 약간 다른 것 같던데.

“맞아요. 시즌1 때는 저희가 한 50~60명 정도 춘천에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디션 봤어요. 그리고 거기서 10명~11명 정도를 뽑았어요. 그 친구들을 고정 출연자로 해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했었고요. 그때는 사실 코로나 때여서 저희가 학교에 가지를 못했어요. 그래서 그런 식으로 진행했고, 시즌2는 코로나가 풀렸고 대면 수업이 진행되기 시작했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그러면 학교에 직접 찾아와 보자고 했죠. 시즌2의 가장 큰 변화는 직접 학교에 가서 많은 학생을 만나서 얘기해 본 것 같습니다.”

-학교 가보니까 어때요?

“제가 졸업한 지 한 거의 15년 정도 됐는데 많이 놀라죠. 원래 학교가 이랬나란 생각도 들고 요새는 친구들이 교복을 안 입기도 하고 새롭게 생긴 생활복 같은 것도 있고 복장이 많이 달라졌어요. 그래서 많이 달라진 것도 느끼고 향수도 느끼고 있어요.”

-이야기할 주제를 선정하는 것도 고민이 있을 것 같아요.

"사실은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아서 고민이에요. 근데 저희가 한 달에 한 번 하는 프로그램이에요. 때문에 주제를 선정하는 데 어려운 점은 다루고 싶은 주제가 너무 많아서 어렵기도 하고 또 10대들에게 직접 주제를 받는 건 어떨까란 생각도 해보고 있습니다.”

-다루고 싶은 주제가 많다고 했잖아요. 그중에 가장 다루고 싶은 건 뭐예요?

“가장은 모르겠는데 늘 해보고 싶었던 건 지난 회차에서 조금 다루긴 해봤는데 청소년들의 언어문화에 대해서 해보고 싶어요. 거기서도 세대 차이가 드러나는 것 같고요.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언어나 그들이 생각하는 언어에 대한 문화라고 해야 될까요? 요새 애들 문해력도 떨어진다는 얘기도 하고요. 아니면 그들만이 쓰는 은어에 대해서 어른들은 안 좋게 보는 시선들이 대부분인데 오히려 그들을 이해하려면 청소년들이 어떤 언어를 쓰고 어떤 언어 습관을 가지고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하는지 한번 알아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그러면 어른과 학생들의 토론도 괜찮겠네요?

“그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사실 어른들은 10대의 말을 잘 이해 못할 때도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각자 얘기하고 있지만 대화가 안 되는 모습도 웃길 것 같네요.”

-녹화는 얼마나 하나요?

“저희가 한 학교에 가서 두 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녹화해요. 사실 이건 지역방송의 제작비와도 연결되어 있는데요. 저희는 제작비가 그렇게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 한 번 갔을 때 2회 분을 녹화하는 셈이에요. 그래서 굉장히 제작진의 업무 강도가 세거든요. 그래서 보시면 학교 돌아다니는 걸 한 2시간 정도 하고요. 본 토크를 시작하면 한 회당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녹화를 하는 것 같아요. 근데 하루에 두 개를 떠야 되니까 2시간은 학교 돌아다니는 인터뷰를 하고 다음에 한 3시간에서 3시간 반을 토크하는 녹화를 하다 보니 사실 아나운서분들의 목 상태도 굉장히 안 좋아지고 약간 무리한 스케줄로 녹화하고 있습니다.”

-힘들 것 같아요.

“저는 총책임자로서 많은 스태프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어요. 3, 4회를 지난주에 녹화했는데 (녹화) 끝날 때쯤 되니까 남자 아나운서 목소리가 거의 안 나왔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나운서는 저한테 자기 목소리가 안 나와서 너무 죄송하다고 하더라고요.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야 하는데 자기가 그걸로 민폐를 끼친 것 같다고 돌아가면서 저한테 메시지 남겨서 오히려 제가 죄송했죠.”

-익명 채팅방이 있던데 거기선 훨씬 이야기가 자유롭게 오갈 것 같아요.

“맞아요. 요새 친구들은 사실 통화 같은 걸 어려워하고 오히려 문자 메시지나 SNS로 소통하는 걸 훨씬 편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저희가 이 장치를 두자고 처음에 했던 건데요. 사실 카메라 앞에 서면 친구들이 다 착한 말만 하기 때문에 진짜 속마음을 얘기하기가 어려워요. 그러나 익명 채팅방으로 하면 같은 친구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아주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답변해주고 또 그게 저희가 원하는 바여서 거기서 훨씬 더 입으로 차마 하지 못하는 어려운 말들도 나누기 좋은 것 같아요.”

-제작하시면서 PD님 학창 시절 생각도 많이 날 것 같은데.

“저는 평범한 학생이어서 나와서 당당하게 말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내가 10대 때 저렇게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할 수 있고 자기의 입장을 정리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요새 친구들이 굉장히 자신을 표현하는 데 당당하고 솔직하고 자유롭게 표현한다는 점을 존경스럽다고 생각했어요.”

-느끼시는 점이 있을까요?

“사실 저를 포함해 제작진이 오히려 제일 먼저 10대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 같아요. 저는 사실 개인적으로 청소년과 큰 연결고리는 없어요. 제가 학부모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학교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나이도 아닌데요.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10대 청소년층에 대한 이해를 좀 더 할 수 있어서 좋아요. 많은 시청자분도 이 청소년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이해하려고 하면 우리 사회의 세대 갈등 같은 게 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지고 제작하려고 합니다.”

-어려운 점은 뭔가요?

“'청소년들에게 그래도 길을 제시해 줘야 하지 않을까'와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사이에서 딜레마가 있어요. 그걸 조절하면서 제작하고 싶고요. 현실적으로는 경제적인 문제겠죠.”

'말하고 십대' 시즌1 첫방송 유튜브 영상 갈무리.
'말하고 십대' 시즌2 첫방송 유튜브 영상 갈무리.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첫 회가 사실 개학한 지 6일 차에 학교를 찾아갔어요. 그러니까 3월 8일쯤에 갔는데 등교 시간이 친구들은 7시 반에서 8시 반이더라고요. 제작진은 직장인이다 보니까 대부분 9시에 출근이잖아요. 그래서 7시 반에 촬영을 시작하는 게 굉장히 힘들더라고요. 진짜 아나운서분들도 사실 새벽 4시에 나와서 메이크업 받았거든요. '어떻게 7시 반에 등교해서 공부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다들 겪었을 텐데 그걸 잊었다는 사실에 대한 충격이 있었죠. 그때 새벽에 가서  등교하는 신을 촬영했는데 학생들은 굉장히 밝아요. 그 나이대는 진짜 낙엽만 떨어져도 웃는다고 하잖아요. 순수하고 풋풋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힐링과 위로를 받았던 첫 촬영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올해도 계속 학교를 돌아다니면서 많은 청소년을 만날 텐데 앞으로 저희도 제작하면서 편견 없이 청소년들을 계속 대하면 좋겠고요. 또 청소년도 저희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지만 아마 부모님들이 이 프로그램에 제일 관심 클 거예요. 많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부모님들도 어울려서 다양한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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