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방통위원장 면직 수순…"공영방송 장악 시나리오 빨라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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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혁신처 23일 청문 절차 진행... 한 위원장 “헌법적 가치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가 될 것"
언론현업단체들 "방송과 언론의 독립성에 대한 정치적인 탄압" 규탄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현업단체들이 23일 오전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한상혁 방통위원장에 대한 면직 추진을 규탄했다. ©PD저널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현업단체들이 23일 오전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한상혁 방통위원장에 대한 면직 추진을 규탄했다. ©PD저널

[PD저널=박수선 엄재희 기자] 임기를 두 달 남겨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면직 추진과 관련해 “헌법적 가치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23일 인사혁신처의 청문이 진행된 가운데 언론현업단체들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한상혁 위원장 면직 기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한상혁 위원장은 청문 전날인 22일 SNS에 올린 글에서 "면직 처분에 이를 정도의 명백한 위법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이라는 이유로 보장된 임기를 박탈하려 한다면 이는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위반 등 처분 자체의 위법성, 위헌성 등의 우려가 있음은 물론이고,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성, 방송의 자유 등 대한민국이 지켜나가야 할 헌법적 가치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한 위원장이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의혹으로 기소돼 면직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법은 위원의 신분보장 조항에 ‘법률에 따라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사에 반해 면직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기소 사실과 이로 인해 국가공무원법의 성실 의무·품위유지 의무 등을 위반한 게 면직 처분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한상혁 위원장은 검찰의 발표한 공소사실과 보도를 통해 알려진 공소장 내용에 관련해서도 “이 사건 공소제기 및 그에 따른 검찰의 보도자료 배포 과정에서 공소사실과 무관할 뿐만 아니라 사실관계가 비틀린 부정적 내용들이 언론 등을 통해 광범위하게 유포되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치겠네’ 라는 표현을 하는 등의 강한 불만을 표시했고, 3년 전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종편에 불편한 감정을 표시했다는 등의 객관적 확인이 어렵고 공소사실과 무관한 자극적 표현이 공소장 등에 기재된 점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른바 진보적 성격의 시민단체를 최초로 심사위원 추천단체에 포함시키는 등 종편에 불이익을 주기 위해 치밀히 준비를 했다고 주장하는 부분에 이르면 뭐라 할 말을 잃게 된다"는 심정을 드러냈다. 

한 위원장은 심사위원 추천단체 선정과 관련해 “상임위원 간담회를 통해 결정되었으며 결정과정에서 형평성을 기하기 위해 정반대의 성격을 갖는 시민단체로 평가되는 다른 단체를 동시에 심사위원 추천단체로 선정했다”며 “이런 사실들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는 명백한 왜곡이고 공소장일본주의 위반”이라며 “법원에 의한 재판에 앞서 더욱 참담한 여론재판을 받고 있는 심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한상혁 위원장 청문 절차를 거쳐 인사혁신처의 면직 제청, 대통령의 재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언론현업단체 기자회견에서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공무원법과 방통위 설치법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한쪽의 법률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권력친화적인 인물을 (차기) 방통위원장에 조금 일찍 내리꽂겠다는 것”이라며 “무리한 법적용을 통해 방통위를 장악하고 그 다음 수순으로 공영방송 장악의 절차를 본격화하겠다는 명백한 신호”라고 말했다.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윤석열 정권 1년은 MBC 탄압의 역사, 공영방송 탄압의 역사”라며 “방통위원장 면직 절차를 시작으로 정권의 2단계 공영방송 장악 시나리오가 가동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2단계 시간표는 훨씬 빨라지고 거칠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누가 보아도 억지스러운 ‘면직’ 기도는 점차 속도를 내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기도의 일환”이라며 “감사원의 표적 감사와 수신료 분리징수이슈로 공영방송 흔들기에 열을 올려왔던 윤석열 정권이 한 위원장을 끌어내리고 방통위를 여권 다수 구조로 바꾸어내고 나면, KBS와 MBC의 사장과 이사들을 차례로 해임하고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채우리라는 것이 불보듯 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한 위원장 면직 기도와 방통위에 대한 겁박은 방송과 언론의 독립성에 대한 정치적인 탄압이자 미디어 공론장을 정부·여당의 통제하에 복속시키고자 하는 권위주의·전체주의적 행태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언론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고 오만과 불통으로 방송장악을 획책하려는 윤석열 정권과 정부 여당의 시도를 결코 앉아서 지켜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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