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3’, 드라마의 낭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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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금토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3’, 낭만 없는 현실과 드라마의 낭만

'낭만닥터 김사부3' 메인 포스터. 사진제공=SBS '낭만닥터 김사부3'
'낭만닥터 김사부3' 메인 포스터. 사진제공=SBS '낭만닥터 김사부3'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백과사전에 보면 낭만이란 본래 프랑스어 ‘로망(roman)’에서 온 말로 ‘대중적인 말로 쓰인 설화’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래서 ‘로망’은 ‘소설’이란 뜻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흔히들 낭만이라고 하면 어딘가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으로 무언가를 대하는 태도를 말하곤 하는데, 소설이라는 본뜻의 로망이 ‘낭만(浪漫)’으로 바뀌어 그런 의미를 갖게 된 데는 아마도 소설 같은 작품을 한 때는 ‘허구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바라봤던 시각이 들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가 흔히 비꼬듯이 “소설 쓰고 있네”라고 할 때 느껴지는 그런 시각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비현실’의 의미를 담은 낭만이라는 단어를 넣은 SBS 금토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는 그 제목부터 이색적(?)이다. 의사들의 실전을 다루기 마련인 의학드라마에서 ‘낭만’이라는 말은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다. 이를테면 ‘낭만적인 의사’는 어딘가 신뢰가 잘 가지 않는다. 수술을 하는데 있어서 다소 ‘비현실적인’ 가능성을 상상하고 이를 실현하려는 의사라면 그 누가 그 수술대에 몸을 맡길 수 있을까.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낭만적인’ 드라마는 시즌1부터 큰 성공을 거뒀다. 최고시청률이 30%(닐슨 코리아)에 육박했고 드라마가 방영되는 내내 화제성도 폭발했다. 시즌2를 거쳐 시즌3까지 드라마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이례적인 성공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어찌 보면 비현실적인 의미를 담은 ‘낭만’을 부르짖는 이 의사에게 어째서 대중들은 공감하고 열광하는 모습을 드러낸 걸까. 

돌담병원 풍경. 사진제공=SBS '낭만닥터 김사부3'
돌담병원 풍경. 사진제공=SBS '낭만닥터 김사부3'

시즌3에 와서는 김사부(한석규)가 그리도 꿈꾸던 외상센터가 돌담병원 바로 옆에 현대식으로 지어진 채 시작되지만, 이 드라마는 시즌2까지 의료 소외 지역에 있는 자그마한 돌담병원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뤘다. 작지만 그 지역에 워낙 사건 사고로 응급한 환자들을 돌볼 수 있는 병원이 일천한지라 이 돌담병원은 연일 환자들로 넘쳐난다.

하지만 이 병원을 갖고 있는 서울의 거대병원은 돌담병원을 탐탁찮게 생각한다.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신 호화로운 요양병원을 지어 VIP들을 상대하는 곳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돌담병원을 없애려는 자들과 지키려는 자들의 대결. 그것이 시즌2까지의 이야기였다. 

시즌3가 외상센터까지 갖춘 돌담병원을 배경으로 문을 연 건, 대결구도가 달라졌다는 의미다. 외상센터장으로 온 차진만(이경영)은 김사부가 추천한 젊은 시절 라이벌로 만만찮은 실력을 가졌지만 김사부와는 가치관이 다른 인물이다. 그에게 ‘낭만’은 말 그대로 비현실이다. 그가 중요시하는 건 무조건 환자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것이 아니다. 의사도 존중, 존경받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매뉴얼과 원칙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누가 옳다고 말하기 어려운 생각의 차이를 가진 두 인물이지만, 이곳이 일반 외과가 아닌 외상센터라는 위급하고 특별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곳이란 점은 김사부의 ‘낭만’이 왜 필요한가를 역설한다. 비현실적이라 여겨질 수 있지만, 단 1%의 가능성을 가진 환자라도 포기하지 않는 의사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는 곳. 그건 어쩌면 존재만으로 잠정적인 환자일 수 있는 우리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시즌3에서 드러나는 김사부(왼쪽)와 차진만의 대결구도. 사진제공=SBS '낭만닥터 김사부3'
김사부(왼쪽)와 차진만의 대립구도. 사진제공=SBS '낭만닥터 김사부3'

물론 사실주의적인 작품들도 존재하지만, 꽤 많은 예술작품들은 저마다의 비현실을 이상적으로 그려내기도 한다는 점에서 ‘낭만’의 속성을 갖고 있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드라마는 현실에는 없는 ‘결핍’을 판타지로 채워주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래서 현실의 문제들을 가져와 현실에서는 결코 이뤄지기 어려운 방식으로 그걸 풀어냄으로서 대중들의 갑갑한 마음을 덜어주고, 때론 이상적이라 여겨질 지라도 나아갈 방향으로서의 해법이나 길을 제시해주는 게 드라마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낭만닥터 김사부>는 어떤 상황에서도 오로지 환자의 생명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김사부 같은 인물이 사라지고 있는 ‘낭만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처럼 비현실일지라도 꿈을 꾸는 낭만은, 어쩌면 드라마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요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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