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 경영평가에 '보도 불공정' 공언련 모니터 내용 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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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이사회, 여권 성향 이사 퇴장 속 찬성 6인으로 '경영지침 위반' 의결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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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엄재희 기자] KBS이사회가 경영평가 보고서에서 보도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며 '공정언론국민연대(이하 공언련)'와 '대선불공정방송국민감시단' 자료를 인용한 것을 두고 경영평가 지침을 어긴 것이라고 의결했다. 경영평가 지침은 '평가기준' 항목에 단체의 종류를 나열해 놓았는데 공언련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으며, 객관성이 검증되지 않은 자료를 평가 보고서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여권 성향 이사들은 "용비어천가 보고서를 만들겠다는 것이냐"며 항의의 뜻으로 표결에 불참했다.

KBS이사회는 24일 열린 회의에서 여권 성향 이사 4인이 퇴장한 가운데 6인 찬성으로 '공언련 보고서 인용 불가' 결정을 내렸다. 조숙현 이사는 "보도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자료의 인용 여부와 관련해 명시된 지침이 있다면 지켜야한다"며 "이를 따르면서 평가위원이 가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데 지침을 위반하면서까지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경영평가 지침에는 "국가기관, 연구기관, 학술‧전문가단체 또는 언론기관등이 한 평가결과가 있는 경우 그 내용을 제시하고 검토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전문가단체'로 보기 힘든 공언련의 보고서는 검토해야할 '평가 결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2020·2021 사업연도 KBS경영평가단은 KBS 방송의 공정성을 평가하면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시청자평가지수(KI)와 KBS 공영미디어연구소가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한 자료, 시사IN '대한민국 신뢰도 조사' 등을 인용했다. 

앞서 김백 경영평가위원이 보수 성향의 공언련 모니터링 보고서를 근거로 KBS의 공정성을 지적하는 내용을 '뉴스와 시사 부문' 평가에 포함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YTN 출신인 김백 위원은 이명박 정권 시절 언론장악에 앞장선 인물로 꼽히며, 현재 공언련의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사들은 객관성과 공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자료를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정재권 이사는 "해당 평가를 한 위원에게 본인이 인용한 모니터링 보고서에 나오는 사례를 검증했나라고 물었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답했다"며 "사례들이 선관위나 정부 등 공적기구에 고발됐는데 이 사례들이 어떤 판단을 받았는지 살펴봤느냐고도 물었는데 살피지 않았다고 답했다. 인용 과정에서 부적절성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사회는 지난주 17일 열린 회의에서 '인용 불가'의 뜻을 모았으나, 경영평가단이 스스로 해결할 기회를 한 차례 더 주기로 하고 의결을 미뤘다. 이날까지 경영평가단이 합의하지 못하자 표결에 부치게 됐다. 여권 성향의 김종민‧권순범‧이석래‧이은수 이사는 지난 회의에 이어 재차 퇴장했다. 김종민 이사는 "용비어천가를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닌가"며 "이런 경영평가 보고서는 필요 없다"고 거칠게 항의했고, 이석래 이사는 "어떤 지침에 의해서 이사회가 움직이는 거 같다"며 "막장 드라마를 한번 써보자"고 언성을 높였다.

권순범 이사는 경영평가 과정에서 KBS 정관과 경영평가 조항을 지키지 않았다는 주장을 했다. 권 이사는 "KBS 정관의 경영평가위원 자격요건을 보면, 공기업 경영에 관여했거나 방송기술 전문가이거나, 실무 경험이 5년 이상인 공인회계사인데, 여섯명의 경영평가 위원 중 한명은 (자격조건에) 위배된다"며 "자격없는 사람을 위촉한 이사회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했다. 이어 "경영평가 지침에 '경영평가는 공동으로 평가하고 집필한다'고 되어있는데, 방송부문은 두 명의 위원이 각자 나눠서 집필했다"며 "명백한 조항 위반으로 보고서 자체가 무효다"고도 했다.

경영평가 심의의결권을 가진 KBS이사회는 법정시한인 5월 31일까지 보고서를 의결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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