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방송은 지역 이야기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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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회 이달의 PD상 수상자 인터뷰] 전주MBC '전파사수' 박규현 PD‧이충훈 아나운서

전주MBC 이충훈 아나운서(왼쪽)와 박규현 PD.
전주MBC 이충훈 아나운서(왼쪽)와 박규현 PD.

[PD저널=이영광 객원기자] 278회 이달의 PD상 라디오 지역 부문에 전주MBC 시사 프로그램 <전파사수>가 선정되었다. ‘전라북도 주파수를 사수하라’는 의미의 <전파사수>는 전북에서 일어나는 소식을 전하는 데일리 시사 프로그램이다.

수상 소식과 함께 프로그램 제작 과정을 들어보기 위해 지난 8일 전주MBC 사옥에서 <전파사수> 박규현 PD와 이충훈 아나운서를 만났다.

- 제278회 이달의 PD상 라디오 지역 부문을 수상한 소감 부탁드립니다.

박규현 PD(이하 박): 전파사수 첫 방송이 4월 17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큰 상을 받게 돼서 제작진과 출연진들이 모두 깜짝 놀랐어요. 모든 프로그램이 마찬가지지만 특히, 데일리 시사 프로그램은 준비 과정이 무척 힘들거든요. 프로그램 론칭 후 MC, 출연진 그리고 제작진들이 모두 힘들어하고 있었는데 수상 소식을 듣고 고용량 비타민을 먹은 것처럼 에너지가 충전됐어요. 지금 모두 열심히 달리고 또 달리고 있습니다.

이충훈 아나운서(이하 이): 저도 깜짝 놀랐어요. “론칭하자마자 상을 받았다고요?”하고 박규현 선배한테 되물었어요. 보통 라디오 프로그램은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짧은 시간에 론칭을 하거든요. 근데 이 프로그램은 1년 가까이 걸렸어요. 그만큼 고민도 많고 준비 과정이 길었던 거 같아요.

- 데일리 프로그램이 상을 받는 게 어렵지 않나요?

: 정규 프로그램보다 특집 프로그램이 상을 더 많이 받는 경향이 있긴 해도 대부분의 상들은 정규와 특집이 분리된 경우가 많아요. 특히 라디오는 데일리 정규 프로그램이 많아서요. 조건은 다들 비슷비슷한 거 같아요.

- <전파사수>는 어떻게 기획된 프로그램인가요?

: 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역’과 레거시 미디어라 불리는 공중파 ‘지역방송’의 공통분모에 착안해 기획했어요. 지역과 지역방송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저는 사람들의 ‘무관심’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지역에 관심이 없어요. 온통 수도권에서 일어나는 이슈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어 있죠. 방송도 마찬가지예요. 지역 이야기를 소재로 다루는 로컬스테이션인데, 온통 서울 소식, 서울 프로그램에만 귀를 기울여요. 
단순히 서울 프로그램에 연예인이 나오고 재미있기 때문이 아니에요. 사람들은 지역 이야기보다 대중적인 이슈에 흥미를 느끼거든요. 그러다 보니, 지역방송들도 점차 지역성보다 화제성에 중심을 두고 제작하는 경향이 생겼어요. 하지만 저는 지역방송은 지역민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역방송을 통해 발굴되고 확산된 지역 이야기들이 도내 구석구석 전해진다면, 지역민들 스스로가 자신의 터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생길 거라 확신해요. 그래서 <전파사수>란 도전적인 지역 시사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었죠.

- 제목은 어떻게 지은 건가요?

: 오늘 인터뷰하는 이 자리에서 브레인스토밍하면서 제목을 지었거든요. 그날 여러 가지 제목들이 나왔어요. 그 중 ‘전파사수’란 제목이 나왔는데, 느낌이 확 오는 거예요. 방송이라는 매체는 전파로 송출되는데 특히 라디오는 주파수로 이미지화되는 경향이 많잖아요. 보통 ‘채널 고정! 주파수 고정!’이라고 말하고요. 그래서 ‘전파고정!’이란 의미로 이 제목을 지었어요. 또 지역방송을 ‘영원히 지킨다!’라는 의미에서 ‘전라북도의 주파수를 사수한다’라는 의미를 집어넣어 첫 글자를 조합했고, 그 결과 <전파 사수>란 타이틀을 결정했어요.

- 요즘은 라디오를 스마트폰 앱으로도 듣는데 전주MBC 앱이 따로 있나요?

: 앱으로 라디오를 듣는 사람도 종종 있지만 요즘은 유튜브와 연계해서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보이는 라디오’를 진행하거든요. 그래서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거나 라디오를 듣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이 늘어났어요. 대부분의 방송은 공중파 채널은 기본이고, 가능하면 유튜브 동시 송출을 활용하고 있어요.

전주MBC 뉴스에서 '전파사수' 수상 소식을 알리고 있다. 사진=전주MBC 유튜브 갈무리
전주MBC 뉴스에서 '전파사수' 수상 소식을 알리고 있다.

- 시사 프로그램 중간에 음악을 내보는 점도 독특했어요.

: 저희 프로그램 수식어가 ‘신개념 시사 예능’이에요. 지역 소식을 전하려면 지역 뉴스를 기반으로 해야 하는데, 뉴스는 다들 딱딱하고 어렵다고 생각하잖아요. 저희는 ‘듣는 시사’이기 때문에 제작할 때 ‘쉽고! 재미있게!’ 이 두 가지를 꼭 지키자고 다짐했어요. 지역에 대한 사랑과 이해, 관심을 기반으로 최대한 유쾌하고 유익하게 제작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시사와 관련된 키워드의 노래도 틀고 있고요. 
이번 주 지역에서 핫한 이슈도 ASMR처럼 소리만 듣고 그 이슈를 맞추는 소리 퀴즈도 준비되어 있죠. 뉴스에 나오는 어려운 용어를 쉽게 풀어주는 출연자를 모시고 ‘Easy적 그녀’라는 코너도 제작하고 있는데 청취자들의 반응이 굉장히 뜨거워요.

- 요일별 코너도 소개해주세요.

: 월요일은 ‘Easy적 그녀’라고 한 주간 가장 이슈가 된 소식을 쉽게 풀어주는 코너가 있고요. 화요일은 ‘내 귀에 시사’라는 청취자 참여형 코너가 있어요. 소리를 듣고 이슈에 맞춰 선물을 드려요. 기자가 직접 출연해 사건에 얽힌 스토리도 소개하고요. 수요일은 ‘핫이슈 핫인물’ 코너인데요. 그 주 가장 뜨거운 소식이나 인물을 스튜디오에 직접 모셔요. 목요일은 ‘아까운 내 돈’이라고 어떤 상황에 대해 손해사정사가 조언을 해주고요. 금요일은 두 명의 변호사가 출연해 친근한 동화를 소재로 지역의 사건·사고를 심판해 보는 ‘동화심판위원회’가 있어요. 그 밖에도 더 많은 코너들로 알차고 재미있게 꽉꽉 채워져 있어요.”

- 프로그램에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을까요?

: 핵심은 ‘뉴스를 온전히 이해하자’예요. 어른들은 대게 저녁 뉴스를 꼭 챙겨보는데 뉴스를 100%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미사일 발사 뉴스에 나오는 ‘ICBM, SLBM’, 경제 뉴스의 ‘블랙스완, 워크아웃’, 정치 뉴스의 ‘도어스테핑, 패스트트랙’ 등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용어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문맥상 뉴스를 이해하고 그 용어를 찾아보거나 누구에게 묻는 행동을 하지 않아요. 뉴스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창피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전파사수>는 쉬운 뉴스를 지향하고 있어요. 재미있으면서 득이 되는, 듣고 나면 든든한 콘텐츠를 목표점으로 삼은 거죠.

- 아이템 선정은 어떻게 하세요?

: 지역 소식이 모두 뉴스에서 다뤄지지는 않아요. 개인적 이슈라서 혹은 너무 작은 사건이라서 뉴스에서 주목하지 않는 소식들이 있어요. <전파사수>는 이런 지역 소식에 주목해요. 프로그램에서 자체적으로 ‘시민 기자제’를 운영하고 있어요. 15명 정도 되는 시민 기자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자신의 지역 소식을 제작진에게 전달해 주고, 그중 매주 한두 가지 소식을 청취자에게 전달하는 코너가 있어요.

전주MBC '전파사수' 오프닝.
전주MBC '전파사수' 소개 영상.

- '시민 기자제'는 어떻게 운영하는 건가요?

: 프로그램 론칭 초기에 각 시군에서 시민기자를 1명씩 모집했어요. 시민이 선택한 지역 소식을 전하는 거죠. 그 소식들이 사실 굉장히 작은 이슈일 수 있는데요. 의외로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날카롭게 지적하는 내용도 많아요. 예를 들어 요즘 들판이나 천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노란색 꽃 ‘금계국’에 대한 소식을 시민기자가 전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냥 ‘노랗고 예쁘다’라고 생각했던 꽃이 알고 보니 번식력 강한 외래종으로 생태계 교란 우려가 큰 식물이더라고요. 그 소식을 전하고 나서 우리 지역 들판의 꽃 하나하나에도 관심을 갖게 되더라고요.

- 시민 기자 제도를 떠올린 배경이 궁금한데요.

: 저희 팀이 ‘오디오혁신랩’이거든요. 팀에서 준비하는 여러 프로젝트 중 각 지역 복지관과 함께하는 오디오 프로젝트가 있어요. 그 작업을 진행하면서 동네 구석구석을 아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언론인들이 보지 못한 지역 소식들이 분명히 존재하거든요. 만약 <전파 사수>의 인지도가 높아지면 더 많은 시민기자가 참여하고 싶다고 연락이 올 거 같아요.

- 지역에서 시사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의 고충이 있을 것 같아요.

: PD로서 뭔가를 취재하고 알아내면, 팩트를 체크해서 방송이 나가야 하잖아요. 그래서 스텝들을 괴롭힐 수밖에 없어요. 시민기자들이 준 소식도 그렇고요. 모든 아이템을 거듭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해요. 특히, 데일리 프로그램이다 보니 그 양이 정말 방대한 거 같아요.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어요. 아이템도 중요하지만 제작진을 격려하고 관리하는 게 제일 큰 고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씩 해주세요.

: 재미없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놓고 청취자들에게 들어달라는 이야기는 안 하려고 해요. 청취자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아이템을 원하는지 공부를 많이 할 생각이고요. ‘지역 방송이니까 지역민들이 사랑을 주세요’라는 얘기보다 ‘우리 지역에 득이 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있으니까 함께 들어주시죠!’라고 자연스럽게 권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 사랑해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많이 노력하려 해요.

: 가요 같은 것도 처음에 별로라고 생각하다가 한 10번 들으면 ‘어~ 좀 좋은데~?’라고 생각하잖아요. 지역에 대한 사랑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자기가 태어난 삶의 터전에 자꾸 관심을 가지고 지역 뉴스, 방송도 찾아 듣다 보면 거기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생겨서 내 지역에 대한 애착이 생길 것 같아요. 청취자들은 다 여기서 살고 계신 분들이니까 한 번이라도 들어보시고, 한 번 들어서 조금 아쉬우면 2번 들어주시고, 두 번 아쉬우면 3번까지 들어봐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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