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에 녹여낸 '진짜 여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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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사이렌: 불의 섬' '국내 톱10' 2위
편견‧한계 딛은 여성 서사 볼거리…시즌2 기대↑

*이 칼럼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이렌: 불의 섬>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이렌: 불의 섬'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이렌: 불의 섬'. 사진제공=넷플릭스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진짜 여자’들이 나타났다. 

넷플릭스 <사이렌: 불의 섬>(이하 <사이렌>)이 지난달 30일과 지난 6일 5회씩 나눠 총 10회가 모두 공개됐다. <사이렌>은 국내 넷플릭스 톱10 시리즈에서 지난 2일 6위에 진입했고, 입소문을 타고 7일과 8일 2위로 올라섰다.

이 프로그램은 군인, 경찰, 소방관, 경호, 스턴트 배우, 운동선수 등 전투력과 직업의식을 가진 24명(총 6팀)의 여성 참가자들이 전투 대결을 펼치는 생존 서바이벌이다. 채널A <강철부대3>, tvN <2억9천: 결혼전쟁>, <최강체대> 등 체력과 서바이벌을 내세운 예능이 잇달아 제작되고 있는 가운데 <사이렌>의 등장은 주목할 만하다. 

여섯 개 직업군을 ‘쉽지 않은 일’이라고 표현한 만큼 이번 프로그램에 선발된 여성 참가자들의 포부도 남다르다. 시도 때도 없이 화재현장으로 출동하는 소방팀은 “다 위험한데 정신력은 누구보다 세다.”, “언제나 늘 현장처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고공전담반, 특전사와 대테러팀으로 구성된 군인 팀은 “말할 게 없다. 저희는 1등이다”라며 당당하게 선언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이렌: 불의 섬'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이렌: 불의 섬'. 사진제공=넷플릭스

여전히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직업군에서 여성을 향한 편견과 한계를 딛고 일어선 이들의 목소리다. 자기 분야에 누구보다 진심인 여성 참가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직업에 대한 가치관과 소명의식을 엿볼 수 있다. 서바이벌 예능이지만, 직업의식과 팀워크가 두드러지는 이유다. 

끈끈한 팀워크는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아레나전과 상대 팀 기지에 숨겨진 수비 깃발을 제거해 기지를 점령하는 기지전에서 발휘된다. 기지전에서는 참가자들이 지형지물이 제각각인 기지에서 공격‧수비 전략을 세운다. 사이렌이 울리면 전투가 시작된다. 심리전, 협상과 연합, 매복과 기습,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진다.

아레나전에서는 장작 패기나 우물 파기 등을 통해 상대 팀의 근력과 집중력을 파악한다. 특히 장작 30개를 패 불을 피우고, 상대 팀의 불을 끈 뒤 팀의 불씨를 살리는 미션에서 소방팀의 팀워크가 빛났다. 소방팀은 나무에 오르다 다친 리더 김현아를 대신해 정민선이 장작 패기를 자처했다. 정민선은 자신이 얼마큼 패는지에 따라 남은 팀원이 패야 할 장작이 생기는 만큼 온 힘을 다했다. 또 상대 팀의 불을 끄기 위해 “직수는 어렵다”라며 화점에 방수하는 소방관의 전문성을 드러냈다.

서바이벌이 펼쳐질수록 참여자의 캐릭터도 볼거리다. 소방팀 김현아는 든든한 통솔력을 보여줬다. 전략‧전술을 진두지휘하고, 물불 가리지 않고 한발 먼저 행동했다. 깃발을 숨기다가 상처 입었을 때도 팀을 위해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같은 팀 정민선이 장작 패기를 자처한 것도 리더를 믿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이렌: 불의 섬'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이렌: 불의 섬'. 사진제공=넷플릭스

군인 팀 강은미‧이현선 등은 생존에 특화된 만큼 곳곳에서 활약했다. 상대 팀의 기지를 빼앗는 서바이벌 포맷 자체는 투박하지만, 협상을 통해 팀 간 연합하거나 생존하기 위해 동맹을 깨는 참여자(팀)의 선택이 긴장과 재미를 만든다. 모든 팀이 한 치의 양보 없는 전투를 치르는 점이 몰입도를 높인다. 

<사이렌>이 승부를 다루는 방식도 새롭다. 소방팀과 운동팀은 최후 기지전에서 상대의 역량을 낮추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돌격을 선언하며 맞붙는다. 상대 팀을 비방하거나 헐뜯는 방식보다 정면승부를 택한다. 최종 우승자가 가려진 뒤 서바이벌에서 이긴 기쁨보다 과정에 집중한 인터뷰가 눈길을 끈다. 소방팀은 “세상은 넓고, 배울 게 많다.”, “굿 게임이었다.”라며 홀가분함을 밝혔고, 운동팀은 “부끄럽게 지지는 말자.”,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라고 밝혔다. 상대를 이기는 것만큼 지는 과정도 중요하다는 점을 환기한다. 

<사이렌>은 ‘쉽지 않은 일’을 하는 이들의 직업적 가치관과 자부심을 살아있는 이야기로 듣는 것과도 같다. 그래서인지 마스터가 최종 우승팀에게 건넨 “출발”이라는 메시지는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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