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육이 가르치는 것은 '격차' 그 자체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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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회 이달의 PD상 수상자 인터뷰] EBS '다큐멘터리K' 김형수 PD

EBS '다큐멘터리K' 교육격차 편.
EBS '다큐멘터리K' 교육격차 편.

[PD저널=이영광 객원기자] 제278회 이달의 PD상 TV 시사다큐 부문에 4월 방송한 EBS <다큐멘터리K> ‘교육격차’ 5부작이 선정됐다. ‘교육격차’ 5부작은 다양한 관점에서 교육격차가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짚어보고 현상의 원인을 고찰했다.

이달의 PD상 수상 소감과 함께 ‘교육격차’ 5부작 제작 과정을 듣기 위해 지난 1일 경기도 고양에 위치한 EBS 사옥에서 1, 2부를 연출한 김형수 PD를 만났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

- EBS <다큐멘터리K> ‘교육격차’ 5부작으로 제278회 이달의 PD상 TV다큐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소감 부탁드려요.

“저희 프로그램에 다양한 아이들이 출연했어요. 교육의 출발선에 선 초등학생들부터 교육격차를 이겨내고 입시를 거친 분들까지요. 이 아이들에겐 우리 교육이 바뀌길 바라는 마음이 있더라고요. 그 친구들의 바람에 얼마나 부응했는지 돌이켜 보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하고요. 그럼에도 이런 문제들이 논의되는 데 작게라도 기여했다면 개인적으론 만족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기뻤어요. 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어요.”

- ‘교육격차’ 5부작을 기획한 배경을 들려주세요.

“EBS가 교육방송이잖아요. ‘교육’은 항상 회사의 주요 화두고요. 저희가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었어요. 이로 인해 학생들이 등교를 못 하니 격차가 벌어진다는 게 이슈였던 때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뿐 아니라 그 전에도 교육격차 문제는 언제나 존재했고, 점차 심각해져가는 문제라고 봤죠. 그런 관점에서 기획했어요.”

- 교육격차에 관심이 많았나봐요.

“사실 관심이 없었죠. 제가 입시를 치른 게 25년 전이거든요. 오래됐어요. 그러다 코로나19 때문에 격차가 심해졌다는 뉴스를 접하게 됐거든요. 집에서 인터넷으로 (공부)하면 어차피 마찬가지일 텐데 왜 격차가 벌어지는지 궁금하던 차에 파면 팔수록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한 거예요.”

- 그렇게 시작한 첫 취재는 무엇이었나요?

“지금의 입시제도였어요. 온라인 교육으로 시스템이 전환됐는데 격차가 왜 생기는지 원인도 찾아봤고요. 여러 가지 요소들이 보이더라고요.”

-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요?

“가령 등교가 힘들어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됐을 때 여력이 있는 집들은 사교육을 많이 시켰다는 점이 언론에 많이 알려졌고요. 온라인 학습에 사용하는 기기를 포함해 집안 환경이나 분위기에 차이가 있다는 점들도 보였어요. 또 독학을 위한 여러 가지 여건이 형성돼야 하는데 그런 여건들이 아이들의 학습 격차에 기여하는지 찾아봤던 것 같아요.”

EBS '다큐멘터리K' 교육격차 편을 연출한 김형수 PD.
EBS '다큐멘터리K' 교육격차 편을 연출한 김형수 PD.

- 격차를 유발하는 우선 요소는 무엇이었나요?

“사실 그걸 정의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교육 격차’라는 정의 자체도 사회 경제적 배경, 개인의 인지 능력, 지역 환경의 차이 등 되게 다양한 요소들을 제시하고 있거든요. 그중에 무엇이 가장 큰 것인지 단정하기 어렵고요.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저희도 삶의 격차를 얘기할 때 핵심 사안을 특정하기 어렵잖아요. 결국은 삶의 수준의 차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1부에서 사례로 제시한 교육 환경 차이(서울 강남 대치동-기초 수급자들)가 극단적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희도 고민했어요. 그런데 교육 전문가 분들이 대치동도 예전엔 지금과 같은 대치동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수능이 도입되고 입시가 학교를 벗어나면서 대치동도 커지기 시작한 거예요. 그러니까 대치동과 기초수급자 간의 격차도 수능이 처음 시작됐던 30년 전에는 지금 같지 않았어요. 극단이 된 것 자체가 교육 격차의 악화를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 비교군을 설정하면서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집안 환경의 차이로 지원을 풍족하게 받은 아이들과 기초수급자 아이들을 조명하면서 누가 옳고 그른, 이분법적인 문제로 끌고 가고 싶지 않았어요. 어느 쪽이나 이 제도에서 최고의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 생존 경쟁을 하는 거거든요. 어느 한쪽에 과다한 동정이나 비난이 가지 않도록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게 가장 어려운 지점이었어요.”

- 소득 수준이나 동네 등 비슷한 배경의 사람들이 같은 학교를 다니는 것보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게 교육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어요.

“전문가들이 모의로 조사를 해봤어요. 1부 그래프로 나왔는데, 서울 26개 지역구에서 지역별로 서울대에 가장 많이 진학하는 지역과 못 하는 지역이 한 2배 정도 차이가 나야 정상으로 보는데요. 실제 결과는 한 20배 차이가 나는 거죠. 그런데 거주지나 이에 따른 학교를 스스로 고르기는 쉽지 않잖아요. 사는 곳에 따라 명문대라는 곳에 들어갈 확률에 차이가 나는 것은 비극으로 볼 수밖에 없고요. 그런 환경에서 입시를 본 아이들이 같은 경험을 공유한 건 맞는지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

- 이런 배경으로 인해 다양성을 학습할 기회를 놓치는 건 아닐까요?

“나와 다른 사람을 인식하는 데 큰 문제가 될 거고 봐요. 자라면서 ‘너와 다른 환경에 있는 아이들은 이렇게 대해야 돼’라고 누가 알려주지 않잖아요. 그러니 학교에서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배우는 게 있고요. 근데 그 기회가 사라져 버리는 거예요. 예를 들어 강북의 한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아이들이 강남으로 이사를 가버리는 식이죠. 교육이라는 건 입시와 별개로 사회 구성원을 키우는 기능을 해야 되는데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질까 걱정이 돼요.”

- 입시 위주 교육으로 소홀해지는 사회성 교육 등도 생각해볼 문제 같아요.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제시할 때 나오는 주요 키워드 중 하나가 입시 몰입 교육이라는 말이 있어요. 인성, 단체 활동, 사회성 같은 것들이 입시로 평가되지 않잖아요. 2부 ‘자퇴’ 편을 다룰 때 학교를 떠나서 아쉬운 점을 물었더니 10명 중 8명이 추억을 이야기했어요. 우리가 떠올리는 학창 시절에 대한 기억들이 그 아이들에겐 없는 거예요. 자퇴생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데, 거꾸로 말하면 학교 혹은 공교육의 기능이 점점 입시를 위한 기관으로 축소되고 있다는 말이거든요.”

EBS '다큐멘터리K' 교육격차 2부 '나의 자퇴기' 영상 갈무리.
EBS '다큐멘터리K' 교육격차 2부 '나의 자퇴기' 영상 갈무리.

- 부모들이 입시전형을 학습하는 모습도 주목할 점 같아요.

“(전형을 알면) 유리할 거라고 보는데, 일단 입시 제도가 너무 자주 바뀌어요. 바뀔 때마다 너무 복잡하고요. 접근하는 방법도 다양하죠. 원래는 다양한 재능을 살리라고 열어놓았던 제도들이 대학에 들어가는 최적의 전략처럼 제공되다 보니까 입시 공부해야 하는 아이들보다 여유가 되는 부모들이 전형을 공부해서 아이들의 길을 터주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거죠. 그렇다 보니 생업 때문에 아이들 입시에 매달릴 수 없는 부모들도 그렇지 않은 부모들 사이에 격차가 발생하고요. 저는 이런 부분들이 제도의 문제라고 봐요.”

- 학습 능력을 재능으로 보는 시각도 있더라고요.

“그렇죠. 방송에 출연한 교수님은 (인적 자본을 늘려주는) ‘치장법’이라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사실 ‘명문대에 갈 정도로 재능이 있어 보이진 않는데, 입시 성적 좋은 학생들이 많이 보이더라. 그건 결국 사교육을 이용해서 들어온 아이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라는 거죠. 재능 있는 친구들이 특출 난 건 공부라고 예외가 아닐 텐데, 재능이 없어도 사교육을 통해서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하다면 그건 경쟁에서 치명적인 거죠.”

- 공교육의 역할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요.

“‘이건 다 학원에서 배웠을 테니 넘어갈게’란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이 의외로 상당히 많았어요. 그런데 학교 입장에서도 정해진 진도를 정해진 시간까지 끝내야 되잖아요. 그런 부담 속에서 일부 선생님들이 저런 말씀을 하셨던 것 같은데 사교육을 받지 않는 아이들에겐 너무 큰 학습 공백이고 상처일 수밖에 없는 거죠.”

- 방송에서 학습 환경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외가에서 공부하는 학생도 나와요.

“저희도 서글펐어요. 그런데 떨어져 사는 본인이 동생을 생각하면 그게 좋은 것 같다고 말을 했잖아요. 그 학생이 겪었던 교육 격차가 어땠을지 느껴지더라고요. 교육이라는 건 그런 힘든 환경을 이겨내는 기재여야 하고, 극복에 기여해야 하는 건데 오히려 교육에서 그런 패배감과 절망, 좌절을 엿보니까 우리나라 교육 현실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 방송을 제작하면서 느낀 점을 있다면요?

“제목을 ‘교육격차’라고 지었지만, 격차를 교육하는 게 지금의 한국 교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그런 현실을 우리는 바꿀 수 있을까요?

“오늘 한 인터뷰 질문 중 제일 어려운데요. (웃음) 너무 어렵네요. 어떻게든 바뀌어야 한다는 대답으로 갈음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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